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ustrip Mar 03. 2021

키 큰 토끼



 오늘은 꿈을 여러개 꿨다. 순찰차가 골목을 돌았다. 나의 여자친구의 아버지는 경찰이시다. 방범을 위해서 동네를 순찰한다는 행위가 참 고맙기도 귀엽기도 하다. 그 오랜 시절 서로서로 안전을 위해 행했던 일들이 지금은 직업이 되었다. 놀랍다. 순찰차는 골목길 끝 작은 창고를 지나 갈길을 향한다. 작은 창고에서 피어나는 연기는 보지 못했다. 회색 연기를 본 나는 경찰관이 되어 창고문을 열었다. 나쁜놈들이다. 무언가 나쁜일을 저지르고 있다. 나는 옆에 보이는 키보드를 기관총으로 바꿔 범인들을 하나 하나 처리하기 시작했다. 지원군이 도착했다. 같은 무기를 들고 있다. 잠에서 깼다.

 

 잠에서 깨 아랫층으로 향했다. 눈이 많이 쌓였구나. 소파에 누워 강아지를 쓰다듬다 다시 잠에 든다.


 하나는 날았고 하나는 날아서 언덕에 올랐다. 검은 하늘이다. 왜인지 몰라도 나는 꿈인줄 알았다. 날 수 있다는 건데 오랜만에 그 감각을 틔워봤다. 뒷꿈치를 들고 힘들 바짝 주어 앞꿈치를 들어본다. 몸이 조금씩 뜬다. 멀리서 희미했던 별들이 옆구리를 스쳐간다. 동네가 희미해진다. 잠에서 깼다.


 다시 잠에 들자마자 날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집앞 언덕으로 머리를 돌렸다. 언덕에 올랐다. 갈색에 한 뼘정도 크기에 작은 양(양인지도 몰랐음)이 나를 쳐다봤다. 인사를 했고 그제야 그 녀석 뒤에 서있던 수백마리의 검은 어른 양들이 보였다. 숨을 몇 번 고르고 나니 해가 떠오르기 시작하고 어른 양들 틈에 숨어있던 말과 소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들 중에 서있던 어른 소가 내 옆으로와 친구가 됐다. 소는 눈이 얼굴 바깥으로 튀어나와있었다. 소는 수백마리의 양들과 몇몇의 말, 다른 소들의 사랑어린 손짓에 짖눌려 괴로워 했다. 나는 그 어른 소를 잡아 꺼내주었다. 함께 날아가려했다. 나의 날개로는 어른소를 담을 수 없었다. 언덕을 내려가려 하자 바닥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날개가 말을 안듣는다. 한층 한층 무너지더니 금새 바닥에 닿았다. 꽤 높은 높이였는데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 멀리서 언덕을 보았다. 키가 4m가 되는 이족보행 토끼들 다섯마리가 성큼성큼 언덕을 걷는다. 보지 못했던 여신머리 조각상의 코에선 물줄기가 쏟아진다. 높이가 아파트 10층은 되는 듯 하다. 누군가 손짓을 하니 물줄기는 얼음줄기로 바뀌어 언덕을 얼음으로 뒤덮는다. 그리고 프로그램을 종료했다.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집 옥상을 하늘에서 보고싶어 다시 날아올랐다. 전기줄이 방해한다. 우리집은 전기줄이 없는데. 조금 더 높이 올라 구름 아래까지 닿았다. 옥상으로 표적을 정하고 날개를 접어 활강했다. 내리꽂는 와중에 집 옆에 작은 식당을 발견했다. 마르게리따를 파는 가게였다. 방향을 바꿔 식당으로 향했다. 잠에서 깼다.

 티비에선 마르게리따 쉐프가 송중기와 싸우는 드라마가 나오고 있었다.

작가의 이전글 우리는 미워하는 법만 배웠잖아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