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족도 실험
나는 1주일에 3일 정도 치킨을 먹는다.
매번 반마리씩 먹게 되는데 나의 치킨 부위별 선호는 다음과 같다.
1. 허벅지살
2. 날개
3. 갈비
4. 다리
5. 가슴살
나는 이 반복되는 음식을 가장 맛있게 먹기 위해 여러 방법을 쓰는데 그중 하나는 ‘순서 바꾸기’이다.
어떤 사람은 좋아하는 부분을 먼저, 어떤 사람은 나중에 먹게 되는데. 나에게는 어떤 방법에서 만족감이 높을지 실험해봤다.
위에 적어놓은 순서대로 먹는 것이다. 한참 배가 고플 때 기름진 허벅지살을 한입 베어 물면 순간 만족도가 극에 달한다. 늘 맥주를 두고 먹기 때문에 첫 번째 맥주의 선택이 아주 중요하다. 기름진 부위인 만큼 향과 맛이 강한 IPA나 바이젠이 잘 어울린다. 초반 만족감을 극대화한다. 하지만 식사가 끝날 무렵 포만감과 함께 비선호 부위에 대한 거부감이 든다. 또한 강한 맥주로 시작하였기 때문에 두 번째 잔이 부담스럽다.
만족감 총계 : 3/5
역순이다. 식사 초반 만족도는 그리 높지 않다. 하지만 허기진 터라 비선호 부위에 대한 거부감도 적다. 여기서도 맥주의 역할이 중요하다. 비선호 부위는 뻑뻑하기 때문에(갈증도 있고) 첫 번째 잔은 물처럼 빠르게 마실수 있는 가벼운 페일에일, 쾰슈, 필스너가 적당하다. 비선호 부위의 포만감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배가 너무 부르지 않을 때 1.2.3번의 선호부위를 시작할 수 있다. 순간 만족도는 극에 달하지 않더라도 식사 후 까지 남아있는 은은한 만족감이 좋다. 맥주도 가벼운 순서부터 무거운 순서로 즐길 수 있다.
만족감 총계 : 4.5/5
보통 2.5.4.1.3의 순서로 먹는다. 맥주도 끌리는 놈으로 그냥 마신다. 식사 내내 일정한 만족감을 갖는다. 식사 전반에 집중도가 높다. 한 부위를 음미한 후 다음 부위의 맛을 고려해 선택해야 한다. 자연스럽게 음식의 맛에 집중할 수 있다. 또한 이런 이유로 맥주도 자체로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이 긍정적인 영향은 아니다. 보통 식사를 하며 책을 읽거나 다른 일을 병행하기 때문에 식사 자체에 집중도가 높으면 부가적인 행동에 영향을 준다. 복잡한 내용의 책은 읽히지 않는다.
만족감 총계 : 3.5/5
사실 치킨은 그 자체로도 완벽한 음식이다. 위 점수는 (3점, 4.5점, 3.5점)은 5점을 받아야 통과할 수 있는 예선전을 지난 후 받는 점수이니 이미 완전한 음식이다. 다른 건 작은 디테일들이다.
나는 하기 싫은(덜 하고 싶은) 일을 먼저 끝내고 하고 싶은 일을 하는 타입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