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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하 Aug 29. 2022

늦여름 모기와의 전쟁

최고의 모기퇴치제는 아빠.

2022년 8월 23일 처서가 지나가자 날씨가 거짓말처럼 시원해졌다. 그 전까지만 해도 창문을 열고 거실에서 선풍기까지 켜고 자던 나는 처서가 지나가고 나서부터는 새벽녘 추위에 한 번씩 깰 때가 생겼고 거실에서 자긴 했지만 이전처럼 창문을 활짝 열고 잠이 들진 않았다. 아마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나보다 추위에 약한 아이와 와이프는 춥다며 안방에서 창문과 방문을 모두 닫고 잤다. 그런데 어디서 모기 한 마리가 들어왔는지 아이를 한번 물어 아이가 가렵다고 하길래 혹시나 모기가 다시 아이를 물까 봐 낮에 환기를 시키며 집안 구석구석 모기약을 뿌려두었다. 하지만 다음날 아이는 무릎 아래만 세 군데나 물려서 가렵다고 난리였고 실제로 다리가 퉁퉁 부어 엄청 가려워 보였다.




그날 저녁 9시 다 같이 잠잘 시간.

불을 끄고 아이에게 잘 자라고 인사 한 뒤 거실에 누웠다. 조금 있으니 갑자기 아이가 부엌에서 물을 한잔 마셨고 커다란 곰인형을 안고 꼬물꼬물 거실로 나왔다. 그리고 곰인형을 소파에 잘 올려놓더니 1인용 이부자리를 깔고 누워있던 내 옆에 꼼지락 거리며 누웠다.


아이: (찰싹 달라붙으며) 아빠랑 자야겠어~

나: (안아주고 손으로 등을 쓰다듬어 주며) 응? 아빠랑 자려고?

아이: (고개를 끄덕이며) 응~ 엄마한테 내려오라고 해도 안 내려와~


아이는 침대 옆 바닥 이부자리에서 잠을 자고 와이프는 침대 위에서 잠을 자는데 항상 초저녁에 잠깐 자는 와이프가 오늘은 조금 먼저 잠들어서 아이가 부르는 소리를 못 들었나 보다. 그렇게 아이가 내 옆에 와서 잘 준비를 했다.


나: (귀여워서 얼굴을 쓰다듬어 주며 내가 덮은 이불을 덮어 주며) 그래~? 그럼 오늘은 아빠랑 잘 꺼야?

아이: 응~ 그리고 그래야 모기가 나한테 안와~ㅎㅎㅎ 아까도 내가 자려고 하는데 귀에서 ‘윙~’ 소리가 나서 도망 왔어~ㅎㅎ


우리 집에서 모기에 잘 물리는 순서는 나 > 아이 > 와이프 순인데 지난밤에 모기에 잔뜩 물린 아이가 내 옆에 있으면 모기가 안 물린다는 것을 기억하고 모기에 물리기 싫어 내 옆으로 온 것이다. 결국 우리 집에서 가장 강력한 모기퇴치제는 에프킬라가 아니라 아빠였던 것이다. 아이는 하루 동안 있었던 일을 기억하며 재잘재잘 거리다 잠을 자기 시작했고 다행스럽게 다음날 눈을 뜬 아이는 모기에 물리지 않았다며 좋아했다. 대신 거짓말처럼 내 다리에 모기가 문 자국이 있었다(흑흑). 정작 뜨거운 한 여름에 모기에 물리지 않았는데 여름이 다 끝나갈 때 난데없는 모기 전쟁이 다시 시작되었다. 모기 잡아라!




Photo by Егор Камелев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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