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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하 Sep 22. 2022

초등학교 1학년의 학교 괴담

학교에서 무서운 이야기를 들으면..

저는 저희 집 아이와 다르게 국민학교에 입학하고 초등학교로 졸업을 했습니다. 그때 학교에서 제일 무서웠던 것은 선생님이 아니라 홍콩 할매, 빨간 마스크, 단군 할아버지 동상 등등에 얽힌 학교 괴담이었죠. 그땐 왜 그랬는지 무서워하면서도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그런 무서운 이야기가 있는 곳에 꼭 자리를 잡아 웅크리고 숨을 죽이며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친구들에게 들었던 이야기는 한동안 머릿속을 맴돌아 무서움을 만들어 냈습니다.


그 시절 제가 들었던 빨간 마스크 이야기는 이랬습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늦은 밤에 인적이 드문 거리를 걷고 있으면 빨간 마스크를 쓴 예쁜 누나가 다가와 이렇게 묻는답니다.


“나 예쁘니?”


“예뻐요.”라고 하면 빨간 마스크를 벗어 다시 입이 찢어진 얼굴을 보여주며 다시

“나 예쁘니?”라고 묻고 무서워서 “예뻐요.”라고 하면

“너도 똑같이 만들어 줄게”하며 면도칼로 입 주위를 찢는다고 했죠. 그러면서 빨간 마스크는 사실 피에 젖은 마스크라는 무서운 이야기였습니다.


그 외에도 학교에 있는 단군 할아버지 동상에 있는 책이 밤 12시가 되면 넘어간다는 등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밤이 되면 가지 않는 학교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증이 컸을까요? 어쨌든 이제는 저에겐 어렸을 적 추억이 되어 버린 이야기들을 오랜만에 아이를 통해서 다시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그렇듯 저희 아이도 어렸을 때부터 어둠을 무서워했습니다. 한참 무서워하던 시기에는 잠잘 때 마저 불을 끄지 못하게 해서 아이가 잠든 뒤에 불을 끄고 잠이 들었죠. 초등학교 1학년이 된 지금은 그때보다는 나아졌지만 여전히 어두운 것과 무서운 것을 싫어합니다.

그러던 엊그제 학교에 다녀온 아이가 유독 엄마, 아빠 뒤를 쫓아다녔습니다. 저는 이상한 느낌을 받지 못하였지만 아이가 엄마 옆에 계속 붙어 있자 와이프는 금세 알아차렸죠.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와이프는 아이한테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었더니 아이는 학교에서 무서운 이야기를 들었다며 물어보지 말라고 입을 내밀며 퉁퉁거렸습니다. 엄마, 아빠가 질문하면 대답해야 하고 대답하면 무서운 이야기가 또 생각나니 싫다고 했죠. 아이의 그런 모습을 보니 어찌나 귀여운지 아직 애기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한편으론 아이가 어떤 무서운 이야기를 들었는지 궁금하긴 했지만 참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이에게 무서운 이야기를 떠올리게 했다가 어떤 후폭풍이 닥칠지 모르지만 그 후폭풍을 감내할 자신은 없었죠.ㅠㅠㅋㅋㅋ 아마 시간이 지나면 아이도 저처럼 학교 괴담이나 무서운 이야기에 호기심을 가지고 무서운 영화를 보러 가겠다고 할 날이 오겠지요. 그땐 아마 제가 무서워서 못 간다고 할지도 모르겠습니다(웃음).




Photo by Elti Meshau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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