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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하 Sep 26. 2022

아직은 놀이터가 필요한 나이..

초등학교 1학년

초등학교 1학년인 우리 집 아이는 월, 화, 목요일은 5교시에 수업을 마치고, 수, 금요일은 4교시에 수업을 마친다. 일주일에 3번은 5교시, 2번은 4교시를 하는 셈이다. 정규 수업이 끝나고 종례를 마치면 5교시하는 날은 1시 45분 정도에, 4교시하는 날은 12시 45분 정도에 교문을 빠져나온다. 


학교의 정규 수업이 끝난 뒤 아이들의 일정은 크게 네 가지를 조합하여 이루어진다.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방과후학교, 학원, 놀이터, 귀가(歸家). 우리 집 아이는 이 중에 (수, 금요일만 놀이터)+학원+귀가라는 일정을 가지고 있지만 방과후학교가 있는 아이들은 우리 아이보다 더 늦게 학교를 마치고 이후 각자 일정을 소화한다. 


유치원 때는 날이 좋으면 유치원 일과 중에 놀이터 놀이 시간이 있었지만, 초등학교 1학년은 그런 놀이 시간이 없다. 대신에 아이들은 학교에서 일주일에 하루 창체 1시간을 활용하여 예체능을 배운다. 지금까지 창체 시간에 아이가 배웠던 과목은 뉴스포츠, 클레이, 칼림바, 무용 등이 있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학원에 가는 아이나 그렇지 않은 아이 모두 친구들을 만나서 놀 수 있는 놀이 시간이 유치원 대비 정말 많이 줄어든다. 그래서 우리 아이뿐만 아니라 많은 아이가 놀이터에서 친구들을 만나는 요일을 손꼽아 기다린다. 


하교 맞이하는 엄마, 아빠들의 뒷모습을 처음 보면 낯선 모습이 보인다. 부모님 가방이라고 부르기엔 어색한  가방이 부모님 등 뒤에 매달려 있다. 무슨 가방인지 처음에는 몰랐지만 가방에 쓰여 있는 글씨를 보고 이내 짐작이 되었다. 아이 학원 가방이었다. 학교가 끝나고 학원에 가는 아이들의 부모님들이 잠깐의 시간이지만 놀이터에서 조금 더 놀게 하기 위해 선택한 방법이다. 


이러한 부모들의 노력을 아는지 모르는지 놀이터로 몰려간 아이들은 학교가 끝난 후 잠깐 놀이터에서 친구들을 만나 놀이 시간을 가진다. 오전에 조용했던 놀이터가 짧은 시간 동안 아이들의 모래놀이, 술래잡기, 얼음 땡으로 북적거린다. 여기저기서 도망 다니는 아이, 잡으러 쫓아다니는 아이가 보인다. 다른 한쪽에서는 모래 놀이터에서 열심히 무언갈 만드는 아이, 모래를 깊이 파서 구덩이를 만드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시끌벅적하다. 


놀이터에서 신나게 놀고 있는 아이를 바라보며, 아이 친구 엄마들과 이야기하다 보니 어느새 아이가 학원 갈 시간이 다 되어 간다. 조금 더 놀게 하고 싶은 마음에 ‘5분만 더... 1분만 더...’를 생각하다 학원 갈 시간이 다 되어 갈 때쯤 아이를 부른다. 


: (큰 목소리로) 준형아~ 이제 가야 해~~

아이: (아빠 목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더니 주변 친구들에게 살짝 인사를 하고 우다다다 뛰어온다.)


이마에 땀이 한가득인 아이는 가방에 있는 물병의 물을 이용해 모래가 잔뜩 묻어 있는 손을 가볍게 씻고 물 한 모금을 마시며 갈 준비를 한다. 아쉬울 법도 하지만 다음에 또 놀 수 있는 것을 알아서인지 기특하게도 순순히 아빠 손을 잡고 놀이터를 떠난다. 


놀이터는 아이에게 언제까지 필요할까? 내가 어렸을 적 몇 살까지 놀이터에서 뛰어놀았는지 기억을 더듬어보려다 기억이 나지 않아 포기했다. 하지만 같이 뛰놀던 어릴 적 친구들을 생각해보면 친했던 친구는 놀이터에서 같이 재밌게 놀 수 있는 친구에서 나이가 들면서 운동을 같이 하는 친구로 이어 마음과 이야기가 통하는 친구로 변해왔다. 그러면서 놀이터는 점점 운동장, 체육관으로 바뀌면서 친구들과 가는 장소에서 멀어졌던 것 같다. 우리 아이도 지금은 놀이터에 가기 위해 아빠 손을 잡고 놀이터로 향하지만 언젠간 운동장, 체육관으로 바뀔 것이고 그마저도 시간이 지나면 마음이 통하는 친구들과 온종일 하고 싶은 이야기 할 수 있는 장소로 바뀔 것이다. 


그러니 그때까지 아이와 손을 잡고 놀이터를 다니며 행복해하는 아이 얼굴을 실컷 봐 두어야겠다. 




Photo by Oakville News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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