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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하 Sep 29. 2022

아침잠을 깨우는 마법의 주문 '기대감'

평일 아침잠은 어른도 아이도 똑같습니다.

평상시 일찍 일어나는 습관이 있던 나는 주말 아침에도 빠르면 4시 늦어도 6시쯤에는 일어난다. 처음부터 빨리 일어났던 것은 아니고 결혼 후 아이가 태어난 뒤부터 아이를 재우기 위해 저녁에 일찍 잠이 들고 새벽에 일어나기 위해 노력한 수면 습관이 주말에도 습관이 되었다.


빨리 일어나면 평일에는 할 일이 있지만 주말엔 여유가 있기에 자는 아이를 깨우지 않기 위해서 보통 조용히 책을 보거나 핸드폰을 보고 있다. 주말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아이는 항상 학교 가는 날보다 일찍 일어나 거실에 있는 아빠를 찾아 나온다. 대략 6시부터 7시 사이쯤인데 시간이 되면 ‘달그락’하는 소리와 함께 방문이 열리고 잠이 덜 깬 얼굴의 아이가 손등으로 눈을 비비며 비틀비틀 걸어 나온다. 주말인데 아이가 너무 일찍 일어나 피곤할까 봐 걱정이 되는 나는 비틀비틀 걸어 나와 안기는 아이한테 말을 붙여본다.


나: (안아주면서) 조금 더 자고 나오지 벌써 일어났어?

아이: (고개를 끄덕이며 거실 소파에 앉아 있던 아빠 품에 안겨 눕는다.)


아빠 품에 안겨 잠시 멍하게 있던 아이는 이내 쉬가 마렵다고 화장실로 내 손을 잡아끌고 간다. 화장실에 다녀온 뒤 다시 소파에 나를 앉힌 뒤 다시 아빠 품에 안겨 잠시 정신을 차린다. 아이는 정신을 차린 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하기 시작한다. 그건 장난감 놀이일 수도 있고, 어제 읽다 잠시 놔둔 책일 때도 있다.


주말에 이렇게 꼬박꼬박 일찍 일어나는 아이도 평일엔 깨우기가 아까울 정도로 아침잠을 깊이 잔다. 아침 준비를 시작하는 7시쯤 되면 와이프가 일어나지만 침대에 누워있는 아이는 미동도 없다. 와이프랑 내가 흔히 말하는 ‘기절’ 상태로 잠들어 있는 것이다. 아침 식사하는 7시 30분쯤 되면 아이를 깨우기 시작하지만 주말과 다르게 아이는 침대에서 “5분만 더~”를 이야기하며 꼬물거린다.


꼬물거리는 아이를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나뭇가지처럼 뻗어 나간다. 아이도 평일 아침잠이 더 달콤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걸까? 아니 그건 아는 게 아니라 그냥 본능적으로 느끼는 것일까? 평일에 이렇게 아침에 잘 못 일어나는데 주말 아침엔 왜 꼭 일찍 일어나지? 주말엔 일찍 일어나던데 월요일은 왜 늦잠 자려고 하지? 어제 많이 피곤했나? 잠을 더 재워야 하나?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퍼져나가다 어렸을 적 내 주말이 생각났다. 어렸을 적 나도 주말 아침 TV에서 방영하는 디즈니 만화를 보기 위해 주말마다 엄마가 깨우지 않아도 스스로 일어나 꼼지락 거리다 시간이 되면 거실에 있던 TV를 틀었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일어났다기보다는 눈이 저절로 떠졌다. 엄마가 주말 아침부터 만화 보라고 깨우지 않았으니 혼자 일어나서 꼬박꼬박 TV를 본 거다. 아침에 눈이 저절로 떠지는 일은 주말 아침에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었다. 소풍 가기로 한 날 아침도 마찬가지였다. 그 외의 날(평일)에는 지금의 우리 아이처럼 엄마가 일어나라고 깨워야 간신히 일어나곤 했다.


 시절 나와 지금 주말 아침에 아이를 깨우는 그건 무엇이었을까. 기대감이라고 해야 하나? 세월이 흘러 주말 아침 일찍 일어나 디즈니 만화를 챙겨 보던 나는 어른이 되고 이제는 누군가 깨우지 않아도 스스로 알람을 맞추고 일어난다. 대신  자리를 우리 아이가 채우고 있는 듯하다. 세월이 지나도 아이의 마음은  똑같은  같다.


평일인 오늘도 우리  아이는 엄마, 아빠의 핸드폰에서 울리는 시끄러운 알람 소리에 아랑곳하지 않고 아침잠을 즐긴다. 아마 이번 주말에도 아이는 기대감 일찍 일어날 것이다.


우리 아이 아침잠을 깨우는 마법 같은 주문 ‘기대감’이 매일 있으면 좋겠다.




Photo by Caroline Hernandez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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