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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하 Oct 10. 2022

등교 준비 전쟁 다들 잘 하고 계신가요?

이거슨 하소연이자 어른이 된 아이가 이불킥을 하게 만들 소중한 기록입니다

날씨가 선선해져 달콤하게 아침잠을 즐길 수 있는 가을 아침.

평일에는 깨워야 간신히 일어나던 아이가 오늘 아침엔 6시 40분에 안방 문을 벌컥 열고 일어났다. 졸려서 반쯤 감긴 눈이 아니라 장난기가 가득한 얼굴을 가지고 신나서 키득키득거리며 나온다. 새벽이라 추울까 봐 담요를 덮어주자 소파에 누워 뒹굴거리다 얼마 전에 영어 학원에서 받은 장난감을 가지고 노느라 정신이 없다.


아이는 일찍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학교 갈 준비를 할 생각이 없다. 아침밥 먹고, 후식 먹고, 감기약 먹고, 옷 갈아입은 다음에 이빨 닦고 양말 신은 다음 점퍼 입고 가방 메고 학교 가야 하는데 불러서 준비시키기 전까지 아무 생각이 없다. 그냥 놀기 바쁘다(ㅠㅠ).


와이프와 식탁에 앉아서 어찌어찌 밥을 먹이고 과일 후식을 준 후 설거지를 하고 나니 8시 15분.  와이프는 출근하고 아이는 후식 먹으면서 놀기 바쁘다. 친구랑 아파트 단지 시계탑 앞에서 만나서 같이 가기로 한 약속은 누구랑 한 약속인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이를 불러본다. 아이를 불러 보지만 아이는 대꾸도 없이 자기 할 일 하기 바쁘기에 아이를 부르는 목소리는 점점 커진다.


나: (목소리가 점점 커지며) 준형아~? 준형아! 준형아!!!

아이: 응~?

나: (재촉하듯이) 준형아 우리 옷 갈아입고, 감기약도 먹어야 하고, 이빨도 닦고 준비하려면 시간이 없을 것 같은데.

아이: 아이참! 나 후식 먹고 있잖아! 후! 식!!


약속 시간이 다가올수록 마음이 다급 해지는 건 아이를 준비시키는 아빠뿐이다. 아이는 재촉하지 말라며 준비하고 있다고 오히려 큰소리친다(ㅠㅠㅋ). 다급한 마음이 커질수록 아이를 재촉해보지만 아이는 양말 신겠다며 양말을 찾으러 갔다가 양말 서랍 속에 엄마 양말이 있다며 엄마 양말을 가지고 나왔다. 보고 있는 나만 속이 터진다. 아이에게 화를 낼 수 없어 참고 기다렸더니 엄마 양말을 엄마 양말 서랍장에 넣어주다가 옷장 옆에 널브러져 있던 자기 옷을 들고 나와 묻는다.


아이: (천진난만하게) 아빠!

나: (재촉하고 싶지만 참고) 으~응?

아이: 아빠! 내 옷이 왜 여기 옆에 나와 있어?

나: 글쎄? 준형이가 입고 그냥 놔뒀나? 아니면 엄마가 꺼내서 잠깐 봤나? 근데 준형아 우리 학교 갈 준비 해야 하는데~

아이: (답답하다는 듯이) 아이참! 나 준비하고 있다고~~ 근데 옆에 내 옷이 떨어져 있으니까 너무 궁금하잖아? 그래서 물어본 거야~ 나 준비하고 있어!!


 아아.. 귀에서 ‘와장창!’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인내심이 무너지는 소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속으로 참을 인자를 그리며 아이에게 다음 할 일을 제시한다.


나: 준형아? 이빨 닦자?

아이: 알았어~~


결국 출발 시간 5분을 남겨놓고 아이에게 폭풍 잔소리를 시전 하자 아이는 이렇게 대꾸한다.


아이: (속상하다는 듯이) 흥! 나 그러면 내일부터는 학교 갈 때 아빠랑 같이 안 가고 혼자 가버릴 거다!


속마음은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지만 입에서 나오는 말은 그게 아니었다.


나: (아이를 토닥이며) 아빠 손 꼭 잡고 가야지~ 혼자 어떻게 가려고~^^;;;


어찌어찌 이빨까지 닦고 바람막이를 입은 다음 엘리베이터를 타자 이번에는 아이가 까불까불 장난을 친다.


아이: (손으로 찌르며) 아빠! 똥꼬 찜!!

나: (당황스러워하며) 아이 왜 이래~ 이런 거 집에서나 하는 거야~


아이는 엘리베이터 내릴 때쯤 도망치더니 멀리서 친구를 보자마자 아빠는 안중에도 없이 달려가버린다. 아이 친구를 마중 나온 친구 아빠도 아이들이 신나게 학교로 가버리자 웃으면서 인사한다.


나: 안녕하세요~^^;;

친구 아빠: 네~ 안녕하세요~ 이제 마중 나올 필요도 없네요.ㅎㅎㅎ

나: 네ㅎㅎㅎ 그러네요. 인사도 없이 신나서 가버리네요. ㅎㅎㅎ


이렇게 오늘도 전쟁 같은 등교 준비가 끝나고 집에 돌아오자 나중에 아이가 크면 꼭 보여줘 이불킥을 하게 만들어야겠다며 기록을 남겨본다.


등교 준비 전쟁 다들 잘하고 계신가요?^^(웃음)



Photo by Chris Hardy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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