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카락이 만든 파도

곱슬머리를 가진 아빠의 머리카락이 만든 파도

by 지하

아이가 일어났을 때 와이프는 아침잠이 많은 편이라 아직 한밤중이었다. 나는 늘 새벽에 일어나서 보고 싶은 책도 보고 하기에 그날도 아이가 일어나는 것을 보고 씻지도 않은 채 아침 식사 준비를 후다닥 하였다. 아이랑 키득거리며 단 둘이 아침을 먹으며 엄마는 아침 몇 시까지 잘 수 있을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대충 차린 아침을 호로록 먹어버렸다.


내가 사과를 너무 사랑해서 대충 차린 아침이지만 우리 집 아침 코스는 항상 식사 후 사과가 뒤따른다. 아이도 이제는 아침에 여러 과일 중 뭐 먹을래라고 물어보면 매번 사과를 달라고 한다.


사과까지 먹고 나서 거실에 앉아 아이랑 얼굴을 마주 보고 꺄르륵 거리며 장난치며 이야기하다 아이가 내 머리를 보고 한 마디 한다.


아이 : (씨익 웃으며)으응~? 아빠 머리에 왜 파도가 있어?ㅋㅋㅋ

나 : (눈을 동그랗게 뜨며)응? 파도? 아빠 머리에 파도가 있어?

아이 : 응~!!ㅋ 아빠 머리에 파도가 있어~~(고사리 같은 손으로 파도를 흉내 내며) 파도가 친다. 쏴아아~철썩~ㅋㅋㅋ

나 : 아~~ㅋ 파도 같아? 아빠 머리가 곱슬머리라 그래~ㅋㅋㅋ


와이프를 닮아 생머리를 가진 우리 아이의 눈에는 내 곱슬머리가 파도처럼 보였나 보다.

어렸을 때부터 곱슬머리가 항상 콤플렉스였기에 어떻게 하면 곱슬머리처럼 보이지 않을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살았는데.. 아이는 내 곱슬머리도 좋아해 주는구나 싶어서 아이와의 대화가 너무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나는 깔끔쟁이 성격이라 가만히 돌이켜보면 살면서 곱슬머리라서 불편한 것보다 남들이 내 곱슬머리를 어떻게 볼까 더 신경 쓰였던 것 같다. 정작 우리 가족은 나의 곱슬머리도 좋아해 주는데 그걸 모르고 있었나 보다.


시간이 지나면 우리 아이도 언젠가는 남들에게 보이는 모습을 지금보다 더 많이 신경 쓸 날이 오겠지만 괜찮다고 있는 모습 그대로 충분히 사랑스럽다고 옆에서 이야기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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