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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하 Jul 08. 2022

개인과 사회(집단)의 도덕성은 왜 차이 나는가?

라인홀드 니버의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

개인이 모여 사회(집단)를 이루지만 놀랍게도 단순한 개인의 합은 사회가 아니다. 때에 따라 개인의 합이 사회보다 더 큰 경우도 있고, 개인의 합이 사회보다 더 작은 경우도 있다. 개신교 신학자이며 기독교 윤리학자인 칼 폴 라인홀드 니버(Karl Paul Reinhold Niebuhr, 1892-1971)는 시대적으로 두 번의 세계대전, 파시즘의 실제, 대공황을 직접 목격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때마다 개인의 도덕성은 사회에 반영되지 않아 보였고 개인과 사회의 도덕성이 차이점을 보이는 것에 대해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이러한 현상에 궁금증을 가지고 있던 니버는 개인의 도덕성과 사회의 도덕성 간의 기본적인 차이에 대해 생각을 정리하고 사람들에게 알리고자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를 완성하였고 발표하였다.



개인과 사회(집단)의 시작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에서 저자(라인홀트 니버)는 개인과 사회(집단)의 탄생에서 나타나는 특징을 시작으로 개인과 사회의 차이점을 설명하려 한다. 개인은 이기심과 이타심을 모두 가지고 태어나며 교육과 다른 사람과 관계를 형성하면서 개인의 이기심을 억제하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이타심을 보인다고 한다. 이러한 개인이 모여 사회를 구성하지만, 개인으로 존재할 때와 사회 구성원으로 존재할 때의 모습은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인다고 한다. 이는 개인과 사회의 도덕성이 출발하는 탄생 목표가 같지 않기 때문이다.

인간의 본성은 사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자질 면에서 부족하지 않다.
<라인홀드 니버(2021),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 (주)문예출판사, p58>

현대 사회로 넘어오면서 개인은 자유와 경제적 이익을 위해 사회생활을 해나가고 있다. 그리고 보통은 그 속에서 자신의 이해관계와 상대방의 이해관계가 상충함을 인정하면서 자신의 이기심을 조절해나가는 이타심을 보여준다. 그러나 사회는 개인과 다르다. 개인이 모여서 사회를 구성하였고, 개인이 사회 구성원으로 존재하지만, 개인이 모여서 만든 집단(또는 사회)은 개인의 여러 이해관계 중 하나의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모여서 구성되었기 때문에 집단(사회)의 이익을 위해 개인의 이타심은 집단에 의해 억제되어 표현되지 못한다. 개인이 모여서 사회를 구성하였지만, 존재의 탄생, 즉 출발점이 다르기 때문에 개인의 이성과 도덕성이 사회의 이성과 도덕성과 같을 수가 없는 것이다.



사회(집단)에 의해 가려지는 개인의 도덕성


모든 인간 집단은 개인과 비교할 때 충동을 올바르게 인도하고 때에 따라 억제할 수 있는 이성과 자기 극복 능력,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욕구를 수용하는 능력이 훨씬 결여되어 있다.
<라인홀드 니버(2021),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 (주)문예출판사, p42>

개인의 이성과 도덕성은 개인의 행위가 자유와 정의에 가까워질 수 있도록 평가하고 피드백을 준다. 이러한 피드백의 결과 개인의 행동은 이성과 도덕에 가까워지게 된다. 사회(집단)의 판단과 결정 그리고 행동은 그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개인들의 이성과 도덕성의 총합이기에 사회도 개인의 이성과 도덕성에 기반한 이성과 도덕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사회는 그 사회가 탄생하게 된 목적(이익)을 기반으로 상황에 대해 판단하며 결정을 내리며 행동한다. 이때 사회의 목적에 따른 집단 이기주의가 크게 발휘될 가능성이 크고 그에 따라 그 사회에 속해 있는 개인의 이성과 도덕성이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을 저자는 지적한다. 우리는 여기서 개인의 도덕성이 발휘되지 못한 사회의 판단과 행동에 대해 개인은 책임이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개인이 속한 사회임에도 불구하고 개인과 사회를 분리해 사회의 판단과 결정이 개인과 동떨어져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생각은 사회가 실체적으로 인간과 같이 행동하고 판단하며 책임을 질 수 있다는 착각에서 시작한다. 다르게 이야기하면 사회와 개인을 분리해 바라보는 관점에서 시작한다는 것이다. 그 관점은 사회가 실행한 판단과 행동의 책임은 사회에 있지 개인에게 있지 않다는 생각으로 귀결된다. 하지만 사회라는 단체가 책임을 다하는 모습은 개인이 책임을 다하는 모습과 차이가 있다. 개인은 판단과 결정 그리고 행동에 대한 책임을 오롯이 개인이 책임을 지지만 사회가 책임을 지는 형태를 자세히 살펴보면 그 사회에 속해 있는 개인들이 책임을 나누어지는 것으로 책임을 다하고 있다. 물론 사회 안의 구성원과 함께 책임을 나누어지기 때문에 개인 한 명이 온전히 책임을 지는 것보다 책임의 무게가 가벼울 수는 있다. 그러나 사회의 판단과 행동의 크기가 개인의 판단과 행동의 크기와 같을 수는 없기에 우리는 이러한 착각을 멈추어야 한다.

결국 사회의 판단과 결정과 행동의 책임이 온전히 사회에 있다는 착시 현상으로 인한 집단 이기주의 현상은 개인의 도덕성을 가리게 된다. 그리고 가려진 개인의 도덕성은 사회 속에서 집단 이기주의를 더욱 가속하기도 하므로 우리는 이를 경계해야 한다.

< Photo by arty on Unsplash >


라인홀트 니버가 주장하는 개인과 사회의 도덕성에 대한 생각


결국 저자는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를 통해 개인과 사회의 태생적 차이 때문에 나타나는 사회의 권력의지와 집단 이기주의로 인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를 제한해야 할 필요성을 설명한다. 제한하는 방식은 도덕성과 객관적 이성을 바탕으로 한 비폭력적 강제력이라 주장하며 이를 통해 이상적인 사회에 도달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이러한 비폭력적 강제력을 집행할 수 있는 별도의 사회 공동의 협의체가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도덕의 문제가 개인적 차원에서 집단들의 관계로 옮겨가면 갈수록 이기적 충동은 사회적 충동을 누르고 득세하게 된다. 따라서 아무리 강한 내면적 억제도 이기적 충동을 완전히 제어할 수는 없다. 따라서 이를 위해서는 사회적 억제가 이루어져야 한다.
<라인홀드 니버(2021),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 (주)문예출판사, p369>

니버의 주장대로 사회의 비도덕적인 행위는 충분히 경계하여야 한다. 그러나 밀그램의 실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있듯이 책임이 결여된 개인과 사회는 언제든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그렇기에『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를 통해 개인과 사회의 차이점을 생각해 보았다면 우리는 그다음 문제인 책임감 없는 개인과 사회를 만들어내는 사회 구조적인 문제를 경계하고 주시하여야 한다.  책은 이렇게 생각할 거리를 준다는 점에서 여전히 추천받을만한 책이다. 다만 옮긴이도 주장했듯이  책에선 아쉽게도 저자가 주장하는 도덕과 이성이 절대 불변의 가치가 아니라 시대가 변화하면서 조금씩 변화하는 가치임을 놓치고 있다는 점과  주장은 1930년대에 나왔던 주장이기에 변화된 현재 사회에 그대로 적용하긴 어려움이 있다는 점이 아쉽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저자가 주장하는 대로 이상적인 사회에 점점 다가가기 희망하며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를 통해 개인과 사회가 도덕적으로 이성적으로 성숙하기를 기대해본다.  




서지 정보


지은이: 라인홀드 니버(Reinhold Niebuhr)

제목: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Moral Man and Immoral Society)

판사항: 증보판 8쇄

옮긴이: 이한우

출판사: (주)문예출판사

출간 연도: 2021년 10월 10일

페이지 : 405면



Reference


한나 아렌트(2017),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주)도서출판 한길사

강준만(2009), 도덕적 인간, 비도덕적 집단, 한겨레 사설.칼럼[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376543.html]

박용성(2007), 개인이 우선인가, 사회가 우선인가, 한겨레[https://www.hani.co.kr/arti/society/schooling/208996.html]

박종선(2016), 인간은 도덕적이어도 사회는 왜 비도덕적일까?, 주간조선[물음을 찾아 떠나는 고전 여행][http://weekly.chosun.com/news/articleView.html?idxno=10058]

이돈희(2021), 개인과 사회, 어느 쪽이 가치론적으로 우선하는가?, 에듀인 뉴스[http://www.edui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9461]

임찬영(2018), 밀그램의 실험이야기 - 복종에 대한 행동연구, 정신의학신문[http://www.psychiatric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11558]

제이티(2020), 개인주의와 집단주의: 개인과 사회의 이익이 충돌할 때, [https://brunch.co.kr/@jtproduction86/35]

세상을 움직이는 생각, 생활과 윤리‘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EBSi 고교강의] [https://youtu.be/k9Vw1gtWL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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