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 중 늘어지고 싶은 아이, 늘어지기 싫은 아빠.

by 지하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서 첫 방학이다. 방학이 시작되는 주말 야심 차게 엄마와 방학 계획을 세웠기에 계획으로 세웠던 수학과 영어 공부는 매일 조금씩 계속하고 있다. 그런데 막상 방학이 계속되자 방학 중 늘어지고 싶은 아이와 이걸 저지하려는 아빠(나)는 아침마다 전쟁이다.


나: (시계를 보면서) 준형아 이제 8시 30분 되면 수학책 2쪽 풀자~

아이: (싫다는 듯이) 흥! 알았어!


조금 뒤


나: (아이를 보며) 준형아 이제 시간 됐어 수학 문제 풀자~

아이: (온몸으로 저항하며 책상 앞으로 간다.)

나: (단호하게) 준형아 하기 싫으면 하지 않아도 돼. 대신에 준형이가 선택하는 거야. 머리가 똑똑해지고 싶으면 앉아서 수학 공부하는 거고, 그렇지 않아도 상관없으면 안 해도 돼.

아이: (화를 내면서) 그런 거 싫어! 나 이거 하면 또 다른 것도 해야 하잖아!

나: 준형이가 선택하는 거야. 그리고 수학 A 하루 2쪽, 수학 B 하루 2쪽. 영어 퀴즈 2개 푸는 거는 방학 동안 하기로 했으니까 아빠는 계획을 지킬 수 있게 알려주는 거지. 할 건지 말 건지 선택하는 건 준형이야.


아이는 잠시 고민하더니 화를 내며 대답한다.


아이: (눈에는 눈물이 맺히고 목소리는 화난 목소리로) 할 거야!! 공부할 거야!!


아이는 막상 책상에 앉아 공부를 시작하면 지금까지 화를 내던 모습은 어디론가 쏙 사라져 버리고 열심히 고민하고 슥슥 문제를 푼다.


아이는 방학이라 학교 다닐 때와 다르게 아침에 실컷 놀고 해야 할 일은 최대한 뒤로 미루고 싶어 한다. 실제로 몇 번 그렇게 해봤더니 피곤한 아이의 예민한 감정이 서로에게 너무 아픈 상처가 되길래 오전 중에 되도록 할 일을 마무리하려고 내가 시간에 맞추어 재촉해 본다. 오늘도 재촉하는 모습이 싫었는지 퉁퉁거리는 아이를 어르고 달래서 책상에 앉혀본다.

아이를 책상에 앉히면서 항상 느끼는 거지만 무슨 일이든 시작하기 전까지 고민하는 시간이 문제인 것 같다. 이건 아이만의 문제가 아니라 나도 그렇다. 어떤 일을 해야 할 때 그것이 꼭 해야만 하는 일이지만 하기 싫은 경우 시작하기 전까지 온갖 고민과 번뇌에 빠진다. ‘하기 싫은데..’라는 말을 한 100번쯤 되뇌고 난 후 자리에 앉아 시작하지만, 막상 집중해서 시작하면 그전까지 고민하며 마음을 쓴 것이 무색할 만큼 아무렇지 않다. 이런 건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아이를 키워보니 아이도 똑같다. 아이도 해야 하는 일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막상 공부를 위해 책상에 앞에 앉기까지 너무나도 힘이 들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고민하는 시간을 최대한 줄이고 해야 할 일을 빨리 시작하는 게 좋은 일이나 나조차도 이러한 사실을 깨달은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아이에게 기회가 있을 때마다 조금씩 이야기해주며 기다려 주어 봐야겠다.




Photo by Elena Mozhvilo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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