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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하 Aug 18. 2022

여름방학 맞이 아빠 특강

아빠! 오늘은 뭐해?

여름방학 시작 전. 기나긴 여름방학 동안 무얼 할까 고민하다 아이와 함께 실험을 해보기로 했다. 


‘아빠! 어디가?’에 이은 ‘아빠! 오늘은 뭐해?’ 


아이와 단 둘이 할까 고민하다 아이 친구들 한 두 명이 더 같이 한다면  좋겠다는 생각에 아이에게 물어봐서 초대할 친구들을 정했다. 그 결과 평일 오전 우리 아이까지 총 5명의 아이들과 우리 집 거실에서 실험 교실이 열렸다.


아이와 함께 할 실험은 아이가 자주 봤던 『자연이랑』시리즈 중 올빼미 편을 보고 떠올린 올빼미 펠릿 관찰하기. 중고등학생 수준에서 초등학교 1학년 수준으로 낮춰서 올빼미 펠릿을 통해 올빼미가 잡아먹은 동물의 뼈를 확인하고 상상해보기. 먹고 먹히는 관계 이해하기.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과 수업을 해본 적이 없어 고민을 하며 최대한 수업을 만들어 보았지만 막상 수업이 시작하자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천천히 알려주며 한다는 게 쉬운 일 아니라는 것을 곧 깨달았다. 분명히 1번 하고 2번 하자고 이야기했음에도 제 각각 관심 있는 일부터 시작하는 아이들을 보니 웃음이 절로 나왔다. 누구는 학습지를 넘겨보고 있고, 누구는 올빼미 펠릿 박스를 흔들어보고 있고, 누구는 가위를 만지면서 재잘재잘 떠드는 아이들은 딴짓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수업을 시작하기 전 호기심과 관심을 표현하고 있었다. 


그렇게 제각각 호기심과 관심을 표현하고 있는 아이들을 다독여 간신히 시작한 수업. 시작은 『자연이랑』시리즈 중 올빼미 편의 올빼미 펠릿에 관한 설명을 읽어보기. 다 같이 읽어보자는 이야기에 병아리처럼 재잘거리던 입들이 조그마하게 움직이며 올빼미 펠릿의 설명을 읽어 본다. 아이들이 저마다 집중해서 소리 내어 읽고 있는 모습이 어찌나 아름다운지 아이들의 모습은 나에게 오랜만에 따뜻한 마음을 선물해 주었다. 기쁜 마음으로 이후 실험에 앞서서 주의사항을 안내해주었다. 절대 마스크 벗지 않기, 장갑 벗지 않기, 펠릿 만진 손은 꼭 비누로 씻기 등등을 알려준 후 실험을 시작하였다. 펠릿 안에서 뼛조각이 나타나자 아이들은 세상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감탄사를 연발한다. 


친구 1: (눈이 똥그래지며) 이거 진짜 뼈예요?

친구 2: (신기하다는 듯이) 노란 거는 이빨이에요?

친구 3: (조심스럽게) 냄새가 너무 지독해요!!

친구 4: (놀랍다는 듯이) 여기에 올빼미 침도 섞여 있는 거예요?


하나하나 답변을 해주며 진행하다 보니 어느새 실험은 끝나고 먹이사슬 만들어보기 시간. 올빼미, 뱀, 도마뱀, 검독수리, 여우, 메뚜기, 곡식, 쥐, 참새, 토끼, 개구리, 식물에서 4개를 골라 자기가 생각하는 먹이사슬 만들어보기. 아이들은 서로서로 질문하면서 열심히 자기가 생각한 먹이사슬에 해당하는 동물과 식물을 잘라서 붙이기 시작했다. 그 결과 각자 나름대로 먹이사슬을 만들었고 서로 만든 걸 비교해 보며 재잘재잘 떠든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 아이들에게 물어봤다. 


나: (웃으면서) 얘들아~ 우리 실험 한 번 더할까?

아이들: (큰 목소리로 다 같이) 네!! 한 번 더 해요!!

친구 1: 언제 또 해요?

친구 2: 다음 실험은 뭐예요?

친구 3: 좋아요!!




실험 수업이 거의 끝나갈 무렵. 넉살 좋은 아이 친구가 “이모부”라고 불렀다. 수업을 같이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어주다 보니 많이 가까워졌다고 생각했나 보다. 아이가 부르는 호칭에 놀라기도 했지만 가까워졌다고 생각하는 아이의 마음을  알게 돼 너무 고마웠다. 휴직 후 이렇게 아이들과 수업을 해본 경험이 얼마만인가 싶기도 하나 이렇게 시간을 충분히 들여 소규모로 아이들과 이야기하며 수업을 진행하니 내가 근무하고 있는 고등학교 학생들이 떠올랐다. 그 아이들도 궁금한 실험 수업에선 궁금한 것과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을 텐데.. 그러나 항상 30명 가까이 되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모두 들어주기엔 시간이 모자랐기에 충분히 설명을 못 해준 것이 아쉬웠다. 그래도 아직 복직까지 시간이 있기에 아이 친구들과 최대한 재밌게 실험 수업을 하며 노하우를 고민해봐야겠다. 



photo by Victoria Borodinova on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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