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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하 Aug 22. 2022

아이와 운동 취미 공유하기.

실제와 환상 사이의 차이

휴직 후 오랜만에 배드민턴을 다시 시작했다. 코로나로 체육관 출입이 어려워진 후 배드민턴에서 동네 달리기로 종목을 바꾼 뒤 코로나가 잠잠해진 올해 상반기에 다시 배드민턴 체육관에 가기 시작했다. 운동을 통해 체력관리를 해야 돼서 시작한 운동이지만 배드민턴은 너무 재미있어 나중에 아이가 태어나면 같이 하면 좋겠다는 막연한 환상을 가지고 있었다. 다행히 집 앞에 배드민턴 레슨을 하는 곳이 있어 다니게 되었고 아이는 방학이 된 후 체육관에 가게 되었다.

처음에는 고사리 같은 손으로 어른용 라켓을 잡고 폴짝폴짝 뛰어다니는 게 너무 귀여웠고 아이가 재미를 가지고 계속 따라다니게 하기 위해 어린이 배드민턴 전용 체육복과 운동화도 사주었다. 하루 이틀 따라다니던 아이는 이내 배드민턴에 푹 빠져들었고 틈날 때마다 나한테 배드민턴을 하고 싶다고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환상이 실제가 되고 있는 것 같아 내심 기뻤다.

그런데 환상과 실제는 다르다고 누가 그랬던가. 아이와 함께 땀 흘리며 즐겁게 셔틀콕을 주고받는 일은 나만의 환상이었나 보다. 체육관에서 아이와 셔틀콕을 주고받기 시작한 후 10분이 지나고, 30분이 지나도 아이에겐 지친 기색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계속되는 운동에 아이는 땀을 흘리기 시작했으나 나는 체력과 정신력을 잃어 가기 시작했다. 너무 재밌어진 아이는 잠시도 쉬고 싶어 하지 않아 했다. 아이를 데리고 체육관에 가서 아이가 배드민턴에 푹 빠진 것까진 좋았으나 아이 체력과 아이가 체육관에 아는 사람이 아빠밖에 없다는 사실을 생각하지 못하였다.


나: (힘들어서) 준형아 우리 조금만 쉬었다 하자~ 아빠 힘들어~

아이: (토라지듯이 팔짱을 끼고) 흥! 난 더 할 수 있는데~

나: (달래면서) 저기 가서 물 좀 마시고 하자~ 많이 쳤잖아~


간신히 아이를 달래 잠시 물을 마셨는데 물을 마시자마자 아이는 또 배드민턴을 치고 싶어 하면서 아빠를 불렀다.


아이: (눈치를 보다가 아빠 옷을 살살 잡아당기다 아빠 눈을 마주치자 씩 웃으며) 아빠 가자~

나: (설마..) 으응??

아이: (당연하다는 듯이) 배드민턴 치러 가자~~ㅎㅎㅎ

나: (당황하며) 우리 물만 마셨어~ 조금만 더 쉬다 가자~


아이 재촉에 못 이겨 짧은 쉬는 시간 후 운동을 하게 되었고 그 와중에 나는 레슨까지 받으니 장장 3시간 정도 체육관에서 쉬지 않고 운동을 하게 되었다. 결국 나는 운동 내내 정신적으로 체력적으로 탈탈 털리게 되었다. (아.. 아들.. 이제 좀 쉬면 안 되니..ㅠㅠ)  아이 덕분에 평상시보다 많은 운동을 하게 된 나는 방학의 끝이 보일수록 조금씩 말라가다 장염과 위염으로 2주 동안 아프게 되었다. 아이와 취미로 운동을 같이 한다는 건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었다(ㅠㅠㅋㅋ). 그래도 이 시기가 조금만 더 지나면 정말 내가 생각했던 대로 아이와 함께 즐겁게 운동을 즐길 수 있을 거라 믿고 오늘도 아이와 함께 배드민턴 체육관으로 가본다.


아들.. 오늘은 조금만 쉬면서 하자~ 알았지?ㅎㅎ




Photo by Jackie Hutchinson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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