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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재혁 May 18. 2019

수족구병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소아과에서 다 듣지 못한 핵꿀정보]

 https://youtu.be/W_9pogO6WTA?si=-PVJdgMWTPDJ4ZTI


매년 봄꽃이 거의 다 지고 초록이 주인공 행세를 하기 시작할 무렵이면 어김없이 모습을 드러내는, 결코 반갑잖은 손님이 있다.

 감히 소중한 우리 아이에게 견디기 힘든 고통을 주는 그 지독한 손님의 이름은 바로, 수족구병이다.


 며칠 동안 고열과 통증에 시달려야 하는 아이는 물론이거니와, 그 부모에게도 수족구병이란 진단명의 무게는 절대 가벼울 리 없다. 고통스러워하는 아이를 지켜봐야 하는 괴로움에 더하여, 아이가 등원하지 못함으로써 발생하는 여러 가지 고충을 떠안아야 하니 말이다.

출처 : 2018년 엔테로바이러스 감염증, 수족구병 관리지침


 수족구병은 주로 만 6세 이하의 영유아에게 호발하기 때문에,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집단 발병하는 경우가 흔하다.


 해마다 반복되는 유행을 겪다 보니, 각 보육 기관의 선생님들은 수족구병 감시에 신경을 곤두세우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손이나 발에 아주 조그마한 발진이라도 보이면, 득달같이 소아과로 보내시곤 한다. 그만큼 감염관리를 철저히 하신다는 뜻이다.


 하지만 아무리 철저하게 관리한다고 해도, 수족구병의 확산을 완전히 막을 방법은 없다.

 왜냐하면, 호흡기로는 1~3주, 분변을 통해서는 7~11주까지도 바이러스가 배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수족구병 증상이 사라진 후에도 전파가 가능하다 보니, 환자 감시와 격리만으로는 완벽한 차단이 어려운 것이다.




 우리는 지금 과학기술이 고도로 발달한 첨단의 시대를 살고 있지만, 아직 사람이 정복하지 못한 영역이 많다. 의학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소아 질환 중에서는 비교적 흔하다고 할 수 있는 수족구병에 대한 치료제와 백신은 아직 없다.

 수족구병 백신에 대한 연구는 진행되고 있지만, 원인 바이러스 유형이 너무 다양하고 변이도 심하여 백신 개발이 어렵다고 들었다.


 수족구병에 대한 치료제는 없지만, 열을 낮추고 통증을 경감시켜주는 약은 쓸 수 있다.

 구내 병변에 대한 치료로는, 알보칠 소작은 너무 아프고 오라메디류의 연고는 이물감 때문에 아이들이 싫어하므로, 머금었다가 내뱉는 의료용 가글(헥사메딘, 탄툼, 아프니벤큐 등)이나 뿌리는 가글(탄툼베르데네불라이저)이 아주 약간의 도움을 줄 수 있다.


 아이를 힘들게 하는 요인으로 고열도 한몫하지만, 그보다는 못 먹는 게 더 큰 문제다.

 정말 아파서 못 먹는 게 맞다. 필자도 한번 걸려본 경험이 있어서 잘 안다. 먹을 때나 침 삼킬 때만 아픈 게 아니라, 가만히 있어도 계속 타는 듯한 통증이 느껴져서 입을 다물고 있기조차 힘들다.

 시원한 걸 먹으면 일시적으로 통증이 다소 경감되는 느낌이 들기 때문에, 미음을 좀 시원하게 해서 먹이거나 아이스크림과 죽을 번갈아 한 숟가락씩 떠먹이기도 한다.

 잦은, 그리고 충분한 수분 섭취는 필수다.

 이런 시도에도 불구하고 아이의 음식 거부가 너무 심하면, 어쩔 수 없이 수액을 맞거나 입원을 고려해야만 한다.


 수족구병을 유발하는 바이러스 중 뇌간 뇌척수염, 신경성 폐부종, 폐출혈 등을 일으켜 사망에 이르게 하기도 하는 엔테로바이러스 71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예후가 좋은 편이다.

(비록 엔테로바이러스 71이 흔하진 않지만 걸리면 치명적 상태에 빠질 수 있으므로, 의심의 끈을 영 놓을 순 없다.)


 3~5일 정도 경과하면 열이 좀 잡히고 통증이 경감되면서 먹는 것과 컨디션도 차츰 회복되는데, 어느 순간 갑자기 안 아파지는 그 순간까지 견뎌내는 며칠이 정말이지 아이에겐 너무나 힘겨운 고통의 시간이 아닐 수 없다.

 입안에 혓바늘 하나만 나 있어도 세상 괴로운데, 작열감을 동반한 수포성 궤양이 입안을 온통 뒤덮고 있으니 얼마나 고통스럽겠는가?




 어린이집에선 대개, 수족구병으로 자가격리치료 후에 다시 등원하기 위해선 소아과 의사로부터 전염성이 없다는 확인서를 받아오라고 요구한다.

 수족구병 증상이 사라진 후에도 길게는 11주까지도 바이러스를 배출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의사에게 ‘전염성이 없다는 확인’을 해달라니, 이 무슨 어처구니없는 요구란 말인가?

 그렇다고 ‘이 아이는 7~11주간 분변을 통해 바이러스를 배출할 가능성이 있습니다.’라는 소견을 사실대로 쓰고, 11주 동안 어린이집에 등원하지 못하도록 할 수도 없고….


 그렇다면 우린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최선이 아니면 차선, 차선도 안 되면 차악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우리다.

 그리고 개인 차원에서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는 그냥, 나라에서 시키는 대로 해야 뒤탈이 없다.


 질병관리본부에서는 다음과 같이 격리 지침을 제시하고 있다.


 수족구병에 걸린 아동은 열이 내리고 입의 물집이 나을 때까지 어린이집, 유치원이나 학교에 가지 말 것을 권장합니다.


 의학적 사실에 따라 수족구병에 걸린 아이를 최대 11주까지 사회로부터 격리할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에, 질병관리본부에서는 가장 전염력이 강한 급성기에만 격리를 권장한다는 현실적인 지침을 제시한 것이다.


 따라서 필자도 질병관리본부의 지침에 준해서, 사실에 기초한 소견서를 발행할 수밖에 없다.


 '상기 환아는 수족구병으로 자가격리치료하였으며, 열이 내리고 입안의 병변 호전되어 등원 가능한 상태입니다.'


 증상이 심하든 안 심하든 간에 최대 11주를 격리하지 않는 이상은 완벽한 차단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팩트다.

 따라서 각 보육 기관과 가정에서는 그저 질병관리본부가 제시한 현실적인 격리 지침을 따르며, 감염관리에 만전을 기하는 것이 최선이라 하겠다.




 '한계를 겸허하게 인정하면서, 현실적으로 지킬 수 있는 지침을 지키며 예방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


 그 이상은 아직 인간의 능력 밖이다.


 수족구병에 대한 완벽한 차단과 격리는 아직 인간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므로, 각 보육 기관과 가정에서는 질병관리본부의 지침을 따르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최대한 방어하고 이겨내는 길밖에 없다.


 사실 수족구병에 있어선, 내가 환아를 위해 해 줄 수 있는 게 별로 없어서 무기력함을 느끼곤 한다.

  하지만 병의 특성과 자연 경과를 똑바로 이해시키고, 우리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는 최선의 대처를 할 수 있도록 돕는 것까지가 의사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6290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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