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유 수유가 이렇게 어려운 거였나요?

모유 수유가 어려운 엄마들에게 드리는 위로

by 곽재혁


"모유만큼 우수한 분유는 없습니다."

"모유를 먹어야 아기의 면역이 튼튼해집니다."

"모유 수유는 엄마와 아기 간의 애착 형성에 결정적 역할을 합니다."

"모유 영양을 시작하는 첫 일주일이 제일 어려운 시기입니다. 시간 제한 없이 수시로 젖을 물리고, 모유 이외의 분유는 가급적 먹이지 않습니다."


모유 영양의 장점

1) 영아에 유리한 점
- 자연적으로 사람에게 특별히 알맞게 만들어진 영양물 : 어느 우유 제품보다 영양면에서 우수, 생후 6개월까지는 모유만으로 충분
- 신선, 무균적, 적당한 온도 유지, 조제할 필요 없이 언제나 쉽게 먹일 수 있음, 경제적
- 항세균 및 항바이러스 항체 보유, 그밖에 많은 방어 인자를 함유
- 각종 호르몬과 성장 인자 함유 : 출생 직후 미숙한 장점막의 발달촉진
- 우유 알레르기나 못견딤증(intolerance)에 의한 증세가 적음.
- 생리적 계열의 여러 불포화 장쇄 지방산 함유
- 항산화 효소 함유
- 어머니와 영아 양측에 심리적으로 만족스러운 관계 맺는 데 중요
2) 산모에 유리한 점
- 자궁을 수축시키는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을 분비를 증가시켜 산후 출혈 감소
- 모유 수유 동안에는 배란이 일어나지 않아 무월경 유도 : 출산 후 월경에 의한 실혈 억제
- 임신 전 체중으로의 회복이 빠름
- 배란을 지연시켜 다음 임신을 늦춤 : 자연스럽게 아이의 터울을 조절할 수 있음
- 출산 후 뼈에 무기질이 쌓이는 것을 촉진함으로써 뼈가 튼튼해지게 함
- 장기적으로 엄마의 난소암 및 갱년기 전 유방암의 위험성을 감소

(홍창의 소아과학에서 발췌 요약)



나는 모유 수유를 극구 장려하는 전문가 중 하나였다. 교과서에 나오는 내용에 근거해 갓 출산한 엄마들에게 모유의 우수성을 역설하며 모유 수유를 독려해온 나였다. 그런데 어떤 엄마들에겐 나의 그런 발언이 상처가 될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은 미처 못했었다. 내 딸의 엄마, 즉 내 아내가 모유 수유에 큰 어려움을 겪는 과정을 가까이서 목격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내가 치밀유방이라서 모유가 잘 안 나오는 거래.”

이는 산후조리원에서 유방마사지를 처음 받고 온 아내가 내게 한 말이다. 이 말을 들은 내가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실제로 치밀유방이라서 모유 수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산모들의 후기가 상당수 올라와 있었다. 그런데 관련 자료를 좀 더 찾아본 결과, 동아시아의 젊은 여성들은 대부분 치밀유방(유선 조직은 많고 지방 조직은 적은 유방)을 갖고 있다는 사실도 발견할 수 있었다. 만약 모유 수유가 어려운 게 치밀유방 때문이라면 동아시아의 여성들 대부분이 어려움을 겪을 텐데, 그렇지 않은 걸 보면 치밀유방이라고 해서 모유 수유가 다 잘 안 되는 건 아닌 모양이었다.

여하튼, 그것이 치밀유방 때문이었건 아니건 간에, 내 아내와 우리 딸이 모유 수유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정말이지 눈물겨웠다. 한 방울이라도 더 짜내보려고 밤낮없이 유축기와 씨름하는 아내, 한 방울이라도 더 먹어보겠다고 땀을 바짝바짝 흘리면서 엄마 젖에 매달려있는 아기를 지켜보는 내 마음마저 바삭바삭 타들어 가는 것 같았다. 혹시 아기의 빠는 힘이 약해서 그런 건 아닌가 싶어서, 아기를 대신해 내가 아내의 유두를 빨아보기까지 한 적도 있다. 모유를 짜내는 내내 아무것도 못 한 채 멍 때리고 있어야 하는 아내를 위해, 그 시간 동안 책을 읽거나 웹서핑이라도 하라고 손을 대지 않아도 되는 핸즈프리 유축기를 주문해주는 정도가 그나마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이었다.

수많은 전문가가 모유의 우수성을 강조하며 모유 수유를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으며, 각종 육아 서적과 인터넷 자료에는 모유 수유를 잘하는 법이 나와 있다. 나 역시도 모유 수유를 극구 장려하던 전문가 중 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에겐 그런 노하우와 팁이 통하지 않을 수도 있으며, 모유 수유를 권하고 장려하는 행위 자체가 트라우마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나였다.




모든 면에서 모유가 가장 우수하며, 아무리 잘 만들어진 분유라고 해도 모유보다 나을 수 없다는 데는 나 역시 동의한다. 모유 수유에 성공하여 아기에게 충분하고 만족스러운 완모가 이루어진다면, 그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하지만 모든 엄마와 아기가 모유 수유에 성공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사실은 인정해야만 한다. 현실적 고충과 한계를 고려하지 않은 모유 지상주의는, 모유 수유가 어렵거나 불가능한 사람들에겐 넘을 수 없는 장벽일 뿐이며 선택의 범주를 넘어서는 문제니 말이다.

해보는 데까지 해보고, 안 되면 그뿐이다. 모유 수유에 실패했다고 해서 좌절감을 가지거나 아기에게 미안해할 필요는 전혀 없다. 혼합 수유는 모유와 분유 양쪽의 장점을 모두 취할 수 있어서 좋으며, 분유만 먹는 아기도 대부분 건강하게 잘 자란다. 오히려, 모유만 먹는 아기들보다 혼합이나 분유 수유하는 아기들이 더 빨리 자라는 경향을 보인다.

요컨대, 모유 수유를 성공시키는 문제보다 더 중요한 건 엄마와 아기가 모두 만족스럽고 행복한 상태를 유지해가는 거라는 사실을 명심하시길 바라 마지않는다.




[피터쌤이 알려주는 꿀팁]


이상적인 모유 수유 간격과 횟수

가장 이상적인 모유 수유 간격은 아이가 배고프다는 신호를 보일 때마다 수유하는 것이다. 아이가 배가 고플 때는 혀를 날름거리거나 입을 쩝쩝거리다가는,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젖을 찾는 시늉을 한다. 그러다 젖을 주지 않으면, 힝힝거리며 짜증 내다가는 ‘으앙’ 울음을 터뜨리고 만다. 이때, 짜증 내거나 울음이 터지기 전에 젖을 물리는 게 가장 좋다. 초보 엄마는 아기가 보내는 신호를 감지하는 데 어려움을 느낄 수 있지만, 아기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쌓여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잘 터득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아기가 만족할 정도로 먹어야, 잠도 푹 잘 잔다. 즉 충분히 먹고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 아기는 무럭무럭 잘 큰다. 젖을 늘려갈 때는 수시로 물려야 하지만, 점차 3시간 전후의 간격으로 규칙적인 수유 스케줄을 잡아가는 것이 좋다. 그리고 한 번에 먹는 양을 점차 증가시켜 뱃구레(위의 용적)를 늘려서, 수유 간격을 넓혀 가야만 아기도 엄마도 편해질 수 있다.

다음에 제시하는 ‘월령에 따른 수유 횟수’는 그저 참고만 하시길 바란다. 이는 통계적 자료일 뿐, 이대로 따르라는 지침은 아니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아기가 배고픈 신호를 보낼 때 만족할 만큼 수유하는 것이다.



이상적인 분유 수유 간격과 횟수

아기가 배고파할 때 만족할 만큼 먹인다는 점은 모유 수유의 원칙과 같으며, 한 번에 먹는 양을 점차 늘려가면서 수유 간격을 넓혀 가는 방향성 역시 동일하게 가져가면 된다. 하지만 모유와는 달리 분유는 수유량을 정확히 알 수 있는 만큼, 좀 더 체계적이고 규칙적인 수유 스케줄을 짜도록 하자. 그리고 적절한 시기에 월령에 맞는 젖꼭지로 교체해주는 것이 중요하며, 분유 역시 월령에 맞는 단계의 제품을 선택해서 먹이도록 하자.


이상적인 혼합 수유 방법

모유가 부족하거나 여타의 사정으로 혼합 수유를 할 경우, 모유와 분유의 비중에 따라 다양한 수유 스케줄이 나올 수 있으므로 각자의 상황에 맞는 맞춤 스케줄을 짜면 될 것이다.

- 모유가 부족해서 혼합 수유하는 경우 : 모유와 분유를 한 번씩 번걸아 수유하는 것보다는, 모유 수유 직후에 부족한 양 만큼 분유를 먹여서 한 번에 먹는 양을 충분하고 일정하게 맞춰주는 것이 좋다.

- 모유 양은 충분하지만, 여타의 사정으로 혼합 수유하는 경우 : 가능하면 모유를 먹일 때와 분유의 먹일 때의 수유량을 일정하게 맞추도록 하고, 규칙적이고 일정한 수유 간격을 유지하도록 한다.


자주 게워내는 아기, 어떻게 해야 할까?

어린 영아는 위와 식도를 연결하는 부위를 조여주는 기능이 아직 미숙하여 모유나 분유를 게워내는 증상이 자주 생길 수 있다. 허겁지겁 급하게 먹거나 너무 자주 혹은 많이 먹을 때 잘 생길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도 유난히 잘 게워내는 아기가 있다. 대개 월령이 증가하면서 점차 좋아지는 경향을 보이는데, 한동안 괜찮아졌다가도 뒤집기를 시작할 무렵에 다시 심해지기도 한다.

역류 예방을 위해서는 트림을 잘 시켜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너무 급하게 먹는 아기라면 좀 쉬었다가 다시 먹이거나 중간에 트림을 한 번 시키고 먹이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 트림을 잘 시켜주는데도 잘 게워내는 아기는 눕힐 때 상체를 45도 정도로 비스듬히 높여서 눕혀주면 역류 증상이 완화되기도 한다.

먹을 때마다 게워내거나 몸무게가 잘 늘지 않을 정도로 역류 증상이 심하다면, 반드시 병원에 데려가서 진료와 상담을 받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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