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나눠드립니다!
며칠 전부터 피터소아과 앞 복도에 나뒹구는 꽃송이가 대체 뭘까 궁금했었는데, 알고 보니 해피트리 꽃이었습니다.
해피트리의 꽃말을 검색해보니 '행복하세요!'라고 나오네요.
그래서 제 브런치를 찾아주시는 구독자 여러분께 행복을 나눠드리고자, 출근길에 찍은 '해피트리 꽃 사진'을 살포시 놓고 갑니다.
여러분, 행복하세요!
8월 말부터 9월 중순까지, 저는 '제9회 의학도수필공모전' 관계로 조금 바쁘게 지내야 했습니다.
작년에 예심 심사위원으로 의학도수필공모전에 처음 참여했던 제가 올해는 예심(12인 중 1인)과 본심(5인 중 1인)에 모두 참여하게 된 데다, 시상식 진행까지 맞게 되면서 심사와 행사 준비에 마음과 정성을 쏟지 않을 수 없었죠.
사실, 최근에 출간 계약을 맺은 저로선 남의 글 수십 편을 읽고 평가해야 하는 일이 성가신 부담으로 느껴졌더랬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저는 그 일에 깊이 몰입되어 있는 저 자신을 발견하게 되더군요.
약 20년 전에 제가 겪었던 과정을 그대로 지나고 있는 후배들이 청정무구한 감성과 열정으로 엮어낸 이야기는, 여유를 잃은 채 각박한 일상을 보내고 있던 제게 신선하면서도 건강한 기운을 불어넣어 주었습니다.
(얼떨결에 수락해버린 후론 내내 마음의 짐으로 자리했던) 심사 작업을 무사히 끝낸 성취감에 사뭇 고무되었던 저는, 마침내 이런 결심까지 하게 됩니다.
'그래, 이번 행사 끝날 때까진 책 집필은 잠시 접어두자!'
그리고 이번 미션을 무사히 잘 수행하면, 다음 일도 순조롭게 잘 풀릴 거라는 예감을 믿기로 했지요.
그렇게, 그 일에 온 마음을 푹 담근 채 지낸 4주가 흘렀습니다.
그리고 지난 주말에, 대망의 시상식 행사가 성황리에 끝났습니다.
이번 시상식 행사에서 가장 좋은 반응을 얻었던 건, 시상식이 끝난 후에 이루어진 수상자 개별 인터뷰였습니다.
의사수필가협회 신임 회장, 김애양 선생님은 '학생들이 주인공인 그런 행사를 꿈꿔왔는데 저도 모르는 사이 그 꿈이 실현되었어요. 정말 눈물 나도록 감격스러운 행사였습니다.'라는 감회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대본 없이 이루어진 인터뷰라 제가 잘 진행할 수 있을까 조금 걱정했었지만, 저도 모르게 학생들과의 대화에 푹 빠져서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즐겁게 임했던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제가 심사에 참여하면서 작품을 먼저 접했던 수상자들과의 대화였기 때문에, 더 심도 있는 이야기를 진행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한국의사수필가협회에서 주관하는 행사 중 가장 큰 이벤트의 진행을 처음 맡은 만큼, 뭔가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더랬습니다.
그래서 저는 행사 시작 전에, 번역가이자 문학평론가인 김화영 님의 산문집 '행복의 충격' 마지막 글귀를 낭송했습니다. 의대생 시절의 연극반 활동 경험을 되살려, 아주 오랜만에 연극톤 발성을 시도했죠.
당신은 혹시 보았는가?
사람들의 가슴속에서 자라나는 그 잘 익은 별을.
혹은 그 넘실거리는 바다를.
그때 나지막이 발음해보라.
청춘.
그 말속에 부는 바람소리가 당신의 영혼에 폭풍을 몰고 올 때까지.
사실 이 글귀는 수상자인 의대생 후배들을 염두에 두고 고른 것이었는데, 의미를 곱씹어 보니 저 자신을 향한 외침이기도 했더군요.
이번 행사를 통해 얻은 경험은 메말라가던 저의 영혼에, 폭풍까진 아니어도, 촉촉한 단비를 머금은 훈풍을 몰고 와 주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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