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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Apr 13. 2023

영화: 뭔가 보여드리겠습니다

혜성같이 등장한 코미디언 이주일의 출세기

스타는 혜성과 같이 나타난다고 하지만, 코미디언 이주일만큼 한 순간에 극적으로 등장한 스타도 없을 것이다. 그는 오랫동안 지방을 전전하는 쇼단과 극장식 술집에서 사회를 보아왔지만, 그를 아는 사람은 극히 소수였다. 그랬던 그가 1980년 무렵 TV 프로그램에 처음으로 출연하고, 그 단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전 국민의 이목을 끄는 코미디계의 대스타로 떠오른 것이다. 아마 50대 이하의 사람들은 이주일의 등장이 얼마나 극적이었는지 모를 것이다. 이주일은 “뭔가 보여드리겠습니다”라는 유행어와 오리 궁둥이 걸음으로 정말 전 국민의 사랑을 받았다. 


이렇게 혜성같이 등장하여 코미디계를 휩쓴 이주일이었지만 얼마 후 그는 TV 출연이 막혔다. 바로 전두환 때문이다. 이주일의 대머리 머리가 전두환을 연상시킨다고 하여, 그리고 이주일이 지금 세상을 후려 잡고 있는 사람은 두 대머리라는 말을 했다고 해서 당시 신군부 독재 정권은 이주일의 TV출연을 막았던 것이다. 정말 독재 정권의 코미디 같은 만행이었다. 

이주일이 스타로 등장하면서 그를 주인공으로 한 몇 편의 영화가 제작되었다. 그러나 그 대부분의 영화가 이주일의 인기를 등에 업고 흥행을 기대하는 얄팍한 상술에서 시작된 것으로서, 그 수준은 형편없었다. 그리고 TV 코미디 프로그램은 몇 분 안에 사람을 웃기는 호흡이 짧은 이야기이지만, 영화는 한 시간 이상의 긴 시간을 거쳐 관객들에게 재미를 주는 호흡이 긴 이야기이다. 그렇기 때문에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아주 재미있게 연기하는 코미디언이라도 영화에서 TV와 같은 재미를 주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이주일이 출연한 영화들은 거의가 흥행에 성공하지 못하였다. 


영화 <뭔가 보여드리겠습니다>는 이주일의 인기를 업고, 이주일이 만든 유행어를 제목으로, 이주일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로서 1980년에 제작되었다. 이 영화는 이주일이 일류 코미디언으로 등장하기까지의 이야기를 픽션화한 것이다. 


시골에 사는 주일은 서울에 가서 성공하여 애인인 맹자에게 뭔가 보여주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어느 날 아버지 몰래 집안의 있는 소를 끌고 나와 서울로 도망친다. 서울에 온 주일은 극장 쇼단에 들어가지만 실수를 거듭하는 바람에 쫓겨나 거리를 떠돈다. 그러던 어느 날 서울에 올라온 맹자와 우연히 만나 살림을 차린다. 

맹자와 함께 살게 되었지만 매일매일이 가난의 연속이다. 이리저리 극장 쇼단이나 술집의 사회 자리를 구해보지만, 얼굴이 못생겼다고 퇴짜 맞기 일쑤이다. 맹자는 아기를 가졌다. 아기를 낳을 때가 되었는데, 의사는 제왕절개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한다. 가뜩이나 돈 한 푼 없는 주일에게는 정말 난감한 일이다. 


친구의 소개로 간신히 들어갔다고 생각한 지방 순회 극장 쇼단도 출발 당일 사장이 이주일의 얼굴을 보더니 퇴짜를 놓는다. 이렇게 절망 상태에 있는 이주일에게 어느 날 친구의 소개로 TV에 출연할 기회가 온다. TV 코미디 프로에 출연한 주일은 오리 궁둥이 걸음을 보여주면서 사회를 본다. 이 단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대박이 났다. 그 프로그램을 본 전국의 시청자들이 난리가 났다. 이주일을 출연시키라는 시청자들의 소리가 방송국에 쇄도하였다. 


방송국 PD도 깜짝 놀랐다. 이주일을 출연시킨 반향이 이렇게 클 줄 몰랐다. 쏟아지는 팬들의 요구에 이주일의 계속 출연이 확정되고, 이주일은 그날부터 스타의 길을 걷게 되었다. 그동안 그를 무시하였던 사람들도 그에게 몰려들고, 이주일은 빌딩 옥상에서 풍선을 타고 하늘 높이 날아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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