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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Mar 04. 2023

영화: 요절복통 신양반뎐

부자 아버지의 대를 잇기 위한 양반 교육

1960년대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에는 액션 배우들이 많았다. 장동휘를 비롯하여 박노식, 허장강, 이대엽, 독고성, 오지명 등 많은 액션 스타들이 활약하였는데, 이들이 물러나기 시작한 1970년대 중반 무렵부터는 액션 배우로서 떠오르는 얼굴이 그다지 없다. 액션 배우들이 없어서 그랬는지, 아니면 액션 영화가 인기가 없어 그랬는지 어느 쪽인지는 모르겠지만 197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에 걸쳐서는 그다지 인상에 남는 액션 배우를 찾기 어렵다. 그런 가운데서도 새로운 액션 스타로서 등장한 배우가 이대근이다. 이대근은 액션 스타 가뭄기에 등장하여 액션 영화계를 휩쓸다시피 한다. 그런데 액션스타 이대근은 이후 점점 에로 영화 쪽으로 빠지고 만다. <가루지기>나 <고금소총>과 같은 시대 에로물에는 이대근이 단골 스타였던 것 같다. 


영화 <요절복통 신양반뎐>도 그런 이미지의 이대근을 주인공으로 하여 제작된 영화이다. 물론 이 영화는 에로 영화는 아니지만, 이야기의 전개 가운데 그런 분위기를 완전히 배제하기는 힘든다. 이 영화는 1992년에 제작되었다. 

왕근(이대근 분)은 큰 회사의 사장인 국광의 서자로 태어났다. 그는 강한 사내이지만, 서자인지라 아버지에게 거의 버림받다시피 한 처지이다. 왕근은 큰 농장을 소유하고 있는데, 그 농장을 용팔이에게 관리를 맡기고 있다. 왕근은 용팔이에게 의탁하여 농사일을 해주며 살아가고 있다. 용팔이에게는 웅녀(소비아 분)라는 예쁜 딸이 있는데, 그녀 또한 강한 여성적 기를 타고났다. 마치 가루지기의 변강쇠와 옹녀를 연상케 하는 설정이다. 용팔은 왕근이 일을 열심히 하면 나중에 옹녀와 혼인을 시켜주겠다고 약속을 했는데, 왕근은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고 있는데 용팔은 도통 딸을 줄 생각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 용팔이에게 왕근은 씩씩거리며 대들며 언제 웅녀를 줄 것인가 따진다. 


국광은 자수성가로 벼락부자가 된 인물이다. 그는 자신이 살아온 길을 돌이켜보고, 회사를 이어가야 할 후계자는 학식가 예의범절을 갖춘 양반과 같은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광에게는 본처로부터 얻은 아들이 하나 있는데, 국광은 이 아들을 후계자로 생각하고 있으나, 막상 그 아들은 그야말로 개망나니이다. 유흥에 빠져 돈을 흥청망청 쓰며, 여자들과 방탕한 생활을 하는 데다 마침내는 마약중독자가 되어 죽고 만다. 

국광은 적자가 죽은 마당에 이제 서자인 왕근에게 회사를 물려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왕근은 그야말로 무식한 데다 교양과는 담을 쌓은 자이다. 국광은 왕근을 교양과 덕과 예의범절을 갖춘 양반으로 키워 자신의 재산을 물려주려 한다. 이렇게 하여 왕근에 대한 양반교육이 시작된다. 국광은 윤정이란 여자를 선생으로 삼고 윤정이 데려온 몇 명의 여자를 조수로 삼아 왕근에게 양반 교육을 시킨다. 


그러나 자유분방하게 살아온 왕근에게 이 양반 교육이란 것은 죽을 맛이다. 게다가 교육을 받는 동안 이 양반 교육이란 것이 위선과 허영, 거짓으로 가득 찬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한다. 이 영화의 중심 내용은 양반 교육 과정에서 왕근과 윤정이 벌이는 싸움과 갈등이다. 마침내 왕근은 위선에 가득 찬 양반이라는 굴레를 벗고 지금까지와 같이 자유분방하게 살아가려고 마음먹는다. 왕근은 돈과 명예를 버리고 웅녀와 함께 농사를 지으며 희망찬 내일을 향해 출발한다. 


이 영화는 1980년대에 많이 제작되었던 싸구려 영화 가운데 하나이다. 이 영화 이후 <신양반뎐> 속편이 계속 제작되었는데, 나는 이 영화에 대해 거의 재미를 못 느꼈는데, 어떤 팬들이 이 영화를 좋아하여 속편이 계속 만들어졌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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