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항쟁 무력진압 후 도피 학생이 느끼는 절망적 사회 구조
광주항쟁을 다룬 영화로는 <택시 운전사>가 대표적이지만, 이전에도 가끔 광주항쟁에 관한 영화가 제작되기도 하였다. 영화 <오! 꿈의 나라>는 광주항쟁 후 전남 도청에서 마지막까지 항쟁하다가 계엄군이 들이닥치기 전에 극적으로 몸을 피한 한 전남대학교 학생을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이다. 이 영화는 1989년에 제작되었는데, 이 때는 전두환 정권이 끝난 후라 하지만 여전히 그의 후계자라 할 수 있는 노태우가 집권하고 있던 시기로서, 그러한 시기에 광주항쟁에 관한 영화를 제작하였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종수는 광주 항쟁 시 전남 도청에서 항쟁하다가 마지막 순간 도청을 탈출하여 계엄당국의 수사를 피해 피신 중에 있다. 그는 동두천에 살고 있는 고향 형뻘의 태호에게 몸을 의탁한다. 태호는 동두천에서 미군을 상대로 장사를 하고 있는데, 태호는 종수의 사정을 알고 기꺼이 자취방에서 함께 지내자고 한다.
태호는 목표는 돈을 모아 미국으로 가는 것이다. 그는 주위의 양공주들과 어울려 살면서 미군 PX에서 흘러나오는 물건을 암거래하거나, 아니면 미군과 양공주를 소개해주는 일 등으로 돈을 벌고 있다. 종수는 이런 태호의 생활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지만 피신 중인 그로서는 어쩔 도리가 없다. 그는 광주항쟁의 마지막 날 도청 사수에서 겪었던 일들이 트라우마로 남아 밤마다 악몽을 꾸곤 한다.
종수도 이제 양공주들과의 생활에 점점 익숙해진다. 주위에 살고 있는 양공주들의 유일한 희망은 미군과 결혼하여 미국으로 가는 것이다. 그러나 미군들의 달콤한 말에 속하 가지고 있던 돈을 모두 날리고 자살을 하는 여자가 있는가 하면 미군들의 폭력에 시달리는 여자들도 있다. 그렇지만 이런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그곳을 빠져나올 현실적 방법이 없는 그녀들로서는 그런 생활에 하루하루를 체념하고 보낼 뿐이다.
종수와 함께 전남 도청을 지키다가 그곳에서 죽겠다며 끝내 그곳에 남은 구두닦이 구칠이의 기억은 종수를 계속 괴롭힌다. 종수가 교사로 나가고 있던 야학의 학생이었던 구칠은 마지막에 종수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남아 이제 생사조차 알 수 없게 되었고, 그에 대한 죄책감으로 종수는 매일매일을 괴롭게 보낸다.
미군인 스티브는 미군 치고는 난폭하지 않고 상냥한 편이다. 그는 태호와 종수가 자취를 하고 있는 집 옆방에서 양공주 제니와 살림을 차리고 있다. 스티브는 종수의 암거래 장사에도 적지 않은 도움을 준다. 어느 날 스티브는 종수에게 PX 물건을 대량으로 받을 수 있는 좋은 장사거리가 있다며 돈이 된다면 이를 종수에게 소개해주겠다고 한다. 솔깃해진 종수는 자기가 그동안 자기가 모았던 모든 돈과 그 돈의 몇 배나 되는 빚을 얻어 스티브에게 건넨다. 그러나 스티브는 그 돈을 가지고 튀어버린다. 알고 보니 스티브와 동거하던 제니 또한 지금껏 번 돈을 모두 결혼을 약속한 스티브에게 건네주고 말았다.
절망한 제니는 자살해 버리고, 태호는 억장이 무너진 채 모든 것을 잃고 정신이 반쯤 나간 상태로 다시 현실로 돌아온다. 종수와 태호 앞에 기다리고 있는 것은 여전히 자신들이 넘을 수 없는 암울한 사회의 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