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여행, 셋째 날 호이안

(2018.12.29) 오행산과 호이안의 밤 뱃놀이

by 이재형

이틀 동안 잠을 제대로 못 잤는데, 어제는 마음껏 푹 잤다. 어제저녁 호텔에 들어오니 5시 반, 샤워를 한 후 그대로 잤다. 그리고 일어나니 오늘 아침 7시. 근래 이렇게 많이 자보긴 처음이다.

오늘 행선지는 먼저 오행산. 도착 첫날 가기로 했다 못 간 곳이다. 다낭에서 남쪽으로 차로 해변도로를 한참 달리니 갑자기 수많은 석상을 전시한 공원 같은 곳이 보인다. 작은 것은 1-2미터, 큰 것은 거의 5미터가 넘어 보이는 것도 있다. 전시관인가 생각했더니 그게 아니다. 모두 석물 공장이다. 금방 수많은 석물 공장, 석물 판매점이 나타난다.

오행산 정류장을 조금 지나 차를 내렸다. 길 양쪽이 온통 석물 공장이나 석물 판매점이다. 석상도 여러 종류이다. 불상에서부터 예수상, 마리아상, 동서양 인물상, 용, 코끼리, 사자, 호랑이 등 동물상, 항아리까지. 크기도 다양하다. 모두 대리석 제품이다. 대리석은 이 지방 특산물인 것 같다. 원래 대리석이란 이름이 붙은 것은 중국 남쪽의 대리(大理) 지방에서 많이 나오는 돌이기 때문이다. 베트남은 중국 남쪽 지방과 가깝기 때문에 대리석이 많이 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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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행산 부근 석상 판매점


오행산은 높이 평지에서 150미터 정도, 마치 범종과 같은 모양을 한 산이다. 그렇기 때문에 산 바깥쪽으로는 오르는 길은 없고, 산속으로 뚫린 동굴을 통해 올라가거니,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두 가지 방법밖에 없다. 산속 동굴 길은 두어 개의 코스가 있는 것 같다. 동굴 길을 택하였다.

넓고 넓은 동굴길이 이어진다. 종류동 같이도 보이는데 동굴벽을 찬찬이 보니 대리석이다. 그렇다. 오행산은 산 전체가 대리석 덩어리이다. 거대한 대리석 산, 그것이 바로 오행산이다. 산 주위에 있는 수많은 대리석 석물 공장이 이제 이해가 간다. 동굴 속이 개미굴처럼 복잡하다. 까마득 높은 곳에 구멍이 뚫려있고, 하늘이 보인다. 좁은 돌계단을 이용하여 구멍을 빠져나가니 오행산 정상이다. 아래 마을들이 넓게 퍼져있다. 주위에 오행산보다 크기는 작지만 비슷한 모양의 산들이 몇 개인가 보인다. 아마 모두 대리석 산이리라.


산을 내려오니 산 입구가 난장판이다. 관광버스, 승용차, 오토바이 등이 서로 엉켜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다. 클랙슨은 쉴 새 없이 빵빵거린다. 이곳 베트남의 제일 큰 공해는 빵빵거리는 차 경적소리의 소음 공해인 것 같다. 모든 차나 오토바이 등이 습관적으로 경적을 울린다. 하긴 이렇게 교통이 무질서하니까 사고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경적이 필요하겠다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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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행산

다음 행선지는 호이안. 다낭에서 해변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30킬로 정도 떨어진 작은 도시다. 고풍스러운 마을로 널리 알려진 도시다. 차에서 내리자 점심을 먹으러 쌀 국숫집 <포 슈아>를 찾았다. 호이안에 가면 꼭 들리라고 딸아이가 추천해준 식당이다. 테이블이 10개쯤 있는데 한 곳을 빼곤 모두 한국인이다. 호이안은 올드타운이 관광명소다. 주민들에 비해 관광객이 몇 배는 더 많은 것 같다. 골목마다 관광객들이 넘쳐흐른다. 한국인이 압도적으로 많지만, 서양인, 중국인들도 많다.


우리나라 관광객들은 단체여행이 압도적으로 많지만, 가족, 연인, 친구들끼리의 개별여행도 많다. 젊은 여자아이들끼리 온 경우도 많이 보이는데 남자 녀석들끼리 온 경우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이곳에서 보는 우리나라 젊은이들은 모두 잘 생겼다. 키도 크고, 체격도 좋고, 얼굴도 예쁘고 피부도 좋다. 옛날에는 서양인들과 비교하면 용모가 초라해 보였는데, 요즘은 우리 젊은이들이 훨씬 낫다. 모두들 동화 속 왕자님, 공주님같이 생겼다. 중국인들은 나이 든 사람들은 꾀죄죄한데 젊은이들은 훤칠하다. 젊은이들은 우리나라 사람들과 거의 구분이 되지 않는다. 아마 화장법이나 의복 스타일이 비슷해서 그럴 것이다.

코코넛 배를 타러 갔다. 코코넛 나무와 잎으로 만든 광주리 모양의 배다. 이곳에서는 옛날부터 ㅋ코넛 배를 타고 어로로 생계를 이어 왔지만 이젠 관광상품이 되었다. 아들과 둘이서 할머니가 노 젓는 코코넛 배를 한 시간 가량 탔다. 단체관광객들이 코코넛 배 군단을 이루어 지나간다. 코코넛오 배를 이용한 간단한 공연도 있고 해서, 아무튼 한 시간 정도는 재미있게 보낼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날씨가 매우 변덕스럽다. 거의 10분 간격으로 비가 세차게 내려치다가 개이곤 한다.

다시 호이안 올드타운으로 돌아왔다. 딸아이가 추천한 반미 식당인 <반미 프엉>에서 가볍게 간식을 먹었다. 반미란 바게트 빵에 계란 프라이, 다진 고기, 야채 등을 넣은 음식으로 밥, 쌀국수와 함께 베트남인들의 주식 가운데 하나로 알려져 있다. 맛집으로 알려져서 그런지 4-50명 정도 줄을 서있다. 내 입엔 그저 그렇다. 내겐 쌀국수가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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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이안의 코코넛 배

어두워지면 호이안의 거리는 점점 활력이 더해진다. 낮보다 몇 배나 많은 관광객들이 길을 메운다. 특히 야시장은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복잡하다. 호이안 올드타운을 따라 흐르는 투본강은 밤이 되면 불야성을 이룬다. 강을 따라 들어선 카페들은 오색 등불을 내걸고, 강 가운데는 등불로 장식한 작은 유람선들로 가득 찬다.

이왕 왔으니 유람선도 한번 타보기로 했다. 호객행위가 극성이다. 20분에 80만 동이란다. 아들이 어떡할 거냐고 눈짓으로 묻는다. 그냥 가자고 대답하고 걸으니 몇 걸음 사이에 60만 동, 50만 동, 40만 동, 30만 동으로 가격이 떨어진다. 아들이 그만 30만 동을 주고 타자고 한다. 조금만 더 기다렸으면 20만 동 이하로 떨어졌을 텐데....

유람선들이 부딪힐 듯이 지나간다. 그렇지만 뱃사공들은 능숙하다. 서로 어지럽게 교차하지만 배들이 부딪히는 법은 없다. 강변 상가의 오색등, 유람선의 등불, 투본 강의 밤은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다낭으로 돌아오기 위해 그랩 택시를 이용했다. 그랩 택시는 부르면 거의 일이 분 이내에 도착한다. 그랩은 필요할 때 언제든지 부를 수 있어 좋기도 하지만, 요금의 기준점이 되기도 해서 편리하다. 그랩 택시가 아니더라도 그랩 요금을 보여주면 가격 흥정이 간단히 되기 때문이다.

내일은 후에로 이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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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이안의 밤 품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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