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2.28.) 바나 힐과 영흥사
요즘은 해외여행을 하면 스마트폰이 생명줄이자 나를 지켜주는 신(神)이다. 숙소 예약정보, 일정계획, 중요 연락 포인트는 물론, 길 찾기, 교통편 이용하기, 직접 운전할 때는 내비 기능, 무료할 때는 시간 때우기 오락까지 모두 이 신에게 의지한다. 스마트 폰이 작동을 멈추는 순간 나는 국제미아가 된다.
그러니 신을 잘 모셔야 한다. 공양도 잘해야 하고. 지금 사용하고 있는 스마트폰과 과거에 쓰던 스마트폰, 그리고 태블릿 PC까지 해서 세 개를 가져왔다. 보조배터리 두 개, 그리고 공항에서 빌린 와이파이 도시락에 보조배터리까지 해서 하루 저녁에 7개를 충전시켜야 한다. 거기다가 집사람 스마트폰까지. 호텔 방안의 모든 콘센트가 풀가동된다. 그 덕택에 여행 중 헤매는 일은 없다.
오늘은 바나 힐에 가기로 했다. 높은 산 위에 있는 일종의 테마파크라 한다. 난 그다지 내키지 않았지만 서른두 살짜리 어린이가 가고 싶다니 어쩔 수 없다. 아침 7시에 호텔을 나와 그랩 택시를 불러 한 시간 정도 달리니 도착이다. 입장권은 1인당 70만 동, 우리 돈으로 35,000원이다. 가족 세 명 십만 원 베트남에선 꽤 큰돈이다.
케이블카를 타고 산 정상 부근으로 올라가는데 출발지가 각각 다른 케이블카 노선이 3개쯤 되는 것 같다. 관람객들이 꽤 많은데 케이블카 시스템이 상당히 효율적이다. 전혀 기다리지 않고, 우리 세 식구 6인용 케이블카를 독차지해 올라간다. 바나 힐은 해발 1,500미터에 위치해 있다 한다. 케이블카를 20분 정도 타는 것 같다.
온 산이 안개로 덮여 있다. 앞뒤에 있는 케이블카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짙은 안개다. 안갯속에서 20분 정도 기다리니 테마파크에 도착이다. 산이 높아 춥다. 짧은 티셔츠 위에 바람막이를 입었는데도 춥다. 비까지 부슬부슬 내린다. 테마파크가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다. 다양한 테마를 모아놓은 것이 바나 힐 테마파크의 특징인 것 같다. 생뚱맞게 그리스 조각상이 있는가 하면, 용인 에버랜드, 롯데월드, 디즈니랜드 등을 조금씩 기져와 섞은 듯하다.
관람객의 태반은 우리나라 사람이다. 한국인이 약 5-60%, 중국인과 서양인이 각각 10% 정도, 나머지가 다른 나라 사람들인 것 같다. 시간이 좀 지나니 그야말로 사람들이 물밀듯이 밀려온다.
높은 산을 충분히 이용해서 조성된 공원이다. 부처님 손바닥 같은 큰 손 위에 얹어져 허공을 걸을 수 있는 다리도 있고, 산 아래 위로 다양한 볼 것을 배치하여 여러 종류의 케이블카를 타볼 수 있도록 하였다. 아기자기하고 재미있다. 다만 베트남이 열대지방이라 기후가 변화무쌍한 데다 여기는 1,500미터 산 위라 일기변화가 더욱 심하다. 날씨가 좋다가 순식간에 비가 몰아치기도 하고, 또 금방 개인다. 추워서 당초 계획보다 4시간은 일찍 내려왔다.
오후 일정이 빈다. 영응사(靈應寺)에 가기로 했다. 베트남도 한자 문화권이라 오래된 사적은 모두 한자로 표기되어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나 일본과 마찬가지로 어려운 단어는 모두 한자 말이고. 다만 표기를 알파벳으로 할 뿐이다. 사람 이름도 발음은 어렵지만 대부분 한자 이름이다. 그것도 우리나라와 같이 석자로 된 이름.
영응사는 다낭 해변 산 중턱에 있는 절인데 속초의 낙산사와 비슷한 느낌이 든다. 그렇지만 규모는 낙산사보다 훨씬 크다. 높이가 30미터 정도는 될 것 같은 거대한 부처상이 이 절의 명물이다. 산 중턱에 건립된 이 불상은 멀리서도 잘 보인다. 부처상이 흰색인데 화강암 색은 아니다. 시멘트인 것 같이도 보이고 석회칠을 한 것 같이도 보인다. 혼자서 속으로 뭐 이렇게 싸구려 재료로 불상을 만들었나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가까이 가서 만져보니 대리석이다. 대리석으로 만든 거대 불상, 과연 명물 이리 할 만하다고 생각했다.
저녁은 다낭 시내 다운타운에 있는 면요리집으로 갔다. 이 집은 보통 쌀 국숫집과는 메뉴가 좀 다르다. 미꽝이라 하는데, 면도 라면에 가까워 보이는 누런 색이며, 마치 카레처럼 보이는 수프를 얹어 먹는다. 비빔국수라 할까, 짜장면이라 할까.
어제 공항에서 환전한 100불, 호텔에서 환전한 100불. 돈이 간당간당한다. 식당 근처 금은방에서 환전을 했다. 500불 환전하니 천이백만 동쯤 된다. 부자가 된 기분이다. 아들에게 "돈 마음껏 흥청망청 써"하면서 몇백만 동인가 쥐어줬다.
그랩 택시, 구글 지도, 에어비앤비, 호텔닷컴, 네이버와 다음의 베트남 여행정보 이 정도를 이용하니 여행에 전혀 불편이 없다. 비용도 이전보다 훨씬 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