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윤발과 유덕화 콤비의 도박 영화
1980년대에는 홍콩 르누아르 영화가 큰 인기를 얻었다. 이때의 대표적 스타가 주윤발(周潤發)과 유덕화(劉德華) 등이었다. 이들 영화의 인기가 조금 시들해질 무렵 새로이 등장한 것이 도박 영화였는데, 이는 폭력영화와 결합하여 홍콩 르누아르의 새로운 장르를 열었다. <도신 정전자>(원제: 賭博)는 이러한 시기에 만들어진 코미디가 가미된 도박영화로서 1989년에 제작되었다.
고진(주연발 분)은 천재적 도박사로서 도신(賭神), 즉 ‘도박의 신’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고 있다. 그의 도박 실력은 홍콩, 대만, 싱가포르 등 전 중화권에 알려져 있다. 그는 시카무라라는 일본인의 초청을 받아 일본으로 간다. 시카무라는 야쿠자 조직의 일원이기도 한데, 그의 아버지가 상대 야쿠자 조직의 함정에 빠져 도박으로 돈과 목숨을 잃어버렸다. 시카무라는 고진에게 자신을 대신하여 도박으로 복수해 달라고 요청한다. 고진은 상대 야쿠자 조직이 내세운 미치코란 여 도박사를 상대로 멋있게 승리한다. 시카무라는 고진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하며 사례를 하겠다고 하지만 고진은 이를 거부하고 표표히 홍콩으로 귀국한다.
도자이(유덕화 분)와 제인(왕조연 분)은 다른 친구 한 명과 같이 조무래기 생활을 하면서 근근이 살아간다. 푼돈을 가지고 도박을 하기도 하고, 돈이 생기는 일이라면 약간의 불법적인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일은 잘 풀리지 않고 생활은 쪼들림에서 벗어날 길이 보이지 않는다. 제인의 부모는 그런대로 사는 중산층인데, 딸이 앞길의 희망이라고는 보이지 않는 놈팡이 같은 도자이와 함께 지내는 것이 내내 불만이다.
어느 날 도자이와 제인은 자신들에게 횡포를 부리는 건달을 골탕 먹이려고 언덕 위에 발이 빠질 정도의 작은 함정을 판다. 그런데 그날밤 이곳을 지나가던 도신 고진이 이 함정에 빠져 언덕 아래로 굴러 떨어지고 만다. 도자이와 제인은 그를 구해 치료해 주지만, 고신은 기억상실증에 걸렸다. 깨어난 고신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 하는 행동이 마치 어린아이와 같다. 도자이와 제인이 고신을 쫓아내려 하지만 고신은 나가지 않겠다고 떼를 쓴다. 고진은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하는데, 초콜릿을 무척 좋아하는 그에게 도자이는 ‘초콜릿’이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도자이가 참가한 조그만 도박판에 우연히 낀 초콜릿은 천재적인 도박실력으로 판돈을 휩쓸어 버린다. 초콜릿의 도박실력을 안 도자이와 제인은 그를 이용하여 돈을 벌려고 한다. 초콜릿은 도박에서 연전연승하지만 건달들은 쉽게 돈을 내놓지 않는다.
한편 도신 고진이 행방불명되자 그의 약혼자인 쟈넷을 비롯한 동료들은 그를 찾기 위해 나섰다. 그러나 그는 어디에 숨었는지 보이지 않는다. 고신의 경호원 역할을 하던 동료 룽우도 그를 열심히 찾아다닌다. 도신을 적대시하던 조직에서는 고신의 동료들에게 거대한 도박을 도전해 온다. 이 도박을 앞두고 동료들은 고진을 찾아내며 고진은 도박승부에 나선다. 고신은 머리에 충격을 받는 우연한 사고로 다시 옛 기억을 되찾았다. 도박은 공해에 정박한 유람선 상에서 이루어진다.
이 승부에서 고진은 극적으로 상대조직을 상대로 도박 승부에서 승리한다. 그러나 상대 조직은 도박에서 패배할 것을 예상하고 함정을 숨겨두었다. 그러나 이 사태까지를 예견한 고진은 이에 대한 준비를 사전에 모두 해두었으며, 적들은 도리어 자신의 함정에 빠져 돈을 잃고 또 경찰에 체포된다.
도박은 사회악이지만 도박 영화는 재미있는 것이 많다. 도박이란 것이 인간의 욕심이 가장 첨예하게 부딪히는 게임이고, 또 많은 속임수와 심리전, 그리고 반전적인 요소가 많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