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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여행E8

(2021-04-07) 백련사 동백과 꽃의 사찰 남미륵사

by 이재형

아침에 일어났으니, 아침밥을 해결해야 한다. 숙박을 한 모텔이 강진읍 번화가에 있어 주위에 음식점들이 많이 보였으나 선뜻 내키는 곳이 없다. 어떡할까 망설이다가 일단 관광을 하다가 적당한 음식점이 보이면 해결하기로 하였다.


24. 백련사의 동백 숲


백련사란 이름의 절이 전국 이곳저곳에 많이 있는 것 같다. 내가 가 본 곳만 하더라도 서너 군데는 된다. 백련사는 강진을 대표하는 절 가운데 하나로서, 동백이 유명하다고 한다. 강진은 우리나라 거의 남쪽 끝에 위치하고 있는데, 사찰이 많은 것 같다.


백련사 주차장에 오니 일주문을 통해 산길로 올라가는 도보 길이 있고, 그 옆으로 절까지 바로 차량으로 갈 수 있는 도로가 있다. 도보 길은 상당히 가팔라 보인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걸어가려고 하니, 집사람이 그냥 차로 올라가자고 한다. 도로에는 외부차량 출입금지란 푯말이 서 있는데 괜찮겠느냐고 하자, 다 그렇게 써두는 것이라 하며 그냥 올라가자고 한다. 불교 신자가 그러는데 할 말이 없다. 차로 몇 백 미터 정도 올라가니 절 마당이 나오고 여러 대의 차들이 주차되어 있다.


백련사는 크지는 않은 절이다. 그렇지만 아주 잘 균형이 맞는 잘 정돈된 느낌을 갖는 절이다. 있을 자리에 적당한 크기의 건물이 들어앉아 있고, 이것들이 또 전체적으로 잘 어울린다. 이렇게 균형 있고 정돈된 절은 찾기 쉽지 않다. 절 입구에는 잎과 꽃이 전혀 붙어 있지 않는 가지만 남은 큰 나무가 서있다. 가까이 가서 보니 백일홍이다. 이렇게 큰 백일홍 나무를 본 적이 없다. 화려한 꽃이 피어 있는 백일홍도 아름답지만, 이렇게 뼈만 남아 푸른 하늘을 배경 삼아 서 있는 큰 백일홍 나무는 또 그대로의 멋이 있다.


절 안으로 들어가니 대웅전 앞에도 큰 백일홍 나무가 보인다. 이것도 문 밖에 있는 백일홍과 크기가 비슷하다. 이 백일홍 나무 두 그루가 이곳 백련사의 명물인 것처럼 보인다. 절터에 들어선 여러 절집들이 전체적으로 균형을 이루고 있으면서, 하나하나가 그 자체로서 소박하고 아담하게 지어져 있다. 집사람이 불공을 드리는 사이 나는 절 이쪽저쪽을 구경하였다. 절 안에는 동백나무가 많이 심어져 있다. 동백나무들이 꽃을 피우며 자태를 뽐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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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는 길에 집사람에게 차로 주차장까지 운전하라 그러고, 나는 도보로 걸어 내려가기로 하였다. 절을 빠져나오니 바로 울창한 숲이다. 동백나무 숲인데 이렇게 넓고 울창한 동백나무 숲은 처음 본다. 그리고 그 가운데는 엄청나게 큰 동백나무도 보인다. 높이가 거의 10미터 가까운 것도 있다. 작년에 거제도와 여수 오동도에서 동백나무 숲을 구경한 적이 있다. 여기 동백나무 숲은 그 규모와 밀도에서 거제도와 오동도의 동백나무 숲을 훨씬 웃돈다. 크고 작은 동백나무와 꽃들을 감상하면서 주차장까지 걸어 내려왔다.


25. 가우도 출렁다리


어제 잠시 들렀던 가우도 출렁다리로 다시 가기로 하였다. 백련사에서는 자동차로 10분 정도의 거리에 있다. 다리 입구의 특산물 가게에서 오뎅과 삶은 달걀로 대충 배를 채우고 다리를 걸었다. 오늘도 날씨는 더없이 좋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푸르다. 푸른 하늘과 푸른 바다가 서로 어울려 절경을 이룬다. 가우도까지 가는 출렁다리는 가운데가 높고 양 끝이 낮은 형태로 되어 있다. 다리 중간중간에는 투명한 바닥을 만들어 다리 위에서 바로 발 밑의 바다를 내려볼 수 있도록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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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서 가우도까지 갔다. 가우도에는 한 때는 100명 이상의 사람들이 산 적도 있었으나, 지금은 10여 가구 30명 정도가 살고 있다고 한다. 출렁다리는 사람들은 건널 수 있지만 차량은 건널 수 없다. 가우도 주민들은 지금과 같은 도보 다리와 차량도 다닐 수 있는 일반 다리 가운데 어느 쪽을 더 원했을까? 편리하기로는 차량이 다닐 수 있는 다리가 훨씬 나을 것이다. 그렇지만 도보 다리로 인해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들고 있으므로, 이들의 소득에는 오히려 도보 다리가 더 나을지도 모른다.


이왕 온 김에 가우도를 일주하고, 섬 건너편에 있는 다리를 통해 강진만 저쪽까지 건너가 보고 싶었지만, 시간이 허락하지 않는다.


26. 남미륵사 꽃구경


다음 행선지는 강진 남미륵사이다. 가기 전에 다시 영암 월출산 아래 유채밭을 가 볼까 하였으나, 시간이 허락하지 않는다. 남미륵사 근처에 가니 <세계미륵종대본산 남미륵사>라는 도로 안내판이 나온다. 아마 남미륵사는 불교 계통의 신흥 종교 사찰인 것 같다. 이걸 보더니 집사람이 금방 시큰둥해진다. 사이비 종교 사찰 같은 데 가서 뭐하냐는 것이다. 그래도 꽃이 좋다고 한다고 설득하고, 남미륵사로 달렸다.


평일이라 대개의 사찰에 가면 사람들이 거의 없다. 넓은 주차장에는 몇 대의 차만이 주차되어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남미륵사는 그렇지 않았다. 주차할 자리를 찾기 어려울 만큼 주차장에 차가 빽빽하다. 겨우 주차를 하고 절 입구로 갔다. 주차장 주위는 전부 꽃으로 둘러싸여 있다.


미륵사 입구부터가 좀 이국적인 느낌을 갖게 한다. <세계불교미륵대종총본산 남미륵사>라고 쓰인 큰 바위 옆에는 역시 돌로 만든 큰 코끼리 상이 서있다. 입구로 들어섰다. 절로 향하는 길이 뻗어져 있는데, 길 양쪽과 가운데는 모두 꽃이다. 주로 철쭉, 산철쭉, 영산홍 등의 꽃인데, 이렇게 화려한 꽃길은 지금껏 본 적이 없다. 절까지 이르는 길은 400-500미터 정도 되어 보이는데, 그 길을 모두 꽃이 덮고 있으므로 걷는 것이 전혀 지루하지 않다. 철쭉류 외에 벚나무도 많은 것 같은데, 이미 벚꽃은 모두 져버렸는지 잘 보이지 않는다. 절까지 이르는 길은 모두 꽃의 터널이라고 해도 좋았다.


절에 들어가니 법당을 비롯하여 여러 건물들이 보이고, 이쪽저쪽에 큰 불상들이 세워져 있다. 그런데 불상의 얼굴들이 모두 이국적이다. 인도인들 같이 보이기도 하고 서양인처럼 보이기도 한다. 건물도 우리가 주위에서 흔히 보는 사찰의 양식과는 좀 다르다. 절 본당과 부속 건물들은 비교적 좁은 터에 지어져 있다. 절 안도 모두 꽃이다. 절 뒤로 몇 개의 건물들이 보이는데, 그리로 가는 길들도 모두 꽃 길이다. 좁은 길 위로 꽃가지가 뻗어 있어서 손으로 꽃가지를 쳐들고 걸어야 한다. 여하튼 절 전체가 꽃으로 덮여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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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 옆쪽으로는 역시 꽃길이 뻗어 있는데, 그리로 가면 아미타대불(阿彌陀大佛)이 있다. 꽃향기에 취해서 흥겹게 걸어간다. 꽃길을 벗어나면 오른쪽으로 화강암으로 만든 계단이 있고, 거기를 올라가면 역시 불당과 거대한 아미타 대불이 서있다. 이 아미타 대불은 청동으로 만들었는데, 높이가 36미터, 둘레가 32미터로 동양 최대의 아미타 대불이라고 한다. 불상을 구경하고, 그리고 꽃구경을 하면서 다시 내려온다.


이렇게 꽃이 화려하다 보니까 큰 카메라를 가지고 와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꽃그늘 곳곳에는 많은 여자들이 여러 가지 포즈를 잡아가며 사진을 찍고 있다.


남미륵사와 대한불교미륵대종이란 종교는 1980년대에 창건되었다 하니 신흥종교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이 종교가 어떤 교리를 가지고 있고, 또 어떤 내용의 종교인지 전혀 모른다. 그렇지만 화려한 꽃구경 그 하나만으로도 이 절을 찾을 가치는 충분히 있다. 꽃구경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권하고 싶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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