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진도 여행 E9

(2021-04-07) 구례 전통시장과 지리산 화엄사

by 이재형

이제 웬만큼 볼 것은 다 보았다. 이제 슬슬 집으로 가야한다. 지리산 아랫 자락을 거쳐 집으로 가기로 하였다. 아침을 시원찮게 먹어서 그런지 배가 고파온다. 화개장이나 구례장에 가서 적당한 식당을 찾아보기로 하였다. 공교롭게도 이 두 시장 모두 5일장이 서는 날은 아니다.


27. 구례전통시장


구례 읍내에 들어가 시장 근처 큰 주차장을 발견하고 주차를 하였다. 주위의 식당을 찾았다. 치킨집, 족발집, 고기집 등 우리나라 어디에 가도 볼 수 있는 음식점들밖에 보이지 않는다. 시장에 가면 특색있는 음식점이 많으므로 그리로 가기로 하였다.


시장에는 이쪽저쪽에서 아주머니, 할머니들이 조그많게 노점을 벌여놓고 산나물을 팔고 있다. 취나물, 두릅, 머우 등 종류도 다양하다. 집사람이 한 곳에 들러 취나물을 산다. 한 무더기에 5천원이라는데 양이 엄청나다. 집사람이 입버릇처럼 좀더 주세요하니 그 말을 할 때마다 엄청난 양을 더 집어준다. 취나물과 더덕, 그리고 이름도 잘 기억이 나지 않는 두 가지 산나물을 더하여 2만원 어치를 사니 그 무게가 상당하다. 앞으로 집에서 한 열흘은 계속 산나물 비빔밥을 먹을 것 같다.

시장에 식당이 잘 보이지 않는다. 어느 시장에서나 볼 수 있는 국밥집은 물론 순대국집 조차 보이지 않는다. 어쩔수 없이 찾다보니 칼국수집이 보인다. 성에 차지 않지만 배가 고프니 할 수 없다. 팥죽칼국수가 전문이라 하여 먹었는데, 맛은 그냥 그저 그렇다.


식당을 나와서도 집사람이 자꾸 욕심이 생기는 모양이다. 양파 큰단 두 개와 몇가지 산나물을 더 산후 구례시장을 출발하였다.


28. 화엄사


구례시장을 나온 후 마지막으로 화엄사를 둘러보기로 하였다. 구례시장에서 10분 정도 걸리는 거리에 있다. 화엄사는 이전에 가본적이 있는 것 같은데, 갔는지 안갔는지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나이가 들면 한 가지 좋은 점은 과거에 본 영화가 잘 생각이 나지 않아 본 영화를 또 봐도 재미있다는 것인데, 나도 전에 화엄사 구경을 한 적이 있는지 잘 생각이 나지 않아 다시 봐도 새로울 것 같다.


화엄사에 도착하였다. 도착하고 보니 이전에 이곳에 왔던 적은 없는 것 같다. 화엄사에 대한 첫인상은 한마디로 웅장하다는 것이었다. 그동안 여러 절들을 가보았지만 이렇게 웅장한 절은 처음이다. 건물도 크고, 종도 크고, 북도 크고, 마당도 넓고, 길도 넓고 여하튼 화엄사의 모든 것은 크고 넓고 웅장하다. 그 웅장함에 압되된다. 그동안 불사를 많이 벌였는지 절로 올라가는 길도 깨끗한 하얀 화강암으로 만든 계단이다.


집사람이 불공을 드리는 동안 절을 구경하였다. 국보인 석등도 보인다. 석등도 거대하다. 화엄사는 워낙 전통이 오래되고 큰 절이므로 문화재도 많다. 각황전과 각황전 앞에 있는 석등, 사사자 삼층석탑, 영산회 괘불탱은 국보이며, 대웅전과 대웅전 내의 삼신불탱, 사자탑, 오층석탑, 화엄석경(華嚴石經) 등은 보물로 지정되어 있다. 이 밖에도 지방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는 문화재도 수없이 많다.

20210407_144605.jpg
20210407_144817.jpg
20210407_145600.jpg
20210407_145616.jpg


화엄사는 특이하게 종이 놓여 있는 범종각(梵鐘閣)과 북이 놓여 있는 운고루(雲鼓樓)가 별도로 지어져 있다. 대웅전 쪽에서 내려다보면 오른 쪽에 범종각이 왼쪽에 운고루가 있다. 마침 운고루에서는 몇몇 스님이 목어(木魚)를 치고 있다. 탄력있는 목어의 소리가 온 절에 울려퍼진다.


29. 섬진강길 드라이브


화엄사에서 20분 정도 달리면 쌍계사가 나온다. 쌍계사에는 몇 년전 벚꽃구경을 위해 찾은 적이 있었으나, 절을 몇 킬로 앞두고 차들이 줄지어 밀려있어 포기하고 돌아온 적이 있다. 구례에서 쌍계사 가는 길은 섬진강을 끼고 달린다. 도로 양쪽은 오래된 벚나무 가로수들이 줄지어 서있고, 그 아래로는 섬진강이 흐른다. 이곳 섬진강 길은 봄이 되면 전국에서 손꼽히는 벚꽃 명소이다. 그러나 지금은 아쉽게도 벚꽃이 대부분 져버렸다.


한참을 달려 쌍계사에 도착하였다. 집사람에게 절에 들리겠냐고 물으니 너무 피곤한지 그냥 가자고 한다.


이젠 바로 집으로 간다. 남원을 거쳐 고속도로를 달리니 나도 피곤이 몰려온다. 집사람과 운전대를 바꿔 잡으며 드디어 어둡기 전에 세종시 집에 도착하였다. 집사람이 금방 만든 산나물로 비빔밥을 해먹으니 맛이 꿀맛이다. 3박4일의 피곤한 여행 끝에 거실 소파에 앉으니, 여기가 또 천국처럼 여겨진다.


(진도여행 끝)


keyword
이전 17화진도여행E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