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4-06) 우수영과 강진 가우도 출렁다리
이제 진도 여행은 끝났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하나는 목표 방면으로 거쳐 가는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강진 방향으로 거쳐 가는 것이다. 목포 쪽으로는 작년에 몇 번 가보았으므로 이번엔 강진 방면으로 가기로 하였다.
진도대교를 건너오니 오른쪽에 우수영(右水營)이라는 도로안내판이 보인다. 좀 늦었지만 들어가 보기로 하였다. 우수영은 <전라우도 수군절제사>(全羅右道 水軍節制使)가 근무하는 병영이었다. 우수영은 과거의 우수영을 복원함과 아울러 전시관, 기념 조형물 등 다양한 시설을 마련해두고 있다. 아직 완성되지는 않고 공사가 계속 중이라는 느낌도 들었다. 이순신 장군을 기념하는 조형물, 그리고 임진왜란 시 조선수군의 활약을 기념하는 조형물 등이 여기저기 배치되어 있다. 전시관에 들어가 보았다. 이순신 기념관이라 해도 좋을 만큼 주로 이순신 장군의 활약과 관련한 여러 전시물이 전시되어 있다. 그건데 그중에는 고개를 갸웃하게 하는 설명도 있었다. 예를 들면 명량해전에서 4,000명 정도의 왜병을 죽였다고 하는데, 이는 믿기 어렵다.
명량해전에서 출동한 왜선들은 모두 200척이 넘지만, 실제로 전투에 참가한 배는 30척 정도이다. 그 가운데 20여 척 정도가 피해를 입었는데, 그중에서 침몰한 배가 몇 척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일본 수군의 배는 안택선(安宅船, 아다케부네)과 관선(關船, 세키부네), 소선(小船, 코부네)으로 나뉘는데, 안택선은 우리나라에서 보통 대장선이라 불렀다. 승선인원은 100명을 조금 넘는 정도인데, 이 배는 지휘선으로서 전투에는 거의 참여하지 않는다.
관선, 즉 세키부네는 주로 활과 조총 등 원거리 공격을 주로 하는 일종의 전함으로 보통 승선인원은 60명 정도이다. 그리고 소선, 즉 코부네는 적의 배에 붙여 적군의 배에 병사들이 난입하여 싸우기 위한 배로서, 승선인원은 16명 정도로서 노병을 제외한 전투병들은 그 반 정도가 된다. 명량해전에 직접 전투에 참여한 배들은 대부분 세키부네와 코부네일 것인데, 전투에 참여한 병사들이 모두 죽었다고 하더라도 전사자가 4,000명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전투에서 죽인 왜군의 숫자가 적다고 해서 명량대첩의 승리가 조금도 그 빛이 바랠 수는 없다. 정확한 사료에 바탕을 두고 역사를 정확하게 기술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이야기가 잠시 옆으로 빠지지만, 임진왜란 때 해전 기록을 보면 이순신 장군의 큰 승리의 기록은 대체로 전쟁 초기에 몰려있다. 왜 그랬을까? 일본 수군으로서도 연속되는 패전으로 전투에 방어적, 소극적으로 임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지만 그보다는 본격적인 해상전에 대비하여 일본 수군도 전력을 강화하여 이전처럼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왜군이 처음 조선을 침략했을 당시만 하더라도 일본은 해전이라는 것을 생각지도 않았고, 그렇기 때문에 수군 전력에 대해서도 거의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때 동원된 대부분의 배는 병사와 보급물자를 나르기 위한 수송선이었으며, 해전을 위한 전투선은 거의 없었다.
게다가 장비에 있어서도 큰 차이가 났다. 일본의 주된 전투 형태는 세키부네에서 쏘는 조총과 활, 그리고 꼬부네를 타고 적선에 뛰어들어 백병전을 벌이는 방식이었다. 이에 비해 조선은 판옥선이 주된 전력으로서, 판옥선은 일본의 세키부네는 물론, 아다케부네보다도 더 컸다. 그리고 이들 판옥선은 조총보다 사거리가 훨씬 더 길고, 파괴력이 압도적인 대포를 장착하고 있었다. 그래서 전함대 전함의 대결에서는 왜군이 조선 수군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그렇지만 만약 왜병들이 조선의 함선에 난입하게 된다면 그때는 도리어 승부는 끝이다. 전국시대(戰國時代)를 거치면서 허구헌 날을 전장에서 살아온 백전노장의 왜병들에 비하여 조선 수군은 근접전, 백병전에 대응할 전력은 거의 갖추지 못하였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었다. 전투병들은 궁병과 포병뿐으로, 백병전을 담당할 전력 자체가 없었다.
이렇게 왜군들도 조선 수군의 전술을 파악하고, 또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 수군을 대폭 강화하였으므로, 전쟁이 계속됨에 따라 조선군은 이전과 같은 일방적인 승리를 거두기 어려운 상황으로 바뀌었던 것이다.
차는 강진 방향으로 달린다. 슬슬 배가 고파 온다. 강진의 음식점을 검색해 보았다. 허영만의 <백반 기행>에 나왔다는 우리식당이라는 곳이 자주 나온다. 그리로 가기로 하였다. 작년에 통영에서 유시민이 출연한 <알쓸신잡>이라는 프로그램에 등장하였던 <벅수 다찌>라는 곳을 찾아갔으나, 크게 실망한 적이 있었다. 가격도 1인당 3만 5천 원으로 비쌌는데, 음식도 영 아니었다. 이번에도 실망한다면 이제 TV에 등장한 식당에는 절대 들리지 않으리라.
백반은 만원 짜리와 만 오천 원짜리가 있다길래, 만원 짜리를 주문하였다. 좀 있다가 백반이 나왔는데, 이건 굉장하다. 약 20가지의 반찬인데, 회와 돼지고기 수육까지 있다. 밥도 고봉으로 주다시피 하는데 아주 맛있다. 소주를 한병 주문하여 반찬을 안주로 술과 밥을 먹는다. 나물, 김치 모두 맛있다. 보통 백반집에 가변 몇몇 반찬에만 손이 가는데, 이번엔 반찬 한 가지 남김없이 싹싹 다 먹어치웠다. 다른 이들에게도 추천할만한 식당이다.
식당에서 조금 더 가면 <가우도 출렁다리>가 나온다. 식사를 마치고 그리로 갔다. 가우도 출렁다리는 강진만 가운데 있는 가우도를 양쪽에서 연결한 보행자 전용 다리인데, 이름과 달리 실제로 출렁거리진 않는다. 강진만은 마치 홍해와 같이 생겼다. 좁은 바다가 내륙 깊숙이까지 파고든 모습을 하고 있는데, 그 만 한가운데 가우도란 섬이 있다.
차에서 내리니 사방이 깜깜하다. 출렁다리 위에는 화려한 조명등이 켜져 있다. 다리에 올라 가우도 쪽으로 걸어가 본다. 멀리 보이는 집들의 조명과 어울려 밤바다의 전경은 아름답다. 하루 종일 따뜻하던 날씨가 밤이 되니 온도가 급속히 떨어진다. 밤바다 바람이 차다. 이러다가 감기에 걸리면 또 몇 달을 고생한다. 내일 다시 오기로 하고, 발길을 돌렸다.
오늘 밤 숙소는 강진 읍내에 있는 모텔이다. 강진 읍내로 들어서니 생각보단 큰 도시이다. 사전에 예약해둔 모텔로 갔다. 모텔들이 파리만 날릴 것 같은데,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전화로 예약을 하려는데, 여러 곳에서 빈 방이 없다고 한다. 몇 번 전화를 하여 겨우 예약을 한 곳이다. 방에 들어가니 조그만 소파가 하나 있다. 그렇게 반가울 수 없다. 오랜만에 소파에 앉아 발을 뻗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