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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Aug 14. 2023

영화: 키퍼스(Keepers)

외딴섬 등대에서 금괴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탐욕과 살인

20세기 초 영국 스코틀랜드의 아이린모어라는 외딴섬에서 등대를 지키던 3명의 등대지기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사건이 발생하였다고 한다. 이 사건의 전말은 끝내 비밀에 묻혀 있으며, 사라진 등대지기도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다. 영화 <키퍼스>(Keepers)는 이 사건을 모티브로 하여 2018년 영국에서 제작되었다. 


영국 스코틀랜드의 외딴섬에 있는 등대에는 토마스, 제임스, 도널드라는 3명의 등대지기가 등대를 지키고 있었다. 토마스는 등대지기 반장이며, 제임스는 토마스와 거의 동년배로 보이는 50대 후반의 남자, 그리고 도널드는 2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신입 직원이다. 이 세 사람은 아무도 찾은 이 없는 이 등대를 매일같이 묵묵히 지키고 있다. 이미 이 일에 익숙한 토마스와 제임스는 등대지기 일이 이미 익숙해 있으나, 젊은 도널드는 외딴섬에서 사람들과 접촉도 없는 등대에서 매일을 보내는 것이 힘들기 그지없다. 


함께 섬을 순찰하던 세 사람은 외딴곳 절벽 아래 바닷가에 작은 배가 난파해 있고, 사람이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한다. 토마스는 싫다는 도널드를 억지로 내려 보내 조사를 시키는데, 이때 죽은 줄 알았던 사내가 갑자기 일어나 도널드를 공격한다. 도널드는 사내와 맞서 싸워 결국 사내를 죽이고 만다. 그리고 난파선에 실려 있는 큰 궤짝을 발견하고 그것을 가지고 온다. 

궤짝을 등대로 가져와서 제임스와 도널드는 궤짝을 열어보자고 한다. 그렇지만 토마스는 궤짝을 열어서는 안 된다면서, 자신이 궤짝을 보관하겠다고 한다. 그리고 밤에 나머지 두 사람이 없는 틈에 혼자서 몰래 궤짝을 열어 본다. 그 속에는 금괴가 가득 들어있다. 그러나 토마스는 이 사실을 두 사람에게 비밀로 부친다. 토마스는 왜 혼자서 궤짝을 열어보고, 또 금괴가 있다는 사실을 혼자만 알고 그것을 동료들에게 말하지 않았을까? 영화에는 이에 대한 설명이 없지만 아마 금괴를 혼자 차지하려는 욕심이 컸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렇지만 제임스와 도널드는 토마스가 자리를 비운 틈을 타서 궤짝을 열어본다. 등대지기의 적은 월급으로 살아온 그들로서는 눈이 휘둥그레질 만큼 큰 보물이다. 그들은 토마스에게 이 금괴를 세 명이서 나누자고 한다. 그러나 토마스의 생각은 다르다. 이 금괴는 누구의 것인지 모른다. 범죄자들의 것일 수도 있고 아니면 누가 잃어버려 경찰이 찾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여하튼 어느 경우든 이들 셋이 금괴를 습득하였다는 사실을 다른 사람이 눈치채게 해서는 안된다. 다른 사람이 이 사실을 알 경우 그들은 당장 위험해진다. 이곳은 스코틀랜드에서도 아주 오지이다. 이런 곳에서 가난한 등대지기들이 금괴를 팔려거나, 금괴를 판 돈으로 돈을 흥청망청 쓰게 되면 당장 소문이 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그들은 끝장이다. 


토마스는 제임스와 도널드를 타이른다. 금괴를 나누는 것은 좋지만 절대로 자신들이 갑자기 돈이 생겼다는 사실을 다른 사람이 알게 해서는 안된다. 몇 년을 평상시와 같이 행동하고 생활하면서 금을 다른 사람 모르게 조금씩 처분하여 금괴를 가졌다는 사실을 숨겨야 한다고. 이 말을 들은 제임스는 그 말을 받아들이지만 도널드는 불만이다. 갑자기 돈이 생겼는데, 쓰지 않고 어떻게 견디란 말인가...

폭풍우 치는 어느 날 밤 험상궂게 생긴 남자 둘이 먼바다에 배를 정박시키고는 등대를 찾아온다. 그리고는 남파선과 궤짝에 관해 묻는다. 세 명의 등대지기는 모른다고 시치미를 떼지만 이들 불청객도 여간 아니다. 그들은 교묘하게 세 명을 격리하여 질문을 하여 상호 간의 대답의 모순을 찾아낸다. 이들은 모른다는 등대지기들의 말을 믿고 배로 돌아가는 듯 하지만 동료들을 데리고 다시 섬을 찾아온다. 등대지기들도 돌아오는 이들을 보고 맞서 싸울 준비를 한다. 무기는 있을 수 없고 농사용 쇠스랑이나 갈고리 등이 고작이다. 


이들은 목숨을 위협받는 위기에 처하지만 그들을 공격해 오는 뱃사람들을 모두 죽인다. 그러나 악당들과의 싸움으로 인해 흥분상태에 있던 제임스는 실수로 자신들에게 먹을 것을 주려고 찾아온 어린아이를 죽여버린다. 연거푸 살인을 저지른 제임스는 점점 더 광기 어린 모습으로 변해간다. 제임스는 결국 도널드까지 죽여버린다. 토마스와 제임스는 그들의 범행을 은폐해야 한다. 둘은 도널드의 시체를 먼바다에 버리기로 한다. 조각배를 타고 먼바다로 나간 토마스와 제임스는 도널드의 시체를 버린다. 그러자 연이은 살인에 죄책감을 느끼며 광기에 시달려온 제임스도 자신도 죽겠다고 하며 바다로 뛰어든다. 토마스는 배 난간을 붙잡는 제임스를 다시 바다로 밀어 넣는다. 그리고 그 후 토마스는 어떻게 되었는지 아무도 모른다. 


가난하고 외롭게 사는 세 명의 등대지기에게 갑자기 굴러들어 온 금괴가 이들을 비극으로 이끌었다. 가장 침착해 보이는 토마스 역시 금괴에 대한 욕심은 있다. 세 명의 등대지기 사이에 차이가 있다면 눈앞에 보이는 금괴에 대해 어느 정도 차분하게 자신을 절제할 수 있는가 정도이다. 만약에 세 명이 처음부터 이 금괴를 공평하게 나누고 향후 계획을 세웠다면 이들은 그 비극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각자가 금괴를 독차지하고픈 욕심이 있었고, 그것이 이들 셋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을 막았다. 탐욕스럽고 어리석은 인간들의 말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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