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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Sep 30. 2023

영화: 제네럴 루주의 개선(ジェネラル・ルージュの凱旋)

중증외상센터 담당의사의 헌신적 활약

■ 개요


일반인들에게 좀 생소한 “권역외상센터”가 아주대 이국종 교수 덕택에 그 중요성이 세상에 많이 알려지게 되었다. 권역외상센터는 신체적으로 심각한 부상을 당한 사람에 대해 응급치료를 하는 의료기관을 말한다. 이국종 교수는 “아덴만 여명 작전”에서 여러 발의 총상을 입은 석해균 선장을 치료하여 그를 살렸으며, 또한 2017년 판문점을 통해 귀순하다가 여러 발의 총상을 당한 귀순 북한군을 살려내었다. 권역외상센터는 이렇게 심각한 부상을 입은 사람들을 살려내는데 결정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였지만, 여전히 그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권역외상센터를 대표하는 핵심장비는 “닥터 헬기”이다. 촌각을 다투는 위험환자를 속히 센터로 이송하기 위해서는 닥터 헬기가 필수적이다. 그런데 아시다시피 헬기는 이착륙 시 많은 소음이 발생한다. 외상센터 주위에 사는 사람들이 닥터 헬기의 소음에 대해 민원을 넣는 등 애로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정부에서도 이에 대한 지원이 소홀한 것 같다. 


영화 <제네럴 루주의 개선>(ジェネラル・ルージュの凱旋)은 우리나라의 권역외상센터에 해당하는 일본의 “구명구급센터”를 무대로 한 센터장인 의사와 후생성(우리나라의 보건복지부에 해당) 공무원의 활약을 그린 추리극 영화이다. 이 영화는 2008년 일본에서 제작되었는데, 같은 제목의 소설을 기초로 하고 있다.  


■ 줄거리


다구치 기미코(田口公子)는 동성대학의대 부속병원의 “부정수소”(不定愁訴) 담당 의사로서, 병원의 윤리위원장 자리도 겸임하고 있다. “부정수소”란 뚜렷하게 어디가 아프거나 병이 있지도 않은데 불구하고 병적 증상을 호소하는 것을 말한다. 아직 젊은 데다가 성격도 우유부단한 자신에게 윤리위원장 직을 맡겼는지 그녀 자신도 이해할 수 없다. 


다구치 기미코 앞으로 한 장의 편지가 도착했다. 편지에는 “구명구급센터의 센터장인 하야미 코이치(速水晃一)가 의료용품 제조업체인 메디컬 아트와 유착관계에 있으며, 간호부장인 하나부사 미와(花房美和)도 공범이라는 것이었다. 사건의 중대성으로 인해 급해 병원 윤리위원회가 열렸다. 윤리위원회에서는 유착의 증거가 편지 1통밖에 없어 먼저 사실관계를 조사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리고 그 조사를 다구치에게 맡긴다. 


다구치는 먼저 하먀미를 만나러 구명구급센터로 갔다. 구명구급센터는 정신없이 바삐 돌아가고 있었다. 교통사고가 나서 환자를 이송해 가라는 전하가 연이어 오는데, 중환자실은 이미 꽉 찼다. 하야미는 먼저 있던 환자를 일반병실로 보내고 새 환자를 받으라고 명령하는 등 구명구급센터 지휘에 정신이 없을 지경이었다. 그렇지만 다른 과목 담당의사들은 중환자들이 자신의 병실로 오는데 대해 불만을 토로한다. 

하먀미는 센터 내에서 “제너럴 루주”, 즉 “붉은 장군”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고 있다. 그 이유에 대해 간호사들이 이야기하기로는 긴급외상환자들을 진료하면서 치료해야 할 사람과 포기해야 할 사람을 냉혹히 판단하여 명령을 내림으로서 “피범벅 장군”이라는 뜻으로 그런 별명을 붙였다는 것이다. 


다구치는 하야미가 메디컬 아츠의  지점장인 이소베(磯辺)로부터 무언가 들어있는 쇼핑백을 건네받는 모습을 목격한다. 무엇인가 하고 의심하였지만, 알고 보니 병원 직원들의 야구시합을 찍은 CD였다. 다구치도 이소베로부터 그 CD를 받는다. 영업직원으로서 이소베는 아주 싹싹한 사람이다. 그런 이소베가 병원 옥상에 있는 헬기장에서 투신자살을 한다. 


다구치는 하야미에게 메디칼 아츠와의 유착에 대해 물었으나, 그런 일은 없다고 대답한다. 그런 때, 후생노동성의 공무원인 시라토리 케이스케(白鳥圭輔)가 교통사고로 실려온다. 그런데 시라토리도 역시 하야미와 메디칼 아츠 사이에 유착관계가 있다는 편지를 받았다. 다구치와 시라토리는 함께 조사를 하기로 한다. 

하야미와 하나부사는 둘 다 병원 안에 많은 적들을 두고 있었다. 하야미는 치료해야 할 환자들을 구분 없이 받고 있었기 때문에 항상 병실이 모자랐다. 그럴 때면 환자들을 다른 과의 병실로 보내곤 하는데, 그 때문에 다른 과 담당의사들은 항상 하야미에 대해 욕을 하고 있었다. 심지어 제1 외과의 경우, 하야미에게 병실을 내주지 않기 위해 퇴원시켜야 할 환자를 일부러 퇴원시키지 않고 있다는 소문까지 돌 정도였다. 


어쩠던 하야미와 메디컬 아츠와의 유착 문제는 반드시 결론을 내지 않으면 안 될 문제여서, 이를 위해 임시위원회가 소집될 예정이었다. 다구치와 시라도리는 다구치에게 고발장을 보낸 것은 하나부사였다는 사실을 확인하였고, 시라토리에게 고발문을 보낸 것도 구명구급센터 내부인이라는 심증을 굳혔다. 


임시위원회가 개최되었다. 하야미는 고발문에 쓰인 내용이 사실이라고 인정하였다. 그리고는 병원의 체제에 대해 불만을 터트렸다. 5년 전 대형 사고가 발생하였을 때 병원 측은 이후 경제적 문제는 일체 고려하지 말고 사람을 살리는데 힘을 다할 것이라는 다짐을 하였다. 그리고 구명구급센터와 다른 과가 협력하여 위급한 사람을 돌보라고 하였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그러한 협조는 기대할 수가 없었다. 아무도 구급구명센터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래서 하야미는 메디컬 아츠와 유착하여 그로부터 돈을 받았으며, 그 돈은 모두 치료비로 사용하였으며 사적인 유용은 없었다고 하면서 그동안 모아두었던 영수증을 제출한다. 속으로 하야미를 사랑하고 있던 하나부사는 그런 하야미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어 함께 죽는다는 마음으로 그 편지를 다구치에게 보낸 것이었다. 

하야미는 사표를 제출하는데, 정신과 조교수인 누마타는 하야미와 하나부사에게 징계와 파면을 요구한다. 그렇지만 시라토리가 이를 제지한다. 시라토리는 자신에게 고발장을 보낸 사람이 누마타라고 지적한다. 그러자 누마타는 그 고발장을 보낸 것은 자신이지만, 자신도 그 고발장을 다른 누군가로부터 받았을 뿐이라고 대답한다. 이때 하야미가 나서서 누마타에게 고발장을 보낸 사람은 바로 자신이라고 말한다. 하야미는 구급구명센터의 재건을 위한 계기를 만들기 위해 고발장을 보냈다고 한다. 


회의 도중 대형 슈퍼마켓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하였다. 회의는 즉시 중단되고 병원장은 하야미에게 병원 전체의 긴급지휘권을 넘겼다. 하야미는 화재 연장으로부터 속속 이송되어 오는 환자들을 무제한으로 받아들인다. 구급구명센터는 물론 병원전체가 대혼란에 빠졌다. 환자는 연이어 이송되는데 침상과 의료진은 턱없이 부족하다. 하야미는 부하 직원에게 살릴 수 있는 사람과 살리기 어려운 사람을 냉혹히 구분하여 살릴 수 있는 환자에게 집중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환자 가족으로부터 원망의 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온다. 


하야미는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선다. 이때 누군가가 뒤에서 조용히 그의 팔을 끌어당긴다. 돌아보니 하나부사였다. 하나부사는 조용히 하야미의 손에 립스틱(루주)을 쥐어준다. 하야미는 립스특을 입술에 바른다. 너무나 많은 환자 때문에 하야미도 공포에 질렸다. 그렇다고 해서 의사가 새파랗게 질린 얼굴을 환자나 가족에게 보여서는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 그는 립스틱을 바른 것이었다. 

그렇다. “제너럴 루주”는 “피범벅 장군”이 아니라 “립스틱 장군”이라는 뜻이었던 것이다. 10년 전의 대형사고에서도 하나부사는 하야미에게 립스틱을 건네주었던 것이다. 


사고의 치료를 한 고비 넘기고 평온함이 찾아왔다. 하먀미는 주위의 만류를 뿌리치고 병원을 그만두었다. 그리고 하나부사도 동성대학병원을 그만두었다. 하야미가 하나부사에게 이제 남은 인생을 그녀와 함께 하고 싶다고 하나부사는 기꺼이 함께 하겠다고 대답한다. 


■ 약간의 평


중증외상센터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기는 일본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일본과 우리나라를 같이 취급하여서는 안된다. 우리나라는 권역외상센터가 전국에 걸쳐 20개도 안되지만 일본의 경우는 몇백 개는 될 것이다. 거기다가 닥터 헬기 보유 대수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이제 우리나라도 선진국의 대열에 들어섰으니, 국민의 생명 보호를 위해서도 이에 대한 더 큰 관심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이 영화는 중증외상센터가 겪고 있는 고충을 추리극과 코미디적 요소를 함께 도입하여 재미있게 풀어가고 있다. 인기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어서 스토리도 탄탄하다. 괜찮은 영화로서 추천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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