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재형 Nov 26. 2023

영화: 박쥐

흡혈귀가 된 신부가 선택할 길은?

■ 개요


영화 <박쥐>는 우리나라에서는 드물게 흡혈귀를 소재로 한 작품으로서 2009년에 제작되었다. 이 영화는 높은 평가를 받아 청룡영화상, 대종영화상을 비롯한 많은 국내외 영화상을 수상하였다. 어렵고 힘든 사람을 구하기 위해 의학 임상 테스트의 자원자로 나선 신부가 그 부작용으로 흡혈귀가 되어 타락해 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이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인 신부 상현은 살기 위하여 할 수 없이 인간의 피를 먹는 생계형 흡혈귀이지만, 점차 피의 맛과 흡혈귀가 가진 초인적인 능력의 유혹에서 벗어날 수 없어 파멸의 길을 간다. 


■ 줄거리 


상현(송강호 분)은 신부로서 가톨릭에서 운영하는 병원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신의 가르침을 통해 고통받는 인간을 구원하려고 하지만, 그의 힘으로는 한계가 있다. 그는 한 사람의 환자라도 더 살리려고 하지만, 환자들은 한 명 한 명 죽어나간다. 그러던 차에 전 세계에 확산 중인 불치병 이브를 치료하기 위한 약을 개발하기 위한 임상실험 대상자를 모집하는 소식을 듣는다. 그는 주위의 만류를 무릅쓰고 입상실험 대상자로 자원한다. 그렇지만 그는 임상실험 중에 이브에 감염되어 사망 일보직전에 이르는데, 피를 수혈받고는 극적으로 소생한다. 그러나 그 피는 뱀파이어의 피였다. 

상현이 죽음에서 부활했다는 소문이 빠르게 번져나갔다. 많은 신자들의 그를 재림 예수라 믿고, 손이라도 한번 잡아보려고 구름같이 몰려든다. 그러던 중 상현은 어릴 적 친구인 강우(신하균 분)의 어머니 라 여사(김해숙 분)를 만난다. 어릴 적에 상현을 아들처럼 대했던 라 여사는 사람들로부터 재림 예수라는 말을 듣는 상현을 만나 기뻐하면서 맨날 병에 골골거리는 강우를 고쳐달라며 그를 병원으로 데려간다. 거기서 상현은 오랜만에 어릴 적 친구 강우를 다시 만나고, 강우의 아내 태주(김옥빈 분)도 소개받는다.  


라 여사는 상현을 집으로 초대한다. 그곳은 마치 귀신이라도 나올 듯 음산한 분위기이다. 라 여사는 강우와 함께 이웃 사람을 불러 마작을 하며 보내는 것이 일과이다. 그들이 하루 종일 마작을 하고 있으면 강우의 아내 태주는 옆에서 그들의 시중을 든다. 태주는 고아 출신이다. 고아인 그녀를 라 여사가 어릴 때 데려와 식모 겸 수양딸처럼 키우다고 병약하고 사람이 좀 모자라는 자신의 아들 강우와 결혼시킨 것이었다. 태주는 아무런 생각 없이 그들의 학대를 받아가며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었다. 


상현의 몸에 이상이 생겼다. 옛날과 다르게 강한 성욕이 치밀어 오르는데 주체할 길이었다. 성욕을 참을 길이 없는 상현은 쇳조각으로 자신의 허벅지를 찌른다. 그러자 쇳조각에는 자신의 피가 묻어 나온다. 그것을 보고 상현은 그 쇳조각을 입으로 가져가 자신의 피를 핥는다. 그러자 몸에 이상 현상이 나타났다. 온몸에 힘이 솟으며, 감각이 극도로 예민해진다. 그 상태로 그는 그대로 잠이 드는데, 다음날 아침 햇살을 받자 피부가 타들어간다. 그의 몸은 마치 수두를 앓은 듯 온몸이 부풀어 오른다. 연락을 받고 병원으로 간 그는 환자의 피를 닦아 내고는 참을 수 없어 그 피를 먹는다. 그러자 몸 전신에 번졌던 수도와 같은 기포는 사라지고, 몸 컨디션이 최상으로 변한다. 

그는 자신이 뱀파이어로 변했다는 사실을 분명히 자각하였다. 그는 절망하고 죽으려고 하지만 죽는 것도 뜻대로 되지 않는다. 뱀파이어는 가공할 정도의 자체 치유능력이 있어 상처를 입어도 곧바로 원상회복되기 때문이다. 상현은 스승인 노신부(박인환 분)를 만나 자신이 처한 현재의 상황을 털어놓는다. 신부는 어쩔 수 없는 일이므로 긍정적으로 생각하라고 한다. 그리고 정 피의 유혹을 참을 수 없으면 자신의 피를 줄 테니까 찾아오라고 한다. 


매일매일 학대받으며 노예같이 살던 태주에게는 상현이 지금의 상황에서 잠시 피할 수 있는 유일한 피난처이다. 자신을 구박하는 시어머니와 매일 골골하던 남편 아래에서 죽어지내던 그녀는 상현을 만나면서 무언가 알 수 없는 그의 매력에 끌려 그를 유혹한다. 그리고 그 둘은 격렬한 성관계를 갖는다. 이러한 격렬한 성관계나 그로부터의 쾌감은 상현이나 태주에게 있어 모두 처음으로 갖는 경험이다. 상현과의 성관계는 태주에게 있어 유일한 탈출구였다. 그리고 상현에게 있어서도 태주와의 관계는 자신이 처음 겪는 경험이었다. 이후 둘은 시도 때도 없이 성에 탐닉한다. 


상현은 태주에게 자신이 뱀파이어라고 고백한다. 그 말을 들은 태주는 무섭고 놀라 도망친다. 그러자 상현은 태주를 쫓아가 지금까지 자신을 좋아했던 것은 뛰어난 신체적 능력을 가진 뱀파이어였기 때문이 아니었냐고 다그친다. 그리고는 태주가 보는 앞에서 건물 옥상에서 뛰어내리고, 손으로 동전을 구부리는 등 괴력을 보여준다. 그러던 중 태주가 집에서 받은 학대의 상처를 발견하고는 그녀를 지켜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후 상현과 태주의 관계는 더욱 깊어지게 된다. 상현은 태주에게 자신의 생활리듬에 맞춰 낮에는 자고 밤에 활동하자고 권유하기도 한다. 그러던 중 태주에 대한 강우의 학대가 점점 심해지자 강우를 죽이기로 하고, 강우에게 함께 낚시를 가자고 권유하여 낚싯배에서 그를 물에 빠트려 죽인다. 그런 후 상현은 다시 몸상태가 악화되자 스승인 노신부를 죽여 그의 피을 마시고는 다시 정상을 회복한다. 


피를 찾는 상현의 행동은 점차 적극적이 된다. 이전에는 정 못 참을 정도가 되면 사람들이 흘린 피를 먹는 정도에 그쳤으나, 피맛에 점점 길들여진 그는 이제 피를 위해 살인도 서슴지 않게 되었다. 그러던 중 라 여사는 아들의 충격과 태주의 불륜에 충격을 받아 전신마비 상태가 되어 휠체어 신세가 된다. 이제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눈동자를 움직이는 것밖에는 없다. 상현과 태주의 관계는 점점 더 노골적이 된다. 그러던 중 상현은 자신이 강우를 죽인 것은 태주의 거짓말 때문인 것으로 알고 태주를 목 졸라 죽이려 한다. 태주의 숨이 넘어가려는 순간 상현은 자신의 피를 먹여 태주도 뱀파이어가 된다. 

뱀파이어가 된 태주는 이제 거리낄 것이 없다. 사람을 죽이는 일에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있는 상현과 비교할 때 태주는 아무 거리낌이 없다. 그녀는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서는 아무런 가책 없이 어떠한 일도 서슴지 않는다. 피를 마시고 싶으면 아무 거리낌 없이 사람들을 죽인다. 상현은 더 이상 자신들이 스스로를 컨트롤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자신들이 살아있는 자체가 죄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마침내 태주와 함께 죽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태주는 상현의 결정에 따를 생각이 없다. 지금까지 눌려서 숨 한 번 제대로 못 쉬고 살아왔는데, 이제 뛰어난 신체 능력으로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할 수 있게 되었는데 이대로 죽을 순 없다. 함께 죽자는 상현을 피해 달아나려 하지만, 상현이 집요하게 동반자살을 강요하자 결국 함께 죽기로 동의한다. 그들은 떠오르는 아침 태양을 맞아 온몸이 타들어가면서 재가 되어간다. 


■ 약간의 감상


뱀파이어라는 우리나라에서는 좀 특이한 소재로 만든 영화이지만 재미있었다. 어둡고 무거우며 음울한 분위기의 주제를 코믹하게 풀어나감으로써, 숨 막힐 듯한 감상자의 마음을 가볍게 돌려놓는 재치가 돋보인다. 상현과의 사랑에 탐닉하기 시작하던 태주는 상현의 절륜한 정력에 놀라 내뱉는 말이 재미있다. “이 년의 팔자는 왜 이런지 몰라. 두 놈을 만났는데, 한 놈은 삼 년에 한 번 하자는데, 다른 한 놈은 하룻밤에 세 번을 하자 하니...”  


작가의 이전글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