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재형 Jul 13. 2021

세종시 산책(4): 초가을 시내 산책

(2020-09-04) 금강변과 둘레길 2

1.

올해 초, 이젠 출근할 일도 없으니 부지런히 산책을 즐기려고 결심하였다.  그런데 1월은 정초라서, 2, 3 월은 아직 추워서, 그리고 4, 5, 6월은 코로나 땜에, 7, 8월은 너무 더워서 산책을 하기가 어려웠다. 더위가 어느 정도 가신 8월 후반부터는 또 코로나의 재창궐과 태풍으로 산책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산책 않을 핑계는 무궁무진하다.


서울에 볼일이 있어 다녀온 8월 15일 이후로 꼬박 2주일을 한 발짝도 집 밖에 나가지 않고 자율 자가격리 생활을 하였다. 그리고 8월 말 친구를 만나러 외출한 이래 다시 열흘간 방콕 생활을 하였다. 우리 국민들이 모두 나 같았으면 코로나는 벌써 몇 달 전에 끝났을 거다. 


더위가 가고 날씨가 선선해지므로 이제 핑곗거리가 없다. 자! 산책을 하자. 열흘만의 외출이다! 집에서 노는 것이 훨씬 재미있는데, 그래도 야외 운동은 해야지! 그동안 집에 있으면서 심심풀이 글도 많이 썼다. 20여 일 동안 쓴 글이 원고지 환산 500장은 되는 것 같다. 작년까지 현직에 있을 때 이렇게 글을 썼으면 정말 훌륭한 경제학자가 되었을 터일 텐데...ㅎㅎㅎ

2. 

산책이라면 으레 금강변이다. 우리 아파트는 세종시에서 집 값이 가장 낮지만, 집사람은 그래도 세종시에서 길을 건너지 않고 금강을 갈 수 있는 아파트는 우리뿐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얼마 전 장마 때 강 전체를 누런 흙탕물로 뒤덮였던 금강도 비가 잦아듬에 따라 다시 평상시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다. 그동안 물밑에 숨어있던 모래톱들도 하얀 배를 드러내기 시작한다.


금강 둑 위의 길에는 산책하는 사람이 제법 보이나, 강바닥에 있는 산책로와 자전거 길에는 사람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장마 때와 태풍 때는 위험하다고 산책로와 자전거 길이 출입금지였다. 가까이 가보니 출입금지는 해제되었다. 한 사람 찾아볼 수 없는 산책로의 산책을 혼자서 즐긴다. 늦은 오후 아직도 햇빛은 뜨겁지만 바람은 선선하다. 금강 경치를 즐기며 천천히 걷는다. 무릎이 시큰 거린다. 작년부터 무릎이 아프기 시작하였다. 병원에서는 무릎 연골의 노화 때문이라 하며, 일 년에 한 번씩은 연골 주사를 맞아라 했다. 또 주사를 맞아야 할 때가 된 건가...

3. 

어제 금강 산책으로 기분 좋은 피로감이 남아있다. 산책을 할까 말까 망설이는 중에 모 연구원 원장으로 있는 친구가 소주나 한 잔 하자고 연락이 온다. 잘 되었다. 산책할 명분이 생겼다. 외출을 위해 샤워를 하고 오랜만에 면도를 했다. 열흘 기른 수염이 이젠 온통 흰색이고 검은색은 듬성듬성할 뿐이다. 머리칼은 그래도 검은색이 훨씬 많은데, 머리칼과 수염 색깔은 별 관계가 없는 듯하다.


아파트 옆으로 세종 둘레길이 있다. 숲길이 계속 연결된다. 요즈음은 대도시 어느 곳에 가더라도 숲 속 산책길이 잘 정비되어 있지만, 세종시는 신도시라 숲 속 산책로가 아주 체계적으로 만들어져 있다. 얕은 산이지만 숲길은 오르락내리락이 반복되어 숨이 찬다. 방콕의 부작용이다. 둘레길은 끊어질 듯 끊어질 듯하면서 계속 연결된다. 약속 장소 도담동까지 두 시간 정도로 생각하고 걸었으나 안될 것 같다. 적당한 곳에서 큰 도로로 빠져나와 택시를 탔다. 다음에는 시간을 넉넉히 잡고 나와 산책로를 걸어봐야겠다.


오랜만에 술을 마신다. 그동안 집에서는 기껏해야 막걸리 한 잔이나 소주 두어 잔, 혹은 맥주 작은 캔 한 개 정도를 마셨다. 이런 걸로는 술 마신 축에 끼지 않겠지... 연태 고량주 한 병에 생맥주 500조끼 둘. 오랜만에 좀 마셨다. 택시로 귀가. 오늘 한 시간 반 동안의 둘레길 산책, 결국 헛거 되었다.


작가의 이전글 세종시 산책(3) 고복저수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