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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Jan 05. 2024

영화: 악마의 공놀이 노래>(悪魔の手毬唄)

산속 온천마을에서 20년 전 살인사건과 연결된 연쇄살인사건

■ 개요


영화 <악마의 공놀이 노래>(悪魔の手毬唄, 아쿠마노 테마리우타)는 1977년 일본에서 제작된 추리극으로서, 요코미조 마사시의 같은 제목의 추리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원작자인 요코미조 마사시(横溝正史)에 대해서는 다음의 링크를 참고하기 바란다.

https://blog.naver.com/weekend_farmer/222217569831


일본의 추리소설 작가인 요코미조 마사시란 인물에 대해 아는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많은 분들이 <소년탐정 김전일(金田一)>이라는 만화에 대해서는 잘 알고 계실 것이다. 김전일 소년은 명탐정인 할아버지의 피을 이어받았는데, 김전일의 할아버지가 킨다이치 코스케(金田一耕助)로서, 바로 요코미조 마사시가 창조한 명탐정이다. 요코미조의 소설에는 대부분 킨다이치 코스케가 등장하여 사건을 해결한다.


일반적으로 추리소설은 영화화하기가 쉽지 않은데, 이 작품은 영화화에 성공하여 흥행에 대성공을 거두었을 뿐만 아니라 영화 비평가들로부터도 찬사를 받았다. 이 영화는 일본 국내의 여러 영화상을 수상하였다.  


“테마리”(手毬)란 일본의 전통적인 장난감 공으로 심에 실을 감아서 공으로 만든다. 그런데 이것이 시대를 지나면서 심에다 아름다운 헝겊을 감아 탄성도가 높은 공을 만들고, 표면에는 가는 색실로 장식한다. 테마리 놀이는 주로 소녀들이나 젊은 여성들이 정월에 많이 하는 놀이이다. 소녀들이 테마리를 튕기면서 부르는 노래를 테마리 노래, 즉 “테마리 우타”(手毬唄)라고 한다.

이 영화는 1940년대 후반 어느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이 영화가 촬영

되던 1977년 무렵에는 일본에서는 “일본열도 개조론”의 바람이 불어 전 일본이 개발붐으로 뜨거웠다. 그래서 1940년 후반 무렵의 시골마을을 재현하기가 어려워 결국 아스팔트 도로에 모래와 자갈을 부어 자갈길을 만들고, 콘크리트 전신을 삼나무 껍질로 감싸 옛날 나무 전신주를 재현하였다고 한다


이 영화의 무대가 되는 지역은 귀수촌(鬼首村, 오니코베무라)이다. 그러면 이 귀수촌은 일본 어디에 있는 곳일까? 동경의 위쪽 동북지방의 미야기(宮城県) 현에는 1950년대 말까지 귀수촌이라는 마을이 있었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나오는 귀수촌은 그곳이 아니고 동경 서쪽에 있는 효고현(兵庫県) 경계부에 있다고 추정되는 가공의 마을이다. 그래서 그런지 등장인물들의 대화에는 사투리가 엄청 심해 알아듣기가 힘들다..


■ 줄거리


일본 효고현의 산골에 있는 귀수촌(鬼首村, 오니코베무라)이라는 시골마을. 이 마을에서는 유라(由良) 가문과 니레이(仁礼) 가문이라는 두 집안이 서로 으르렁대고 있다. 유라 가는 몰락한 집안인데, 그 집안의 딸 야스코는 온천여관 “가메노유”(亀の湯)의 장남 아오이케 카나오(青池歌名雄)와 장래를 약속한 사이이다. 그리고 점점 번창하고 있는 니레이 가문의 딸 후미꼬(文子)도 카나오를 사랑하고 있어 집안 사정과 서로 엮여 복잡한 삼각관계가 되어 조용한 시골마을을 시끄럽게 하고 있다. 그러나 카나오의 어머니인 리카는 결혼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면서, 마을의 처녀보다는 외지로 나가 그곳에서 여자를 만나 결혼을 하면 어떻겠느냐고 카나오를 설득한다.

청년 탐정 킨다이치 코스케(金田一耕助는 나이는 한참 위지만 친구처럼 가까운 이소가와(磯川) 경위로부터 귀수촌으로 와달라는 연락을 받는다. 귀수촌에 도착하여 온천여관인 가메노유(亀の湯)에서 이소가와 경부를 만난 킨다이치는 그로부터 23년 전 이 마을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의 진실을 밝혀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그 사건은 카나오의 아버지 아오이케 겐지로(青池源次郎)가 온다 이쿠조(恩田幾三)라는 외지에서 들어온 사기꾼에게 살해된 사건이다. 겐지로의 유체는 얼굴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난롯불에 탔고, 온다는 지금도 행방불명인 상태이다. 이소가와는 이 사건이 가해자와 피해자가 바뀐 것이 아닌가 하고 죽 의심해 온 것이다. 킨타이치는 이미 오래전에 일어났던 사건을 다시 캔다는 것이 내키지 않았지만 이소카와의 고집을 못 이겨 사건을 조사하기로 하였다. 죽은 아오이케 겐지로의 아내 아오이케 리카는 아들 카나오와 함께 아직도 여관 “카메노유”를 운영하고 있지만, 이제 이곳을 찾는 손님은 별로 없다. 리카에게는 카나오의 여동생인 사토코(里子)라는 딸이 있는데, 그녀는 얼굴 반쪽에 붉은 반점이 있어 숨어 지내고 있다.  


마을에 홀로 사는 호안(放庵)이라는 노인이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하였다. 이즈음 이 마을 출신으로 유명한 가수가 된 벳쇼 치에(別所千恵)가 어머니와 함께 고향으로 돌아온다. 그녀는 온다의 딸이다. 온다는 이 마을로 흘러 들어와 마을 사람들을 상대로 사기를 쳐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겪었다. 그러면서 온다는 마을에 있으면서 치에의 어머니와 관계를 가져 치에를 낳았고, 온다에게 고통을 겪은 마을사람들은 치에와 그녀의 어머니를 따돌려 할 수 없이 그녀의 어머니는 어린 치에를 데리고 마을을 떠난 것이었다. 마을에서는 치에를 환영하는 파티가 열렸다.

다음날 야스코가 마을 산 중턱에 있는 폭포의 물 웅덩이에서 죽은 채로 발견되었다. 그녀는 입에 깔때기가 꽂혀있었고, 물 위에는 한 되짜리 쌀 통이 떠다니고 있었다. 사람들은 야스코와 연적 관계에 있는 후미꼬의 짓이 아닌가 의심하기도 한다. 그러나 다음날 마을에 있는 와인공장의 술통에서 후미꼬의 시신이 발견된다. 킨다이치는 이들의 죽음이 “테마리 우타”에 따라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렇다면 곧 세 번째 살인이 있을 것이고, 그 피해자는 자물쇠 장인의 딸일 것이라고 추측한다.


킨다이치는 조사를 진행하면서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다. 야스코와 후미코는 사실 치에와 마찬가지로 온다의 딸이었다는 것이다. 세 번째 살인을 막기 위해 킨다이치는 경찰에 치에를 보호해 달라고 부탁하고 뭔가를 조사하러 고베로 간다. 그는 고베에 가서 조사를 한 끝에 온다와 겐지로가 같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킨다이치는 사건의 전말을 눈치채기 시작하지만, 마을에서는 세 번째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피해자는 킨다이치의 예상과는 달리 치에가 아니라 사토코였다. 그녀의 시신 근처에는 자물쇠와 열쇠가 놓여있었다.


딸 치에를 잃은 슬픔에 잠겨있는 리카에게 치에가 찾아온다. 리카는 치에에게 이번 일련의 살인사건의 범인은 자신이라고 실토한다. 세 번째 살인의 목표는 사토코가 아니라 치에였다. 사토코는 야스코가 살해당하 날 노파로 변장한 자신의 어머니 리카를 목격하고는, 그녀가 살인범이라는 의심을 갖게 된다. 그리고 리코가 치에마자 노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자신이 치에인 척하여 살해당한 것이었다.    

이 모든 비극적인 사건은 23년 전에 시작되었다. 겐지로와 온다가 동일 인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리카는 격정에 휩싸여 남편을 죽였는데, 호안이 이를 목격한다. 그때부터 호안에게 협박을 받은 리카는 결국 호안을 독살하고 시체를 숨겼다. 카나오와 야스코, 그리고 후미꼬는 배다른 남매였다.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리카뿐이며, 그래서 그녀는 카나오가 야스코나 후미코와 사귀는 것을 그렇게 반대하였던 것이었다. 거기다가 사진의 딸인 사토꼬는 얼굴 반쪽에 붉은 반점이 있어 사람들 앞에 나서지도 못하는 형편인데, 온다의 딸인 야스코와 후미코, 치에는 모두 아름답다. 질투와 초조함, 그리고 증오를 억누를 길이 없던 리카는 마침내 그녀들을 모두 죽이려 했던 것이었다.


모든 사실을 털어놓은 리카는 경찰의 눈을 피해 도망쳐 깊은 웅덩이에 몸을 던져 자살한다. 이로서 모든 사건이 해결되었다. 이소카와 경위는 리카를 사랑하고 있었다. 20년 전의 사건을 킨다이치에게 의뢰한 것도 미완인 상태로 남은 그때의 사건을 깨끗이 정리한 후 리카와 새 출발을 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실제로 리카는 살인사건의 범인이었고, 이미 자살해 버렸다. 이소카와 경부는 떠나는 킨다이치를 기차역에서 배웅한다.


■ 약간의 평


추리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은 몇 번 감상한 적이 있었으나, 재미있다고 생각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추리극은 역시 영화보다는 소설책을 읽어야 한다. 추리극은 사건이 얽히고설키게 마련이며, 또 심리상태에 대한 묘사도 중요한데, 영화로는 이를 표현하기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전에 감상한 요코미조 원작소설의 영화 <악마가 와서 피리를 분다>도 내용의 전개를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이번 영화는 복잡한 사건을 영화에서 아주 잘 풀어간다. 추리영화로서는 상당한 수준이라고 생각된다. 아주 재미있게 감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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