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공주와 결혼하겠다는 꿈을 이룬 청년 팡팡
나는 70-80년 전의 옛 영화를 종종 감상하는데, 그때도 이미 재미있는 영화가 많이 나와 놀라곤 한다. 특히 그 시대의 영화들은 스토리가 단순해서 감상하기가 편하다. 영화 <튤립기사 팡팡>(Fanfan la Tulipe)은 7년 전쟁 시기 군대에 입대하면 공주와 결혼할 것이라는 점쟁이의 말을 믿고 군에 입대한 청년의 좌충우돌 모험을 그린 영화다. 이 영화는 1952년 프랑스에서 제작되었다. 이 영화는 베를린 국제영화상에서 은곰상을, 칸 영화제에서 최우수 감독상을 수상하였다.
7년 전쟁은 18세기 중반 전 유럽이 거의 총동원되다시피 하여 벌어진 전쟁이었다. 전쟁의 핵심 당사국은 프로이센과 오스트리아였는데, 영국과 포르투갈이 프로이센 편에 붙고, 프랑스, 러시아, 스웨덴, 스페인, 작센, 무갈제국이 오스트리아 편에 붙어 유럽 국가의 대부분이 전쟁에 참가하였다.
18세기 중엽 유럽은 7년 전쟁의 소용돌이에서 유럽 대부분의 나라에 전쟁에 참전하였다. 이 시기 루이 15세의 통치 하에 있던 프랑스. 팡팡은 “튤립 기사”라는 별명을 가진 플레이보이로서 아름다운 아가씨들과 자유로운 사랑을 즐기며 돌아다녔다. 그는 시골의 어느 마을에서 아름다운 아가씨와 사랑을 나누고 있었는데, 그 사실을 안 아가씨의 아버지는 크게 화가 나 팡팡을 붙잡아 강제로 딸과 결혼을 시키려고 한다.
7년 전쟁이 한창 진행 중인 때라 프랑스는 병력이 부족하여 징병관을 여러 지방에 파견하여 병사들을 모으도록 하고 있었다. 팡팡이 마을로 끌려가는 도중에 아드리느(지나 롤로브리지다)라는 여자 점쟁이에게 수상을 보는데, 팡팡이 만약 입대를 하면 언젠가는 공주와 결혼할 것이라는 점괘를 내놓는다. 팡팡은 그 말을 믿고, 또 눈앞에 닥친 강제 결혼을 피하기 위해 군에 지원을 한다. 그런데 실은 아드리느는 신병모집관인 프란시스의 딸로서, 신병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버지를 돕기 위하여 거짓 점을 치고 있었던 것이었다.
연대에 합류하러 가는 도중 팡팡 일행은 산적의 기습을 받는다. 검을 손에 쥔 팡팡은 혼자서 산적을 모두 물리치는데, 그때 우연히 경호원을 거느린 화려한 마차가 산적들의 습격을 받고 있는 모습을 발견한다. 경호원들은 모두 산적들에게 죽고, 마차만이 남아있는데, 팡팡이 달려가서 산적을 쫓고 마차를 구출한다. 그런데 마차에서 두 여자가 나오는데 한 사람은 루이 15세의 딸인 프랑스 공주였고, 다른 한 사람은 공주를 보좌하는 퐁파두르 부인이었다. 퐁파두르 부인은 감사의 표시로 팡팡에게 튤립 꽃 한 송이를 준다. 그때부터 팡팡은 “튤립”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 일로 팡팡은 자신이 공주와 운명적으로 하나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팡팡은 연대에 입대하여 정규 군인이 되었으나 훈련에 실증을 느껴 교관인 피에라브라 상사에게 반항하다가 영창으로 사용되는 창고에 갇힌다. 그때 아드리느가 찾아와 피에라브라 상사는 작년에 신병을 3명이나 죽인 사람으로 조심하는 게 좋을 것이라 충고한다. 팡팡이 굴뚝을 통해 탈출하고, 피에라브라 상사는 부하들을 끌고 팡팡을 잡으로 와 일대 난장판이 벌어진다. 그때 적들이 근처로 쳐들어오는 바람에 연대가 이동하게 되어 싸움은 저절로 끝나버린다. 싸우는 와중에 팡팡이 허풍쟁이라 불리는 나이 많은 병사의 아들을 화재에서 구해주어 그와 친하게 된다.
루이 15세는 그가 머물고 있는 베르트륀느 근처의 진지로 이동하여 팡팡은 성에 있는 공주를 그리워한다. 한편 아드리느는 자신이 누구와 결혼할까 점쟁이에게 물어보니 팡팡이라고 하여 매우 기뻐한다. 그렇지만 실은 그 점쟁이는 피에라브라 상사가 돈을 쥐어주어 시키니 거짓 점이었다. 그녀는 팡팡에게 가서 그 이야기를 하지만 팡팡은 여전히 공주 생각뿐이다.
팡팡은 허풍쟁이와 함께 공주에게 청혼하러 성으로 간다. 팡팡은 성에서 공주를 한번 보았지만, 불법 침입으로 체포되어 사형 선고를 받는다. 아드리느는 왕을 찾아가 팡팡을 용서해 달라고 하지만 왕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다음날 교수형이 집행되는데, 나뭇가지에 밧줄을 매고 팡팡의 목을 매단다. 팡팡과 허풍쟁이의 몸이 허공을 나는 순간 공교롭게도 가지가 부러져 팡팡과 허풍쟁이는 살아난다. 사형집행관이 다시 목을 매달려 하지만, 왕은 가지가 부러진 것은 하늘의 뜻이라 하며 사형을 중지시킨다. 그런데 실은 이 기적은 왕의 계략이었다. 아드리느가 맘에 들은 왕은 시종장을 시켜 미리 가지에 손을 봐둔 것이었다.
시종장으로부터 전말에 대해 이야기를 들은 아드리느는 왕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가지만, 그 자리에서 왕은 그녀의 몸을 요구한다. 아드리느는 왕의 요구를 거부하고 퐁파두르 부인의 도움을 받아 수도원으로 피신을 한다. 팡팡은 퐁파두르 부인이 보낸 전령으로부터 아드리느의 행방을 듣고는 술에 취해 그 말을 다른 사람들에게 해버린다. 이 말은 곧 왕의 귀에 들어갔고, 왕은 사람을 보내어 아드리느를 데려간다. 아드리느가 다시 잡혔다는 것을 안 팡팡은 허풍쟁이와 함께 아드리느를 되찾기 위해 그들을 추격한다. 그러는 과정에 팡팡 일행은 모르는 사이에 적진 깊숙이 들어가 버렸고, 당황하여 적을 피하려던 그들은 우연히 지하도를 발견한다. 지하도를 따라가니 적의 참모본부가 나온다. 팡팡 일행은 적의 총사령관을 감금하고, 적병들에게는 본부가 점령되었다고 알리고는 백기를 들도록 한다. 적의 부대는 팡팡의 생각대로 모두 항복해 온다.
한편 왕에게 끌려간 아드리느는 자신을 원하는 왕에게, 자신은 왕을 존경한다면서 제발 그러지 말라고 설득한다. 그러자 왕은 아무래도 자신은 아드리느를 옆에 두고 싶다면서 그러면 자신의 양녀가 되라고 하고, 아드리느는 왕의 말을 따른다.
팡팡의 공로로 적군이 모두 항복해 왔다는 사실을 안 왕은 대단히 기뻐한다. 왕은 팡팡 일행을 크게 칭찬하고, 그들을 크게 승진시켰다. 그리고 특히 일등 공신인 팡팡에게는 자신의 딸과 결혼하라고 하면서, 팡팡과 양녀가 된 아드리느의 결혼을 적극 권한다. 팡팡이 공주와 결혼할 것이라는 아드리느의 점은 사실이 되었다.
아주 재미있고 유쾌한 영화였다. 오랜만에 아드리느 역을 맡은 왕년의 인기 여배우 지나 롤로브리지다의 연기를 보는 것도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