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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Dec 18. 2023

영화: 도그라 마그라(どぐらまぐら)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난해한 추리극

■ 개요


<도그라 마그라>》는 추리소설 작가 유메노 쿠사쿠(夢野久作)의 걸작으로 꼽히는 소설로 10년 이상에 걸친 구상과 집필 끝에 1935년에 출판되었다. 이 소설은 오구리 무타로(小栗虫太郎)의 <흑사관 살인사건>(黑死館 殺人事件>, 나카이 히데오(中井英夫)의 <허무에의 공물>(虚無への供物)과 함께 일본 추리소설의 3대 기서(奇書)라고 불린다. 이 소설의 제목 “도그라 마구라”는 기독교 선교사의 주술을 가리키는 나가사키 자방의 사투리로서, “어리둥절하다”, “당황하다”라는 뜻이라고 하는데, 확실한 것은 아니다. 


유메노 쿠사쿠는 작가로 데뷔한 1956년에 정신병자에 관한 소설 <광인의 해방치료>를 쓰기 시작하였다. 이것이 나중에 <도그라 마구라>로 제목이 붙여진 소설인데, 10년에 가까운 기간 동안 철저히 수정, 보완하여 이 작품을 발표하였는데, 발표 다음 해에 유메노는 사망하였다. 


이 소설은 1926년 규슈 제국대학 의대 정신의학가 병동에 갇힌 젊은 기억상실증 환자의 이야기인데, 소설은 그의 시점에서 전개되는 일인칭 소설이다. 그는 과거에 일어난 여러 건의 사건과 무엇인가 간계가 있으며,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수수께끼에 싸인 일련의 사건의 진법인가 동기, 법행 수법 등이 차례로 밝혀진다. 

살인사건 그 자체는 단순하지만, “태아의 꿈”, “뇌수와 사고의 관계”, “지옥외도 제문” 등 학술적 논문과 주술적 요소가 많이 들어가 있어 구성은 매우 복잡하다. 이 소설은 내용이 너무나 복잡하여 독자는 최소한 두 번 이상 읽어야 내용을 이해할 수 있다고 하며, 또 범인이나 사건의 진상도 명확히 드러나지 않아 독자들이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한다. 


한 번 읽어서는 작품의 진상이나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과 함께, 그 복잡하고 광기스럽고 난해한 내용 때문에 도중에 읽기를 포기하는 독자도 많다고 한다. 그래서 이 책을 한 번에 독파한 사람은 반드시 한 번은 정신병원에 가봐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한다. 일본 추리소설계의 선각자라 할 수 있는 에도카와 란포(江戸川乱歩)가 이 소설을 읽은 후 “도무지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다”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이 소설을 원작으로 1988년 영화 <도그라 마구라>가 제작되었다. 평론가들은 이 영화가 난해한 소설을 비교적 잘 풀어서 만들었다고 하면서, 이 영화를 본다면 소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하였다. 


■ 줄거리


구레 이치로(呉一郎)가 눈을 뜨자 자신이 창문에 쇠창살이 달린 몹시 황량한 방에 누워있다는 것을 알았다. 벽 저쪽 편에서는 소녀의 비명 소리가 들린다. 잠시 후 규슈 제국대학 의학부의 법의학 교수인 와카바야시 쿄타로(若林鏡太郎)라는 중년 남자가 들어왔다. 이것은 정신과 병동이고, 와카바야시는 전임 주임교수였던 마사키(正木)가 사망하였기 때문에 정신과를 겸임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치로는 자신의 이름도 얼굴도 기억하지 못하였다. 와카바야시 교수에 따르면 그것은 끔찍한 사건의 충격 때문에 생긴 것으로, 자신의 힘으로 회복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한다. 


이치로는 어느 날 같은 병동에 있는 모요코라는 소녀와 만나는데, 웬일인지 그녀는 자신을 “오빠”라고 부른다. 이치로와 모요코는 당나라의 현종 황제 말기 궁정화가였던 오청수(呉青秀)와 양귀비의 시녀 연자(黛子)의 여동생 분자(芬子)의 자손으로 깊은 인연으로 연결되어 있다. 오청수는 처음에는 연자와 결혼했으나, 그녀를 죽이고 그 시체를 발가벗긴 후 그것을 모델로 그림을 그렸다. 그러나 부패가 빨랐기 때문에 대신할 시체를 찾기 위하여 차례차례 여자들을 죽였다. 그는 자신을 사랑하고 있던 분자를 데리고 도망치다가 도중에 자신은 바다에 떨어져 죽었다. 뒤에 남은 분자는 뱃속의 아기와 함께 살아남았다고 한다. 


이치로와 모요코에게는 그때의 두 사람의 기억이 유전되어 내려왔다고 한다. 또 이치로는 어느 날 연구실에서 <도그라 마그라>라는 소설을 손에 넣었다. 젊은 대학생 환자가 쓴 추리물로서, 읽어 나가는 사이에 자신의 머리가 이상해져 버렸다고 한다. 저자 자신 외에 마사키나 와카바야시도 모델로 등장하고 있다. 이치로의 머릿속에서는 여러 가지 과거의 이미지나 한상, 망상이 복잡하게 서로 얽혀 있었다. 죽은 마사키와의 대화, 어머니 치요코에 대하 추억과 어머니를 죽인 용의, 결혼 전날밤 신부를 죽이고 모요코의 시체와 바꾼 괴인 등등...

그러던 어느 날 이치로가 깨어나니 자신은 쇠창살이 된 병실이었고, 그는 기억상실로 자신의 이름이나 얼굴,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다. 


■ 약간의 평


이 영화는 원작 소설보다는 이해하기가 쉽게 만들어져 영화를 감상한 후 원작 소설을 본다면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거의 중반에 이르기까지 뭐가 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영화를 감상하다 말고, 인터넷에서 소설의 줄거리를 찾아 읽었다. 그런 후에 다시 이 영화를 보기 시작하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위에 쓴 이 소설의 줄거리는 내가 영화를 감상한 후 기억을 더듬어 쓴 것이 아니다. 영화 내용이 이해되지 않았기 때문에 줄거리를 쓸 수가 없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인터넷에서 영화 줄거리를 찾아 거기에 나의 기억을 조금 덧붙여 줄거리를 썼다. 쓰고 나서도 그런 내용이었나 하며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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