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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Dec 13. 2023

영화: 리큐(利休)

일본 다도(茶道)의 완성자 센 리큐(千利休)의 반생을 그린 영화

■ 역사적 배경


센 리큐(千利休)는 16세기 일본의 차도(茶道, 다도)를 완성한 사람으로 평가받고 있는데, 그는 오사카의 상인의 아들로 태어나 상인으로 활동하다가 후에 차도에 입문하여 오다 노부나가(職田信長)와 도요토미 히데요시(豐臣秀吉)의 차도 스승이 된 인물이다. 그의 차(茶)는 “와비 차”라 하여 “조용히 거칠고 검소한 것을 음미하며 마시는 차도”를 의미한다. 


센 리큐는 처음에는 오다 노부나가의 측근에서 차에 관한 일을 보좌하였는데, 노부나가가 죽고 난 후에 그를 이은 도요토미 히데요시에 발탁되어 그의 차두(茶頭)가 된다. 차두는 정권을 잡은 사람의 옆에서 차에 관해 모든 일을 관장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요즘 우리식으로 표현하자면 대통령실 “차담당 수석비서관” 정도라 할까. 많은 분들이 “그깟 차를 마시는 게 뭐가 대단하다고 정권을 잡은 사람이 차를 관리하는 관직을 두는가”하며 의문을 가질 것이다. 

리큐의 초상화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특히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차유(茶湯)를 정치의 주요 수단으로 삼았다. “차유”란 “차도”(茶道)와 거의 같은 뜻이라 생각하면 된다. 이 시기 권세 있는 사람들은 차옥(茶屋, 차야), 즉 차를 마시는 오두막을 만들어 그 안에서 차도를 즐겼다. 차옥은 대개 한 평이 채 못 되는 아주 좁은 방이었다. 그런 방에서는 손님과 객이 무릎을 맞대다시피 하여 앉을 수밖에 없으며, 이러한 물리적인 거리의 단축은 사람 사이를 더 가깝게 하였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자신의 차옥에 영주들을 초대하여 자신에 대한 충성을 확인하였다.

센리큐의 차도는 앞에서 말했듯이 “와비 차”라 한다. 즉 다듬지 않고 거칠며 거기다가 소박한 차옥에서 소박한 차 도구를 사용하며 차를 즐기는 것이었다. 그런데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센리큐에게 명령하여 자신의 차옥을 황금으로 짓도록 하였다. 그래서 그는 영주들을 자신의 황금 차옥에 초대하여 자신에 대한 충성을 이끌어 낸 것이었다. 


정권을 잡았을 초기에는 도요토미 히데요시에게는 3인의 차두(茶頭)가 있었다. 이것을 나중에는 센리큐 단독 차두 체제로 바꾸었다. 그리고 그에서 3,000석의 봉록을 내리고, 자신이 거처하는 취락대(聚楽第, 슈라쿠다이) 근처에 살도록 하였다. 그러다 보니 여러 영주들은 센리큐로부터 차 초대를 받는 것이 소원이었다. 센리큐가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가깝고도 가까운 측근이라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그의 차 초대를 받아 대화를 나누면 자신들이 최고권력자인 도요토미 히데요시에게 잘 보이게 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결국 센리큐는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역린을 건드려 절복(切腹) 명령을 받는다. 많은 영주들이 자신보다 오히려 센리큐를 찾는 바람에 자신보다 센리큐의 영향력이 더 커진 것이 아닐까 두려워해서이다. 보통 절복은 무사에게 명예로운 죽음을 주는 제도이다. 그래서 절복을 해서 죽게 되면, 그것으로 모든 것을 마무리 짓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센리큐가 절복으로 죽은 후 그의 머리를 효수하는 등 역모죄에 가까운 벌을 내렸다. 


■ 개요


영화 <리큐>(利休)는 센 리큐의 반생을 그린 전기 영화로서, 1989년 일본에서 제작되었다. 이 영화는 노가미 야에코의 소설 <히데요시와 리큐>(秀吉と利休)를 영화화한 작품으로서, 오나 노부나가가 죽은 후부터 리큐가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섬기다 죽을 때까지를 그리고 있다. 


■ 줄거리


히데요시와 리큐 두 사람이 모셨던 오다 노부나가(職田信長)는 아케치 미츠히데의 쿠데타로 혼노지(本能寺)에서 죽었다. 오다의 유품인 지구의를 들고 리큐를 찾아온 포르투갈 신부 스테판은 “혼노지에서 자살하려는 노부나가는 마치 차실에 들어가려는 사람 같았다.”라고 말한다. 


센 리큐는 오다가 죽고 난 후 시바다 카츠이에(柴田勝家)와 도요토미 히데요시(豐臣秀吉) 사이에 후계자 자리를 놓고 싸움이 벌어졌다. 센 리큐가 어느 쪽을 택할 것인가 망설이는 사이에 히데요시가 승리하여 천하를 차지하고, 리큐는 히데요시의 측근이 되었다. 소박한 것을 싫어하는 히데요시는 리큐에게 황금의 차실을 만들게 하고, 그곳에서 천황에게 차들 대접한다. 황금 차실로 인해 리큐에게 실망한 제자 한 사람은 그의 곁은 떠난다. 


동북지방의 영주 다테 마사무네(伊達政宗)가 자신에게 충성을 맹세하러 오지 않는 것에 기다리다 지친 히데요시는 차회(茶會)를 구실로 불러,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와 다테 마사무네에 대한 견제를 위해 오다와라(小田原) 정벌이 끝나면 그들의 목을 치려고 획책하고 있다. 또 리큐의 제자 야마노우에 소지(山上宗二)가 호죠(北条) 가에 신세를 지고 있는 것을 알고, 리큐를 이용하여 호죠를 회유하려고도 하고 있다. 

히데요시의 측실인 차차가 임신해 있는 동안 히데요시의 측근들은 그때까지 무사의 전유물이었던 차도가 여자와 민중들에게까지 퍼져나가면서 리큐의 명성이 높아져 가고 있어 위험하다고 히데요시를 설득한다. 그 사실을 모르고 있는 리큐가 제자의 집을 찾아가자, 마침 그곳에 화가가 와있는데, 산문에 세울 리큐의 목상의 밑그림을 그려달라는 이야기를 꺼낸다. 항상 리큐를 배려하고 있는 히데요시의 동생은 그에게 찻잔 하나를 잘 간수해 달라고 부탁한다. 


다테 마사무네는 오다와라 공략에 나서기 전에 리큐의 제자로 들어오게 되며, 역시 리큐의 제자인 무장 가모우 우지사토(蒲生氏郷)와 호소카와 타다오키(細川忠興)와 같은 곳에 진을 치게 된다. 밤이 되자 소지(宗二)가 리큐를 찾아와 다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리큐는 좋은 때를 선택하여 함께 히데요시를 만나러 가자고 제안했는데, 소지는 혼자서 히데요시를 찾아간다. 히데요시는 소지에게 자신의 휘하로 들어오라고 설득을 하지만, 소지는 호죠가로 돌아가야 한다고 고집을 부린다. 그러자 화가 난 히데요시는 그의 목을 쳐버린다. 리규는 나중에 그 사실을 알고 탄식을 한다. 


히데요시가 기독교 신부를 추방하기로 결정하자 리큐는 더 이상 있기가 거북해진 스테판을 자신의 나라로 돌려보낸다. 히데요시는 조선침공에 난색을 보이는 이에야스가 마사무네와 유착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의심하여 차회에서 녹색의 독으로 암살할 계획을 세웠다. 히데요시는 녹색의 독을 리큐에게 건네준다. 

그러던 중 호소카와 타다오키로부터 산문에 있는 리큐의 목상에 그를 비난하는 방이 붙어있다는 전갈을 받고는 차도구와 함께 답장을 보낸다. 이에야스가 교토로 올라오자, 리큐가 그를 초대하였다. 그들 가운데 놓인 상 위에는 작은 병이 놓여 있었다. 독살 음모에 대해 알고 있던 호소카와 타다오키가 걱정이 되어 찾아왔지만, 리큐는 독을 풀지 않았으며, 이에야스는 리큐의 집에서 차회를 끝내고 자신의 영지로 돌아갔다. 


히데요시가 천하를 손에 넣었을 때 차를 마셨던 이곳 리큐의 차실을 찾아와서는, 여기서는 무슨 말을 하더라도 괜찮다고 말하지만, 리큐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먼저 히데요시가 산문의 목상 건에 대해 화를 내고는, 조선침공이 쉽지 않다고 한 말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러자 리큐는 다른 나라를 침공하는 것은 옳지 않으며, 이제 히데요시의 소중한 아이가 태어났으니 몸가짐을 바르게 해야 할 것이라고 그를 설득하려 한다. 그리고 많은 영주들이 조선 침공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하자 드디어 히데요시는 화를 내며 돌아갔다. 그리고 리큐에게 즉시 교토를 떠나 고향집에서 근신하고 있으라는 명령을 내린다. 


산문에 있던 리큐의 목상은 부서져 목이 매달렸다. 리큐는 쓸쓸히 고향으로 돌아왔다. 리큐 앞으로 어떡하든 히데요시에게 사과의 말을 전달하려는 사람으로부터 편지가 왔지만, 리큐는 머리를 숙일 만한 일은 한 적이 없다며 거절한다. 그의 그런 태도에 화가 난 히데요시는 절복을 명한다. 


히데요시가 차아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과 지구의를 돌리며 놀고 있을 무렵, 리큐는 무사들의 주검이 널린 대나무 숲 속을 걸어간다. 그리고 스스로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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