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ㆍ라오스 나홀로 배낭여행(2023-12-21)

Ep 06 지앙타차이 마을 산길 트래킹과 캇캇마을 탐방

by 이재형

사파 여행은 이번이 두 번째이다. 5년 전 이맘때쯤 하노이에서 투어 그룹에 합류하여 3박 4일 일정으로 이곳에 왔었는데, 내내 폭우가 쏟아졌다. 폭우 속에 트래킹에 따라나섰다가 가파른 산에서 미끄러져 허리를 크게 다쳤다. 그때는 영구 장애인이 되는 게 아닌가 생각할 정도의 큰 부상이었다. 그 후유증으로 지금도 조금 무리를 하면 허리가 아프다.


아침에 잠을 깨니 통유리창 밖이 뿌옇다. 오늘도 짙은 안개인 것 같다. 베란다에 나가 아래를 보니 길이 축축이 젖어있다. 한 번씩 이곳에 찾아오는 관광객들에게야 이런 모든 모습이 정겹게 느껴지겠지만, 평생을 습기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이만저만 괴로움이 아닐 것이다.


쌀국수로 아침을 먹고 가까운 곳으로 잠깐 걷기로 했다. 숙소에서 1.3킬로 떨어진 곳에 지앙타 차이(Giangta Chai) 마을이란 곳이 있다 해서 그곳에 다녀오기로 했다. 지금 숙소도 마을에서 상당히 높은 곳에 위치해 있는데, 지앙타 차이 마을은 이곳 숙소에서 나와 산 위쪽으로 나있는 길을 계속 따라 올라가야 한다. 자동차 한 대 정도가 올라갈 수 있는 폭의 길인데, 시멘트 포장이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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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 식물이 우거진 숲길을 걸으니 기분이 더없이 상쾌하다. 바로 이것이 사파의 진정한 가치일 것이다. 길 옆 산 아래쪽으로는 거의가 다랭이 논인데, 아쉽게도 안개 때문에 잘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비가 내리지 않아 다행이다. 조금 걸어 올라가니 갈림길이 나오는데, 한쪽 길은 완전히 진창이라 도저히 들어갈 수 있는 길이 아니다. 오른쪽 길은 지금까지 걸어온 길과 마찬가지로 시멘트 포장길이다. 포장길을 계속 걸어 올라갔다. 가다 보니 길 옆에 드문드문 전망대가 보이고 작은 카페 같은 곳도 있다.


그런데 아무리 걸어 올라가도 지앙타 차이 마을이 보이지 않는다. 구글지도를 꺼내 보니 길을 잘못 들었다. 아까 보았던 진창길이 바로 지앙타 차이 마을로 들어가는 길이었다. 잘못 든 길을 거의 2.5킬로나 걸어 올라갔다. 길을 잘못 든 것을 확인하고 뒤로 돌았다. 비록 길을 잘못 들었지만 조금도 후회가 되지는 않았다. 길을 잘못 든 덕택에 주위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날씨가 차가움에도 불구하고 길 양쪽은 열대 식물로 우거져 있었다. 다리에 힘도 들어 근처 카페에서 과일 주스나 마시며 좀 쉬려 하였으나, 아무리 불러도 사람이 나오지 않는다.


주인 없는 카페에서 산 아래 경치를 내려다보며 쉬다가 다시 갈림길까지 돌아왔다. 구글 지도로 그곳에서 지앙타 차이 마을까지 거리를 확인하니 400미터 정도이다. 그런데 도로공사를 하는지 길이 엉망이다. 도저히 들어갈 수 있는 길이 아니었는데, 한참 망설이다 일단은 가보기로 했다. 길이 완전히 진창이라 보통 힘든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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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앙타 마을로 가는 길과 지앙타 마을의 다랭이 논

겨우 힘들게 걸어 마을 앞 100미터가 되는 곳까지 왔다. 그런데 이곳은 정말 도저히 들어갈 수 있는 길이 아니다. 들어갔다간 다리가 푹푹 빠지는 진창길에 쓰러지기 십상이다. 포기하는 게 현명하다고 생각하여 돌아서는데, 길 옆에 있는 집에 뒷 헛간으로 가는 길이 보인다. 혹시나 해서 그 길로 들어가 보니 또 다른 집 마당이 나온다. 이런 식으로 연결해 나가니 몇 채의 인가가 보인다. 동네라고 할 수도 없는 곳이다. 집이라고 해봐야 다 합해서 10호 정도가 될까 말까 한 마을로서, 이 마을은 특이하게 집들이 다랭이 논 사이에 위치해 있다.


좁은 가파른 길 양 옆으로 모두 다랭이 논이다. 논둑길로 들어가서 내려다보면 이 일대의 다랭이 논의 풍경이 더욱 잘 보이겠지만, 도저히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전체적으로 이 마을이 어떻게 생겼나 알고 싶어서 인터넷으로 이곳 화상을 찾아보았다. 맙소사! 여기가 바로 우리가 사진에서 보았던 산꼭대기까지 산 아래까지 첩첩이 계단이 되어있는 바로 그 다랭이 논 풍경이다. 그런데 마을 가운데 들어가 있는 내게는 길 양쪽에 있는 몇 개의 다랭이 논이 보이는 것이 고작이다.


길을 잘못 든 덕분에 3시간을 걸었다. 사파의 고요하고도 상쾌한 산길을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 숙소에 돌아와 잠시 쉰 후, 오후 1시쯤 되어 오토바이를 타고 무앙호아 밸리에 있는 신차이 빌리지(Sin Chai Village)로 갔다. 비가 갑자기 제법 많이 뿌린다. 다행히 산차이 마을에 도착하니 비는 멈춘다. 무앙호아 밸리는 아주 넓은 계곡이다. 계곡 양쪽으로는 다랭이 논들이 보인다. 이곳도 꽤 알려진 트래킹 코스인 것 같다. 트래킹을 즐기는 많은 사람들이 보이고, 길 양쪽으로는 기념품 가게와 식당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


다행히 안개비는 그쳐 저 먼 풍경까지도 잘 보인다. 사파에서는 드물게 탁 터진 느낌을 주는 넓은 계곡이다. 마을 끝 근처에 있는 식당에서 쌀국수로 점심을 먹었다. 이곳에서는 쌀국수를 주문하면 큰 양푼이에 가득 담긴 야채가 함께 나온다. 이들 야채를 국수 국물에 담가 먹으면 맛이 아주 각별하다. 고수 외에는 내가 아는 야채는 없지만, 그 많은 야채를 모두 비웠다. 식사를 한 후 식당에 오토바이를 맡겨두고 안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당초 5분 정도 걸어 들어갔다가 나오려 했으나, 주위가 하도 좋아 계속 걷다 보니 왕복에 한 시간이 넘게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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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남아 캇캇 마을(Cat Cat Village)로 향했다. 무슨 조화인지 내가 오토바이에 타기만 하면 세찬 비가 쏟아지고 짙은 안개가 낀다. 자욱한 안갯속을 비를 맞으며 달린다. 중간중간에 비포장 도로와 도로공사 구간이 나와 애를 먹었다. 겨우 캇캇 마을에 도착하였다.


캇캇 마을은 사파에서 가장 유명한 소수민족 마을로서, 입장료도 무려 15만 동(약 8천 원)이나 받는다. 나는 5년 전에도 이곳에 온 적이 있는데, 그때는 사파 쪽에서 걸어 내려왔다. 이번에는 아래쪽에서 간다. 내 페이스북의 프로필 사진의 배경 사진이 5년 전 바로 그때 찍은 캇캇 마을 풍경이다. 도착하니 비가 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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캇캇 마을에 들어가니 이전과 완전히 달라졌다. 이전에 왔을 땐 그래도 원주민 가옥이 좀 있었는데, 지금은 찾을 길이 없다. 기념품점, 식당, 숙소 등만 있을 뿐이다. 계곡만이 옛날 그대로인데, 그 계곡조차 그대로 두지 않는다. 잔도, 울타리 등 인공 구조물이 계곡 위를 가로지르고 있다. 완전히 테마 공원으로 바뀐 것 같다.


캇캇 마을로 들어가는 길 주위도 아름답다. 길 양쪽의 산들의 경치를 즐기며 걸어간다. 캇캇 마을로 내려가는 길은 계단 등 시설이 아주 잘 정비되어 있다. 캇캇 마을을 내려다보노라면 마치 판타지 영화의 세계로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정말 아름다운 곳이다. 그러나 막상 이곳을 터전으로 살아왔던 원주민들의 마을이 모두 사라진 것은 가슴 아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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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둡기 전에 숙소로 돌아가야 한다. 출발하고 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비가 뿌리기 시작한다. 날은 점점 어두워지는데 10미터 앞도 잘 보이지 않을 정도의 짙은 안개가 끼고 비도 점점 심해진다. 악전고투 끝에 겨우 숙소에 돌아왔다.


먼저 차가운 몸을 덥히기 위해 뜨거운 물로 샤워부터 하기로 하였다. 그런데 이게 왠 일, 잘 나오던 물이 온몸에 비누칠을 하고 씻어 내렸는데 갑자기 물이 나오지 않는다. 뜨거운 물뿐만 아니라 찬물도 안 나온다. 어제 문제가 된 온수기를 수리했다는데 또 무슨 탈이 난 것 같다. 낭패다. 스태프라고는 안주인과 일하는 아가씨뿐이다. 어쩔 수 없이 동남아 국가 화장실이라면 어느 곳에나 비치되어 있는 뒤 씻는 물로 대충 비누를 씻어 내리고 샤워실을 나왔다. 찬물로 온몸을 씻었더니 더 떨린다.


뜨끈한 전기 매트가 깔린 침대가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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