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ㆍ라오스 나홀로 배낭여행(2023-12-23)

Ep 08 타핀 마을 탐방 후 사파 시가지 둘러보기

by 이재형

당초 지금의 홈스테이에서 4박을 할 예정이었으나, 3박만 하고 오늘 밤은 사파 시가지에서 묵기로 했다. 내일 아침 일찍 박하로 떠날 계획이라, 이곳 홈스테이에서 계속 묵었다간, 내일 새벽 깜깜할 때 사파까지 오토바이를 운전해 가야 하는 위험이 있다. 그리고 사파 시내에서 몇 가지 구입할 물건도 있다.


이번 여행에 믿고 왔던 트래블 월렛 카드가 속을 썩인다. 며칠 전 현금을 인출하려다 실패하고, 그 때문에 비밀번호 오류회수 초과로 사용이 정지되었다. 현금을 아껴야 한다. 가진 베트남 돈이 얼마 없어 크레디트 카드로 결제하였다. 3박 숙박에 식사 4끼, 맥주, 콜라 몇 병 모두 합하여 80만 동(약 4만 2천 원), 미안할 정도다. 어제 사쿠라 차농원에서 받은 차 박스를 안주인에게 주었더니 좋아한다. 베트남에서는 카드로 결제할 경우, 카드 수수료 3%를 별도로 추가하여 지불하여야 한다. 현금을 아껴야 하는 형편이라 수수료가 아깝지만 어쩔 수 없다.


먼저 타핀 마을(Ta Phin Village)을 탐방한 후 오토바이를 반납하기로 했다. 타핀 마을은 숙소인 타반 마을에서 약 25킬로 떨어진 거리에 있다. 타핀 마을을 가는 데에도 사파 시내를 거쳐야 한다. 이제 이력이 붙었는지 그 복잡한 사파 시내 운전도 그다지 부담되지 않는다. 타핀 마을도 이곳의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다랭이 논이 볼거리이다. 타핀 마을 역시 좋긴 하지만 어제, 그제 찾았던 마을에 비하면 풍경이 떨어진다.

도로에서 내려보는 타반 마을
사파 시가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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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핀 마을

타핀 마을에 도착하였지만 관광객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평소에도 이곳은 관광객이 별로 찾지 않는 것 같다. 제법 큰 마을인데 관광객이 거의 없어 마을 이곳저곳을 느긋이 돌아볼 수 있었다. 원주민의 삶을 더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이점은 있다.


다시 사파로 돌아가야 하는데, 오토바이의 휘발유가 간당간당하다. 연료 미터가 약 한 칸을 남겨두고 있는데, 평소에 오토바이를 타지 않아 이 정도의 연료로 얼마나 갈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특히 타핀 마을에서 사파까지는 중간에 인가가 거의 없어 연료가 떨어진다면 아주 낭패다. 그런데 타핀 마을을 둘러보았지만 좀처럼 주유소가 보이지 않는다. 마을 모든 집에서 오토바이를 보유하고 있는데, 주유가 그렇게 어려울 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동네에 있는 가게에 가서 휘발유를 넣을 수 있는 방법을 물었다. 역시 예상대로 1리터짜리 생수병에 휘발유를 담아 팔고 있었다. 1리터면 사파까지 충분히 간다고 한다.


사파 시내로 돌아와 먼저 오토바이를 반납하였다. 그리고 며칠 전 묵었던 숙소에 다시 찾아가 체크인했다. 그때는 몰랐는데 무지무지한 언덕길 위에 위차하고 있다. 하도 길이 가팔라 올라가면서 서너 번은 쉬었다. 그 대신 사파 중심지까지 거리가 300미터 남짓 정도라 편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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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파 호수

숙소에서 사용정지된 카드를 정상으로 돌리는데도 성공하였다. 짐을 풀고 시내로 나갔다. 내일은 박하 시장으로 갈 예정이다. 환전과 여행 알선도 한다는 호텔이 보이길래 들어가 일단 100불을 환전하였다. 그리고 박하 일요시장 투어를 하는 프로그램에 참가하기로 했다. 박하 시장은 사파와 하장 사이에 위치하고 있다. 나는 당초 사파에서 박하시장을 거쳐 하장으로 가려고 계획하고 있었다. 그런데 호텔 직원의 말로는 박하에서 하장까지 가는 차는 로컬 버스밖에 없어 잘 모르는 관광객이 찾아가기 매우 어렵다고 한다. 그러면서 박하시장 관광을 한 후 다시 사파로 돌아와 하장으로 가는 버스를 이용하는 것이 훨씬 편리하다고 한다.


그의 조언을 따라 박하 시장 투어 후 사파로 돌아온 후 하장으로 가기로 했다. 박하 투어 비용은 46만 동(약 2만 5천 원)이다. 투어 비용을 지불하고 내일 아침 일찍 이곳으로 오기로 했다.


트래블 월렛 카드가 정상화되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가까운 ATM기에 가서 출금을 했다. 성공이다. 4백만 동을 출금하니 조금 전 환전한 돈과 남은 돈 모두 합해 7백만 동이 넘는다. 든든하다. 핸드폰 판매소에 들러 싸구려 보조 배터리를 하나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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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파 시가지 풍경

벌써 오토바이로 사파 시내를 몇 번 돌았던 터라 이제 사파 시내의 지리는 웬만큼 알게 되었다. 사파 호수로 갔다. 시내 가운데 있는 호수인데 아주 깔끔하게 정비되어 있다. 호수 둘레로 산책로가 설치되어 있으며 조경도 잘 되어있다. 호수 둘레로는 여러 종류의 음식점과 유흥업소가 빽빽이 들어와 있어 밤이면 불야성을 이룬다. 어딘지 모르게 대구 수성못 느낌이 난다.


다음은 사파 시장으로 갔다. 보통 사파 시장이라면 사파 중심가에 서는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조그만 시장으로 알고 있는데, 진짜는 그곳이 아니다. 사파 주민들이 이용하는 진짜 사파 시장은 호수를 좀 지나야 나온다. 큰 건물로 된 시장과 거대한 텐트로 된 시장 두 개가 붙어있는데, 합하면 축구장 네댓 개 넓이는 되어 보이는 큰 시정이다. 시장에서 내일 아침에 먹을 빵과 앞으로 여행 중에 먹을 말린 과일 과자와 캔디 종류를 샀다. 모두 무게를 달아 판다.


돌아오는 중에 제법 큰 마트가 보인다. 베트남 술이 좋다는 어느 페친 분의 권고가 생각나 술을 사러 들어갔다. 한국 소주가 많이 진열되어 있는데, 여기까지 와서 한국 술을 마실 순 없다. 작은 도기 병에 든 베트남 술을 12만 동을 주고 한 병 샀다. 옥수수 증류주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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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파 시장 풍경

이번 여행에서는 어떤 기념품도 사지 않으며, 어떤 구걸에도 응하지 않을 것이라 마음먹고 있었다. 중심가에 있는 사파 공원을 걷고 있는데, 어떤 아이가 손으로 만든 조잡한 열쇠고리 하나를 쑥 내민다. 세상에! 아이는 다섯 살이 될까 말까이고, 돌도 안 돼 보이는 아기를 업고 있다. 등에 업힌 아기는 한 달 전에 돌이 지난 외손자 체구의 반도 안 되는 것 같다.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몇 푼을 손에 쥔 아이는 좋아라 뛰어가고, 그 옆을 그 아이보다 조금 큰, 그러니까 초등학교 1학년쯤 된 아이들 서넛도 함께 따라간다. 그중에는 인형을 업은 아이도 있다. 그런데 내게 돈을 받은 아이가 뛰어가는데, 업힌 아기의 모습이 이상하다 팔다리가 마치 인형처럼 덜렁거린다. 조금 전에 분명 어린 아기로 봤는데, 내가 잘못 봤나 하는 생각이 들어 잰걸음으로 따라가 등의 아기를 확인해 보았다. 진짜 아기가 맞다. 아이는 아직 너무 어려 조심해서 아기를 업는 법을 모르고, 등에 업힌 아기는 너무 어려 아직 팔다리를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것 같다. 마음이 아프다.


숙소에 들어와 샤워를 마치고 이불속에 들어왔는데 따뜻하지가 않다. 전기 매트가 켜진 것을 확인했는데, 한 시간이 지나도 온기를 못 느끼겠다. 방에 전화가 없어 직원을 부르려면 1층까지 내려가야 하는데, 추워서 이불 밖을 나가기가 싫다. 할 수 없이 가지고 온 전기 매트를 꺼냈다. 1분도 지나지 않아 뜨끈뜨끈해진다.

사파 시가지의 밤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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