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시작할 때 현재 사용하고 있는 휴대폰과 이전에 쓰던 휴대폰을 모두 들고 왔다. 이전 휴대폰은 내비게이터로 사용하려고 하였다. 현재 휴대폰은 baro 로밍을 하고, 이전 휴대폰은 심카드를 이용하여 데이터 통신을 하려 했다. 이심 카드 한 장, 유심 카드 2장 해서 모두 36.000원 정도 지출했는데, 막상 이곳에 와서 해보려 했으나 핸드폰이 구형이라 모두 안된다. 쓸데없이 돈만 날렸다. 사파 시내에 휴대폰 판매소에 가니 만원에 20일짜리 심카드를 판다. 덕분에 값싸고 쉽게 데이터 통신 문제가 해결되었다.
오늘은 '박하(Bac Ha) 일요 시장'으로 간다. 박하 시장은 이곳 사파에서 동쪽으로 차로 3시간 정도의 거리인데, 매주 일요일에 서는 장이다. 북부 소수민족들에게는 제일 큰 시장으로서, 사방 몇 시간 거리에서도 여러 소수민족이 장을 보러 이곳으로 온다고 한다. 십여 년 전부터 이곳이 외부로 알려지면서 베트남 북부를 대표하는 명소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오늘은 박하시장을 보고 사파로 다시 돌아와 하장으로 가려하는데, 버스가 제대로 있을지 모르겠다. 박하는 사파와 하장 중간 정도에 위치하고 있다.
박하시장
평소 집에서는 10시가 넘어서야 일어나지만 여행을 오면 바쁘다. 4시 반에 일어나 준비를 한 후 6시에 숙소를 나섰다. 이직 날이 깜깜하다. 차가 출발하는 호텔까지는 심한 내리막길인 데다 경사가 심한 돌계단도 있어 위험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가로등이 켜져 있다.
7시 반경 투어객들을 실은 밴이 출발했다. 박하까지는 2시간 반이 걸린다고 한다. 차는 길을 따라 계속 내려간다. 한 시간쯤 되어 라오카이 주의 주도인 라오카이 시를 통과한다. 라오카이 시는 시골 마을인 줄 알았는데 상당히 큰 도시이다. 건물과 도로, 교량 등도 잘 정비되고 있다. 라오카이는 해발 100미터 정도인 것으로 나온다. 사파에서 1,400미터나 내려온 것이다. 베트남도 나날이 발전하는 것 같다. 아침에 일찍 일어났더니 잠이 쏟아진다. 졸다 깨다 하는 사이에 박하 시장에 도착했다. 박하는 해발 천 미터,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박하시장은 생각했던 것보다는 크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조금 큰 오일장 정도의 크기였다. 언뜻 보면 우리나라 5일장이라 해도 믿을 정도의 익숙한 분위기의 시장이다. 시장 한쪽에 있는 먹거리 골목에는 돼지머리, 돼지내장 등 온갖 먹거리가 마치 무리나라 전통시장과 같이 진열되어 있어 마치 무리나라 전통시장에 온 기분이 들기도 한다.
소수민족의 화려한 전통의상을 파는 옷가게
이곳에서 거래되는 품목은 각종 채소에 공산품, 과일, 의류 등 다양하다. 여긴 대형 마트가 없기 때문에 우리가 주로 대형 마트에서 구입하는 품목도 이곳에서는 모두 거래된다. 다양한 소수민족 사람들이 물건을 팔러, 그리고 장을 보러 오기 때문에 사람들의 의상도 다양하다. 채소 등 농산물은 대부분 내가 모르는 것이다. 푸른 대추처럼 보이는 과일이 있길래 한번 맛을 보니, 아주 시고, 식감은 사과와 비슷하다.
여러 소수민족이 사는 곳이리 의상도 다양하다. 남자 옷은 특별한 게 없고, 여자 의상은 종족마다 다르지만 아주 화려하다. 소수민족도 종족에 따라 체형과 얼굴이 많이 다른 것 같다. 땅땅한 체구에 키가 작고 조금 안짱다리인 데다 얼굴이 펑퍼짐한 민족이 있는가 하면, 팔다리가 길고 늘씬하며 얼굴이 작고 예쁜 민족도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 사람과 아주 비슷하게 생겼는데, 갸름한 얼굴의 미인형 종족도 있다.
어제 찾았던 시장도 그렇고 오늘 시장도 마찬가지로 칼을 파는 사람들이 많다. 가게나 노점상들이 수많은 다양한 모습과 크기의 칼을 늘어놓고 판다. 어떤 곳에서는 칼집에 든 장검까지 팔기도 한다. 과일을 깎아 먹으려고 제일 작은 과도를 하나 샀다. 칼날이 초승달처럼 휘어진 멋있게 생긴 칼이다.
칼을 파는 가게
한 곳에 가니 대여섯 명의 노인이 나란히 걸터앉아 큰 생수병과 플라스틱 통을 나란히 세워두고 있다. 꼭 우리나라 약수터 풍경이다. 얼핏 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으나 술이라 하긴 용기가 너무 크다. 제일 작은 것이 2리터 생수병으로 숫자는 얼마 되지 않고 대부분 20-30리터는 되어 보이는 큰 플라스틱 통이다. 내가 자리를 뜨지 않고 계속 쳐다보고 있자, 사라고 하면서 한잔 따라준다. 마셔보니 옥수수 증류주로서 고량주 비슷한 향이 나며, 도수는 40도가 넘게 느껴진다. 양이 너무 많다고 난색을 보이자 500cc 생수병을 하나 꺼내 따라준다. 2만 동(약 1,100원)이다. 사과 다섯 개 또 2만 동을 주고 샀다.
한쪽으로 가니 소수민족 옷들을 파는 가게들이 몰려있다. 모두들 여자옷들로써 아주 화려하다. 그러고 보니 소수민족의 남자들은 모두 평범한 옷들을 입고 있는데 비하여 여자들은 대부분 아주 화려한 고유의 의상을 입고 있다. 옷을 사려고 입어보는 여자들도 있고, 형편이 안되는지 부러운 듯 쳐다보는 여자들도 있다.
시장 한켠에서 노래를 부르는 소녀
한쪽 건물에서는 누가 노래를 부르고 있다. 자매로 보이는 10대 후반 혹은 20대 초반의 두 처녀가 번갈아 노래를 부르는데 아주 잘 부른다. 둘 다 갸름한 얼굴을 하고 있는 미인형으로서 우리나라 사람과 많이 닮았다. 베트남 유행가인지 아니면 소수민족 고유의 노래인지 알 수는 없지만 한참을 들었는데 좋은 노래이다.
다시 사파로 돌아간다. 여기서 하장으로 가는 교통편이 마땅찮기 때문이다. 로컬 버스가 있으나 관광객이 타기는 거의 불기능 하다는 것이다. 몇 사람한테 물어보았으나 모두 같은 대답이다. 다시 밴에 올랐다.
출발한 지 얼마 안 되어 가이드가 몇 채의 시골 가옥이 있는 곳에 내리라 한다. 현지 주민 생활 탐방이다. 소수민족의 실제 생활상을 보여주려는 것이다. 이곳에서는 가축은 돼지를 제외하고는 모두 풀어놓고 키운다. 개, 닭, 오리가 이쪽저쪽 뛰어다니며 놀고 있다. 이곳의 오리와 닭은 우리와 달리 색이 훨씬 화려하다. 조그만 돼지 새끼 세 마리가 신나게 뛰어다니다 우리를 보고는 황급히 어미가 있는 우리로 도망쳐 들어간다.
농가의 돼지우리
먹을 것을 다듬는 소수민족 여자
옥수수술 고기
소수민족 시골집의 전경
한 노인이 우리를 부엌으로 안내한다. 그곳에서는 옥수수 술을 고고 있다. 조금 전에 내가 산 술과 같은 것이다. 큰 가마솥에 옥수수를 찌면서 숱 옆에 5리터 플라스틱 통을 받혀 증류된 술 방울을 받고 있다. 시음해 보라며 한잔 주길래 마셔보니 따뜻한 술이 도수가 약하다. 술이 약하다고 했더니 이것을 식혀 다시 가공하여 도수를 올린다고 한다.
라오까이 시에 들어와 공원 같은 곳에 또 차를 세우더니 내리라 한다. 차에서 내리니 옆에 큰 다리가 놓인 작은 천이 있고, 그 천의 건너편에는 한자가 쓰인 웅장한 건물이 보인다. 그 건물은 바로 중국의 하구(河口) 국경사무소였다. 라오까이(Lao Cai) 시는 라오까이 성의 성도(省都)로서 중국과의 국경도시이다. 두 도시의 출입국 사무소를 연결하는 다리 위에는 국경을 건너려는 많은 사람들이 왕래하고 있었다.
나는 베트남의 육로 국경을 여러 차례 넘은 적이 있다. 지금까지 내가 본 국경 사무소 가운데 가장 크고 웅장한 건물이었다. 베트남과 중국 두 나라의 국경 사무소 건물이 서로 과시하려는 듯 운장한 모습으로 바라보고 있는데, 중국 측 건물이 더 크고 웅장한 것 같다. 중국의 국경 사무소에는 “중국과 베트남은 친한 친구 사이이다”라는 큰 글자가 걸려있었다.
중국-베트남 국경과 중국 출입국 사무소
베트남 출입국 사무소
사파 버스 터미널로 오니 하장행 버스가 오후 7시 반에 출발한단다. 3시간이나 남았다. 베트남 시외버스 예약 앱인 Vexere로 예약을 하였다. 내가 탈 슬리핑 버스는 일반 버스로 한 열이 3 좌석으로 되어있다. 그래서 올 때 버스에 비해서는 좌석의 폭이 상당히 좁다. 버스에 짐을 실어두고는 식사부터 하였다. 쌀국수는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 그래도 아직 2시간 반이 남았다. 휴대폰으로 이 글을 쓰면서 시간을 보낸다. 그래도 한 시간이나 남았다.
사파에서 박하시장을 다녀온 후 다시 하장으로
하장행 슬리핑 버스
■ 곁가지 이야기 01: 베트남 사람은 통이 크다.
베트남 북부의 제일 큰 소수민족 시장이라는 박하 시장에 왔습니다. 아래 사진은 무엇일까요? 2리터 짜리 생수병에서부터 30리터 짜리 플라스틱 통도 있습니다. 무엇일까요?
바로 옥수수 증류주입니다. 사고는 싶은데 양이 너무 많다고 하자, 500cc 생수병을 하나 꺼내 덜어주는군요. 베트남 사람들은 통 크게 10리터 단위로 술을 마시는 것 같습니다. 어제 마트에 들렀을 때도 대개가 5리터들이 병이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