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ㆍ라오스 나홀로 배낭여행(2023-12-25)

Ep 10 하장(Ha Giang)에서의 느긋한 하루

by 이재형

밤 12시 반에 하장에 도착하였다. 버스 스케줄 상으로는 6시간 반 걸린다고 나와있는데, 5시간 만에 도착한 것이다. 꼬불꼬불한 산길을 얼마나 난폭하게 운전하는지 누운 채로 내팽개쳐지는 상황을 수도 없이 맞았다. 나는 뱃멀미도 하지 않을 정도로 거의 멀미를 않는 편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간 속이 거북함을 느낄 정도였다.


숙소는 따로 예약하지 않았다. 한밤중에 버스에서 내려 예약한 숙소까지 찾아가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버스가 어떤 호스텔 앞에 정차하길래 내려서 물어보니 빈방이 있다. 하룻밤 4만 동(2만 2천 원)이라 한다. 이번 여행에서 처음으로 숙박료가 2만 원이 넘는 숙소에 묵는다. 방으로 올라갔더니, 대만족. 방이 아주 깔끔한 데다 에어컨 히터까지 있다. 이번 여행에서 처음으로 난방이 되는 방이다. 샤워실도 아주 깨끗하게 되어있다.


이곳 하장(河江, Ha giang)은 하노이에서 11시 방향에 위치하고 있는 도시로서 "하장 루프"(Ha Giang Loop)의 출발점이다. 하장루프란 하장에서 시작하여 동반, 메오박 등을 거쳐 다시 하장으로 돌아오는 약 400킬로 거리의 순환도로로서 그 절경이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다. 차를 타고 그냥 지나쳐서는 하장 루프의 진정한 맛을 알기 어렵다. 오토바이를 타고 경치를 즐기며, 수많은 명소에서 쉬어 가는 것이 하장 루프의 진정한 맛이다. 그래서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와 오토바이 여행을 즐기고 있어 "오토바이 여행의 성지"라고까지 불리고 있다.

하장루프

이 며칠 동안 강행군을 해왔으므로 오늘 하루는 푹 쉬어야겠다. 아침 식사를 한 후 방에서 쉬다가 느지막 하게 나왔다. 난방이 잘되니 아주 기분이 좋다. 어제까지 사파에서 너무 추위에 떨었다. 이곳 하장은 인구가 4만 명 정도라니까 우리나라 읍 정도의 규모이다. 도로가 널찍널찍하여 시원한 느낌이 든다. 큰 공공건물이 많이 눈에 뜨인다. 패딩을 입고 나왔더니 좀 덥다. 긴 티셔츠이면 딱 알맞은 정도의 온도이다.

숙소에서 내려댜 본 아침의 하장 거리

거리를 산책하다가 다리가 아프면 길가 가게에서 음료수를 한 잔 마시며 쉬어가고 하면서 두 시간 남짓 시내를 걸어 다녔다. 적당한 피로감이 기분이 좋다. 우리나라와 베트남의 지방도시를 비교할 때 인구 규모가 비슷하다면 베트남의 도시가 훨씬 크게 느껴진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는 요즘은 시골에도 고층 아파트가 많은 반면, 베트남의 중소도시는 높은 빌딩이 없는 대신 옆으로 퍼져있기 때문이다. 하장 시만 하더라도 인구 4만 명의 도시 치고는 상당히 넓게 느껴진다.


이곳 숙박업소들은 거의 대부분 오토바이 렌털업을 병행한다. 숙소로 돌아와 숙소 매니저에게 하장 루프와 함께 반지옥 폭포까지 다녀오려 하는데 며칠정도의 계획을 잡아야 하느냐고 물으니 최소한 6일은 잡아야 한단다.


동행자 없이 나 혼자 여행한다고 하니 안된다며 펄쩍 뛴다. 길이 너무 험하다면서 '이지 라이더'(easy rider) 즉 운전자를 고용하여 오토바이 뒤에 타고 다니라는 거다. 그래봤자 하루 비용은 1만 원 정도 추가되는데 그치지만, 그래서야 별 재미가 없을 것 같다. 내가 직접 오토바이 운전 계획을 꺾지 않자 그는 오토바이 사고 장면과 위험한 도로사정 사진을 보여주며 계속 오토바이 운전을 만류한다. 그래서 그의 말을 감안하여 일정을 대폭 줄여 2박 3일의 오토바이 여행을 하기로 했다. 대신 반지옥 폭포는 오토바이 여행이 끝난 후 버스로 다녀와야겠다.


내일의 새로운 도전을 위해 오늘은 빨리 휴식!

하장 시가지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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