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11 동반(Dong Van)을 향해 하장 루프 출발
오늘은 하장 루프 오토바이 여행 출발하는 날이다. 당초 6일로 계획했던 일정이 3일로 줄어들었다. 위험하다고 만류하는 오토바이 렌털 숍 직원의 조언을 들어서이다. 한편으론 아쉽지만, 다른 한편으론 안도감도 든다. 이 여행을 계획할 때 과연 사고 없이 무사히 여행을 마칠 수 있을지 걱정스러운 마음도 있었기 때문이다.
사파에서 4일 동안 오토바이를 타고 투어를 하면서 오토바이가 나에겐 상당히 버겁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일단 3일간 여행계획이지만 사정을 봐서 내키면 더 연장할 수도 있고, 힘이 들면 중도에 포기하고 버스에 오토바이를 싣고 돌아올 수도 있다.
오토바이 렌털 숍의 직원을 아침 7시 반에 만나기로 했는데, 시간을 잘못 봤다. 휴대폰에 현지 시간과 한국 시간이 동시에 뜨는데, 한국 시간을 보고 나선 것이었다. 약속시간보다 두 시간이나 먼저 가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오전 7시에 오토바이를 인수받아 출발했다. 스쿠터형 자동 오토바이인데 힘이 좋다. 스쿠터 형이기 때문에 일반 오토바이보다 바퀴가 작다. 험한 길일수록 바퀴가 커야 안전할 것 같은 생각이 드는데, 바퀴가 작은데도 괜찮을는지 모르겠다. 오늘은 동반까지 150킬로를 가며, 내일과 모레, 이틀에 걸쳐 다른 코스를 통해 하장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안전을 위해 최대한 스피드를 늦췄다. 다른 사람들은 시속 40-50킬로미터 속도로 쌩쌩 달리지만, 나는 시속 30킬로미터가 넘지 않도록 신경 썼다. 조금 가다 보니 짧은 비포장 도로구간이 나온다. 등에서 진땀이 난다. 그까짓 비포장 도로를 가지고 무슨 엄살이냐 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 숙련된 오토바이 운전자들이야 문제없겠지만 나같이 어쩌다 한 번씩 타보는 사람들은 미끄러져 넘어지기 십상이다. 일단 넘어지면 자전거와 달리 오토바이는 그 자체가 흉기가 된다.
출발해서 30킬로 정도 왔을 때 기어코 일이 났다. 내리막 비포장 도로에서 조심조심 내려오는데, 갑자기 오토바이가 주르륵 미끄러지며 넘어졌다. 몸을 점검해 보니 다행히 무릎이 조금 깨져 약간 피가 나는 것을 제외하고는 큰 부상은 없다. 근육이 놀라 좀 욱신거린다. 그제야 괜히 왔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 돌아갈 수는 없다. 신경을 쓰며 조심조심 운전한다. 나이가 들면 제일 먼저 쇠퇴하는 것이 균형감각이고, 다음으로 다리에 힘이 약해진다. 둘 다 오토바이 운전에는 치명적 결함이다. 그러니 사고 위험이 높을 수밖에 없다.
■ 곁가지 이야기 02: 베트남어와 한자
베트남도 예부터 한자 문화권이자 유교 문화권이었던 것 같다. 하노이에는 공자의 사당도 있으며, 옛 관리들의 복식도 우리나라와 비슷한 것 같다.
나는 베트남어를 전혀 모르지만, 베트남어는 우리 이상으로 한자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다. 우리는 예로부터 한자를 많이 사용해 왔지만 기본적인 단어는 대부분 우리 고유의 말이다. 예를 들면 "개, 닭"이라 하지 "견(犬) 계(鷄)"로 발음하진 않는다. 그런데 베트남 에서는 기본 단어조차 한자 발음 그대로 발음하는 단어가 많은 것 같다.
그저께 농가 탐방을 갔을 때 그들은 돼지를 보고 "쪄우"라고 했다. 아마 "저"(猪)인 것 같다. 식당에 갔더니 메뉴에 닭쌀국수가 "퍼 가"로 적혀있다. "가"는 아마 "계"(鷄)인 것 같다. 채소도 "차이"라 하는 것 같은데, 菜(채)에서 온 발음인 것 같다. 지명은 거의가 한자에서 온 것 같다.
이렇게 많은 단어가 한자에서 왔음에도 불구하고, 이젠 알파벳을 차용한 문자를 시용하다 보니 대부분의 단어의 유래를 거의 알 수 없게 된 것 같다. 베트남인들은 이제 한자를 거의가 모르는 것 같다. 몇 년 전 학교 교사가 직업이란 청년을 만나 "越南"과 "胡志明"이란 글자를 써 보이고는 무슨 뜻인 줄 아느냐고 물어보았다. 그는 모른다고 하였다. "베트남"과 "호찌민"이라는 말이라고 설명을 해주었더니, 깜짝 놀라며 처음 보는 글자라 하였다.
그런데 이게 반드시 남의 일 같지만은 않았다. 얼마 전 박사 학위 논문을 쓰는 딸아이가 20여 년 전에 나온 국한문 혼용의 논문을 읽지 못해 쩔쩔매고 있어 내가 토를 달아준 적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