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ㆍ라오스 나홀로 배낭여행(2023-12-26b)

Ep 12 하장루프 동반(Dong Van)까지의 악전고투 오토바이 여행

by 이재형

평평한 길이 없다. 끝없는 오르막길이 계속되다 또 끝없는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길 옆으로 절경이 펼쳐지지만, 마음 편히 감상할 여유가 없다. 정말 가슴이 먹먹해지는 것 같은 풍경들이다. 출발지였던 하장이 해발 100미터 정도였는데, 오르막이 계속 이어지더니 해발 1,500미터 정도가 된다. 그러다가 또 끝없는 내리막이 계속되어 체크해 보면 해발 500미터 정도 된다. 이러한 길이 몇 번이나 반복된다. 나는 안전을 생각하여 조심조심 달리지만, 젊은이들은 겁도 안 나는지 쌩쌩 달린다.


도로 옆의 풍경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이다. 길 아래 펼쳐져는 장대한 풍경은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정말 무엇이라고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감동이다. 이러한 풍경이 계속해서 이어진다. 도로를 달리다 보면 몇 대의 오토바이가 주차되어 있는 곳이 나타난다. 바로 뷰 포인트이다. 나오는 뷰 포인트마다 다 서서 경치를 감상하고 싶지만 그럴 수도 없다. 왜냐하면 주차를 하고 출발을 하는 그 과정에서 사고의 위험이 가장 높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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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장한 절경이 연이어 계속되지만 등에서는 식은땀이 날 정도이다. 만약 잘못해서 길을 벗어난다면 천애절벽 낭떠러지이다. 갑자기 위험이 닥치면 몸에 힘이 들어가 엑셀을 당겨버릴 수가 있기 때문에 조심에 조심을 거듭해야 한다. 위험한 도로는 끝날 줄을 모른다. 고개를 들어보면 앞으로 가야 할 길이 까마득한 높은 산에 걸려있으며, 뒤돌아 보면 지나온 길이 마치 똬리를 튼 뱀처럼 첩첩이 굴곡져있다.


이러한 길이 끝났다 싶으면 다시 니타 나기를 반복한다. 특히 커브길에서 큰 트럭을 만날 때는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꼭 대형 트럭은 커브길에서 만난다. 한 구비를 돌 때마다 새로운 웅장한 풍경이 나타난다. 사파에서 많은 웅장한 풍경을 감상하였지만, "웅장함"이라는 면만 본다면 여기 풍경에 비교될 수도 없다. 지금까지 지나온 뷰 포인트는 각각 나름의 이름이 있다. 그러나 내가 기억하는 이름은 아무것도 없다. 운전하는 내내 조마조마하다.


자동차를 운전할 때 가끔 졸음운전을 경험하는데, 오토바이를 운전하면서도 졸음운전과 비슷한 상황을 만난다. 자동차와는 달리 오토바이는 달리면 찬바람을 그대로 얼굴에 맞게 된다. 이 상태가 계속되면 얼굴에 감각이 둔화되면서 몽롱한 정신상태가 된다. 졸리는 것은 아닌데, 졸리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 온다. 이렇게 되면 정상적인 사고도 잘 되지 않는다. 판단력도 흐려진다. 중간에 이런 상태가 오길래 잠깐 쉬었더니 생각 외로 빨리 회복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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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까지 50킬로 정도 남았을까, 많은 무리의 사람들이 모여있는 뷰 포인트가 나왔다. 오토바이를 주차시키고 쉬고 있으니, 소수민족 소녀들이 꽃을 팔고 있다. 등에 큰 광주리로 된 바구니를 지고, 그 안에 야생화를 가득 담고 있다. 대략 중고등학생 정도의 나이로 보이는데, 한결같이 예쁜 아이들이다. 꽃을 팔면서도 꽃을 사라는 권유는 못하고 관광객들을 바라보며 그냥 수줍게 웃고 있다. "그래, 꽃을 사자!" 이 꽃이 나를 지켜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한 소녀에게 산 한 아름의 꽃을 오토바이 뒤에 꽂고 다시 달린다.


이정표에 동반까지 30킬로도 남지 않은 것으로 나온다. 이제 살았다 하며 한숨 돌리려는데, 더 끔찍한 도로가 나온다. 해발 1,500미터가 넘었는데, 평평한 길이 계속되기도 한다. 고원지대인 모양이다. 위험한 길이 끝나려나 했는데, 새로운 길이 다시 나타난다. 눈앞에 아득히 높은 산이 보이고, 그 산 위로 굽이굽이 길이 나있다. 물론 모터의 힘으로 오토바이를 달리기는 하지만, 그 산길의 위용을 보고는 기가 질린다. 아무래도 동반에 도착할 때까지 이런 길이 계속될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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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동반에 도착했다. 예약해 둔 숙소를 찾아갔다.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 곧 다시 돌아갈 생각을 하니 눈앞이 캄캄하다. 돌아갈 때는 이틀에 걸쳐 갈 계획이지만 그래도 이제 오토바이 운전은 지긋지긋하다. 할 수 없다. 오늘 같은 위험을 반복할 순 없다. 대리운전을 하자. 숙소 직원에게 스탭에게 운전자를 한 사람 수배해 달라고 부탁을 하였다.


마음이 놓이니 오전에 넘어져 다쳤던 곳이 아파오기 시작한다. 무릎이 아파 바지를 걷어 올려 보니 무릎이 깨져 피가 흐르고 있다. 또 그때까지는 몰랐는데 오른쪽 어깨가 심하게 아프다. 뼈를 다친 것 같지는 않으며, 근육기 꼭 찢어진 것처럼 아프다. 병원은 보이지 않는다. 가까운 곳에 약국이 보여 상처를 치료할 약과 어깨에 바를 약을 샀다. 숙소에 와서 확인해 보니 상처 치료제는 알코올 소독수와 옛날 우리가 상처에 바르든 “아까찡”, 거기다가 탈지면 및 반창고 등이다. 어깨에 바르는 약은 물파스인 것 같았다.


대략 응급처치를 한 후 밖에 나가 식사를 하고 들어왔다. 몸이 아프니까 서럽기까지 하다. 이 상태로 여행을 계속해야 하나라는 생각도 든다. 집에 있는 손자 얼굴도 떠오르면서 갑자기 집에 돌아가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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