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ㆍ라오스 나홀로 배낭여행(2023-12-27)

Ep 13 마피렝 패스 가는 길

by 이재형

어제 넘어졌던 것이 꽤 충격이 있었던 것 같다. 그때는 몰랐는데 잠이 드니 온몸이 아프지 않은 곳이 없다. 몸을 뒤척이기조차 힘든다. 중간에 잠이 깨 화장실에 가려고 하니 온몸이 결리고 아파 일어나기도 힘든다. 여기서 여행을 포기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다시 잠들었다. 푹 잤다. 일어나니 한 밤중보단 몸이 가볍다. 오늘은 하루종일 숙소에서 쉴까 하다가 추운 방에서 멍하니 누워있다간 없는 병도 생길 것 같다. 몸의 다른 곳은 근육이 놀라 결리는 것 같은데, 깨진 무릎과 부딪힌 것으로 보이는 어깨는 직접 아프다.


어깨가 아파서 밤새 끙끙거렸다. 무릎의 상처야 깨진 것이기 때문에 어차피 언젠가는 낫겠지. 그냥 이곳 동반에서 하루 쉴까 하다가 이왕 여기까지 온 김에 마피렝 패스에 가기로 했다. “마피렝 패스”(Ma Pi Leng Pass)란 하장 루프 중 동반에서 메오박(Meo Vac)까지의 약 20킬로미터 구간으로서 하장 루프 가운데서도 가장 절경으로 꼽히고 있다. 그 대신 하장 루프 가운데서도 가장 어려운 구간이기도 하다.


어제는 하도 긴장을 하며 운전해 왔기에 식욕도 나지 않았다. 쌀국수로 아침을 때운 이래 온종일 사과 2알밖에 먹지 않았다. 저녁에도 식욕이 없어 그냥 잠자리에 들었다. 나가서 식사를 한 후 들어와 익숙지 않은 손으로 대충 상처를 정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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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 직원에게 내일 부르기로 한 대리기사 오늘도 가능한지 물어보았다. 가능하단다. 잠시 기다렸다가 대리기사가 오자 마피렝 패스를 향하여 출발했다. 대리운전 신세를 져 본 지 이제 10년이 거의 다 되어 가는데, 베트남까지 와서 대리운전 신세를 진다. 숙련된 운전사가 운전하는 오토바이 뒷자리에 앉으니 그렇게 마음 편할 수 없다.


동반 시가지를 벗어나 산길을 조금 달리니 저 앞 산허리에 "Welcome to Meo Vac"이라는 큼직한 글씨가 보인다. 유튜브를 통해 몇 번이나 보았던 그 글씨를 이제 직접 본다. 길이 무척 어려워 대리 운전을 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달리면서 주위의 풍경을 보면 정말 "헉!" 하는 소리가 입에서 절로 나온다. 장엄하다! 아름답다! 웅장하다! 무슨 표현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얼마 가지 않아 탑 같은 것이 서있는 곳에 세워준다. 그 탑은 이 도로를 건설하다가 목숨을 잃은 젊은이들의 넋을 기리기 위한 것이다. 이 도로를 건설하는 데에는 이곳에 거주하는 소수민족의 수많은 젊은이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였는데, 그들은 아무런 중장비도 없이 삽과 곡괭이 그리고 손수레만을 가지고 이 길을 닦은 것이다. 이 길이 생김으로서 이 지역의 소수민족들은 비로소 문명세계와 연결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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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령에 가면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하면서 죽은 노동자의 넋을 기리기 위한 기념비가 있다. 그들은 그래도 중장비라도 활용하였지만, 이 사람들은 그야말로 맨손으로 이 길을 닦은 것이다. 탑의 옆면에는 도로를 통해 들어온 트럭을 둘러싸고 기쁨에 환호하는 소수민족 사람들의 모습이 부조로 새겨져 있다.


■ 곁가지 이야기 03: 벌금 백만 동과 상도의(商道義)


베트남에 오기 전 윤석열의 베트남 방문 성과가운데 하나로서 한국 국제면허증을 가지면 베트남에서 오토바이 운전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뉴스를 들었다. 이것만은 반가웠다. 이젠 베트남에서도 떳떳이 오토바이를 운전할 수 있게 되었구나 생각해서, 이번 여행을 출발하기 전에 국제면허증을 벋아두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게 아니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한국 국제면허증으로 베트남에서 오토바이를 운전할 수 있게 된 것이 아니라 "지금까진 베트남에서 한국 국제면허증을 인정하지 않았는데, 이젠 인정하겠다"라는 것이었다.


그러므로 베트남에서 오토바이를 운전하기 위해서는 한국의 원동기 국제면허증을 발급받아야 한다. 일반 국제운전면허증으로는 여전히 오토바이 운전이 불가능하다. 베트남에서 오토바이 윤전을 하는 대부분의 외국인은 거의가 무면허 운전이므로, 베트남 경찰은 외국인을 타깃으로 단속을 많이 한다. 특히 하장루프에서는 수많은 외국인들이 오토바이 여행을 하고 있으므로 곳곳에서 단속한다.


하장을 출발한 지 얼마 안돼 단속에 걸렸다. 나는 국제면허가 있어 괜찮은 걸로 생각했는데, 국제 원동기 면허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사무실로 들어가 경찰 책임자와 만났다.


경찰책임자: 당신은 교통규칙을 어겼기 때문에 오토바이를 압류당하던가, 벌금을 내야 합니다.

나: 벌금이 얼마입니까?

경찰책임자: 쓰리 헌드레드 (사우전드)

나: 뭐라구? 삼백(만) 씩이나?


이때부터 나는 경찰책임자와 필사적으로 협상을 했다. 그리고 겨우 원 헌드레드로 깎았다. 백만 동을 그에게 주고 나왔다. 그런데 오토바이를 달리면서 가만히 생각하니 그가 돈을 받는 태도가 뭔지 어색한듯한 느낌을 가졌다. 무엇 때문이었을까? 곰곰이 생각했다. 내가 백만 동을 주었으니까, 우리의 대화 중에 "밀리언"이라는 말이 있어야 했다. 그런데 밀리언이란 말을 들은 기억이 없었다.


“아이고 두야!” 그는 처음부터 쓰리 헌드레드 (사우전드), 즉 30만을 얘기했던 것이다. 그런데 나는 그걸 깎고 깎아 백(만)을 주고 온 것이다. 경찰은 당연히 10만 동(약 5천5백 원)을 받으리라 생각했는데, 내가 100만 동(5만 5천 원)이나 주니, 자신도 순간적으로 어색한 모습이 나왔던 것이다.


이런 나쁜 넘이! 지금까지 만난 베트남인들은 모두들 정직했다. 돈 종류가 하도 많아 헷갈려 가끔 내가 돈을 더 많이 주어도 그들은 자신이 받아야만 하는 만큼만 정확히 받아갔다. 그런데 경찰이란 넘들이 상도의도 없이 10배가 되는 남의 돈을 꿀꺽 삼키다니. “나쁜 넘들, 아깝다!”


오토바이를 타고 오다가 중간 쉬는 곳에서 꽃을 파는 소수민족 소녀에게 꽃을 한 다발 뽑은 후에 5만 동(2천7백 원)을 주었다. 그러자 그 소녀는 꽃값은 만 동이라며, 4만 동을 도로 돌려주었다. 그 넘에게 준 돈이면 이 아이들에게 꽃을 100 다발은 사 줄 수 있는데...

베트남 경찰의 상도의에 개탄한다.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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