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ㆍ라오스 나홀로 배낭여행(2023-12-27b)

Ep 14 마피렝 협곡의 숨막힐 듯 장엄한 풍경

by 이재형

다시 조금 달리다 높은 곳에 위치한 휴게소 앞에 세워준다. 휴게소로 들어가니 저 아래 마피렝 협곡이 보인다. 장엄한 풍경에 숨이 막힌다. 협곡 아래는 푸른 물로 차있다. 작은 댐을 만들어 물을 가두어 둔 것이다. 이곳 휴게소에서 협곡 아래까지는 높이가 아무리 못돼도 1킬로는 될 것 같다. 휴게소를 나와 운전사에게 협곡으로 내려가자고 했다. 오토바이로 끝도 없이 내려가는 느낌이다. 길의 경사가 10미터에 1미터씩 낮아진다고 가정하면, 1킬로를 내려가기 위해선 10킬로를 달려야 한다.


댐이 있는 곳은 해발 500미터 정도 된다. 이 높은 곳에 왜 댐을 만들었을까? 수력발전을 위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댐으로 내려오면 호수에서 뱃놀이를 할 수 있는데, 이 뱃놀이야 말로 마피렝 패스의 또 다른 자랑거리이다. 요금은 몇천 원 정도인데, 티켓 판매소에서 선착장까지 약간 거리가 있어 셔틀이 운행되고 있다. 기다란 배를 타고 마피렝 협곡을 빠져나간다. 하늘에 닿을듯한 높은 협곡 사이로 배는 미끄러지듯이 지나간다. 세상에 선경(仙景)이 있다면 이곳이 바로 그곳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위에서 내려다 보는 마피렝 협곡

우리나라에서는 관광지 등에 가서 배를 타면 배를 태워주는 둥 마는 둥 타고나서 얼마 안 가 내리라고 하지만, 베트남은 그렇지 않다. 배를 타고 하는 투어는 탔다 하면 최소한 한 시간 정도는 관광객들에게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도록 한다. 마피렝 협곡 관광보트도 거의 한 시간 이상에 걸쳐 호수 곳곳을 다니며 관광객들이 아름다운 풍경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도록 해준다.


마피렝 협곡에서 올라오니 오후 3시 가까이 되었다. 그만 숙소로 돌아갈까 하는데 "스카이 워크"가 머리에 떠오른다. 그리로 가자고 하였다. 우리나라에는 요즘 관광지 곳곳에 스카이 워크가 만들어져 있지만, 하장 루프의 스카이 워크는 자연이 만들어 낸 하늘 길이다. 스카이 워크가 있는 곳은 바로 오전에 들렀던 건설 사망자 기념탑이 있는 곳이었다. 탑 옆쪽으로 좁은 산길이 있는데, 이 길이 바로 저 위의 바위산 뷰 포인트로 연결되는 스카이 워크이다. 폭 3미터 정도의 좁은 길이 산 위를 향해 마치 잔도처럼 뻗어있다. 상당히 멀어 보이는데, 막상 걸으면 30-40분 정도에 올라갈 수 있다. 동네사람들의 오토바이를 타고 올라갈 수도 있다.

마피렝 협곡

나는 걸어 올라가기로 했다. 한참 걸으니 이상하게도 오늘 아침 그렇게나 아프던 온몸에 별로 통증이 느껴지지 않는다. 깨친 무르팍과 타박상을 입은 어깨를 제외하고는 별로 아픈지를 모르겠다. 한참 걸어왔더니 드디어 뷰 포인트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인생사진을 찍었다. 날카로운 바위로 된 전망대를 지나면 절벽에 마치 테라스처럼 나온 바위가 있는데, 이 바위가 바로 이곳의 최대 명물이다.


이곳까지 올라왔으니 몇 발자국 더 올라 칼처럼 날카로운 바위 전망대나 테라스 바위까지 올라가면 좋겠지만 그만두기로 했다. 괜히 위험한 그곳까지 갈 필요가 없으며, 그곳에 가지 않더라도 멋진 풍경을 원 없이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숙소로 돌아왔다. 기사는 내일 9시까지 숙소로 찾아오기로 했다. 방으로 들어가니 냉방이 썰렁하다. 추우니까 모든 게 다 싫다. 저녁을 먹으러 밖으로 나왔다. 추우니까 독한 술이 당긴다. 며칠 전에 사둔 옥수수 술을 들고 나왔다. 동반 야시장 장터로 향했다. 숙소 근처 음식점에서 마치 우리나라 장작 통닭 같은 방식으로 닭을 굽고 있다. 고소한 냄새가 코를 자극하여, 다른 좋은 것이 없으면 저걸 먹어야지라고 생각했다.

마피렝 패스 하늘길

야시장은 썰렁했다. 수십 군데 음식점이 있었으나 손님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별로 내키는 음식이 없어 돌아 나오려는데, 어떤 가족이 샤부샤부를 먹고 있다. 베트남에 와서 아직 뜨거운 음식을 한 번도 먹어보지 못했다. 여긴 쌀국수도 마지근하다. 그래 저걸 먹자! 음식이 나오는데 푸짐하다. 쇠고기 샤부샤부인데, 고기가 300그램도 넘을 것 같다. 그리고 한 광주리 가득한 야채와 따로 나오는 버섯, 도저히 혼자서 다 먹을 수 있는 양이 아니다. 독한 옥수수 술을 곁들이니 기가 막힌다.


이곳은 닭고기나 돼지고기, 쇠고기의 값 차이가 거의 없는 것 같다. 어차피 모두 풀어놓고 키우는 것, 사료비가 안 들어서 그런가 하는 생각이 얼핏 들었다. 여기 쇠고기는 별로 맛이 없다. 사료를 먹이지 않기 때문이다. 혼자서 이 많은 양을 다 먹을 수는 없다. 결국 남길 수밖에 없다. 먹기 전엔 나중에 다 먹고 난 후 국수를 넣어 먹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그런 생각은 사라져 버렸다.


이제 겨우 6시 반이다. 숙소에 들어가 일찍 자자.

야시장에서 먹은 쇠고기 전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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