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30 루앙프라방 산책과 야시장 탐방
얼마 걷지 않았는데도 땀이 흐르고 걷기 싫어진다. 시원한 음료수를 한잔 마시고 싶은데 라오스 돈이 없다. 걷다 보니 루앙프라방을 대표하는 불교사찰인 왓 비수나랏쓰가 나온다. 황금빛으로 빛나는 아름다운 사찰이다. 불당 안에 있는 대형 불상도 황금빛이다. 불당 안 이곳저곳을 둘러본 후 밖으로 나와 불당 건물의 외관을 둘러본다.
날씨가 더워 걷기가 싫다. 불당 앞 계단에 앉아 정원을 바라본다. 거대한 둥근 탑과 야자나무들이 좋은 조화를 이룬다. 아름다운 정원이다. 그렇게 한참 쉬었더니 다시 힘이 난다. 사찰을 나와 목적 없이 걷자니 은행이 보인다. ATM 기계에서 돈을 인출하였다. 수수료가 턱없이 많다.
햇빛을 받으며 걸으니 목이 마르다. 그리고 배도 고프다. 사탕수수 즙을 마셨으면 좋겠는데, 파는 곳이 보이지 않는다. 길가 작은 좌판 노점에서 채소와 나뭇잎으로 쌈을 싼 밥과 쌀국수를 판다. 얼핏 보면 마치 만두처럼 생겼다. 호기심이 생겨 샀다. 비닐봉지에 10개쯤 담아 주는데, 값은 10,000낍(약 650원). 옆에 있는 과일 노점에서 수박 한 봉지를 사서 길가에 걸터앉아 함께 먹었다. 쌈은 방아잎을 비롯한 몇 가지 향신료 채소로 싼 것인데 그럭저럭 괜찮았다.
한참을 걷자니 이전에 새벽 탁발에 참여하였던 거리가 나온다. 그 길을 따라 걸어가니 길가에 두 마리의 용 조각을 한 계단이 보인다. 계단을 올라가니 꽤 큰 사찰이다. 옆 쪽으로는 검은 탑이 서있다. 비엔티안의 명소인 탓담을 닮은 탑인데, 크기나 아름다움이 결코 탓담에 지지 않는다.
여기서는 도시 어디서나 조금만 걸으면 메콩강이 나온다. 약간 내리막의 골목길로 들어갔다. 루앙프라방의 골목길은 어딜 가더라도 아름답다. 골목길을 200미터쯤 내려가면 자동차가 달리는 도로가 나온다. 바로 메콩강변을 따라 놓인 도로이다. 도로를 건너 강변 제방 위에 있는 식당으로 갔다. 메콩강변에 있는 식당은 작년에 왔을 때 웬만큼 가보았다. 지금 이 식당도 전에 왔던 곳인 것 같다.
맥주 한 병을 주문하고 메콩강이 내려다 보이는 자리에 앉았다. 메콩강의 물이 많이 줄어있다. 그렇지만 경치는 여전히 아름답다. 시원한 강바람을 쐬며 경치를 즐기노라면 시간은 금방 지나간다. 5시 반인데 아직 해가 중천에 떠있다. 확실히 베트남보다 해가 길다. 닌빈은 이 시간이면 어두워지기 시작하였다.
해가 저물 무렵이 되자 야시장으로 갔다. 루앙프라방의 수호신이라 할 푸시산 자락 아래서 매일 밤 큰 야시장이 열린다. 조금 높은 넓은 광장에는 음식 코너들이 둥글게 열을 지으며 들어서있다. 가운데 공간에는 탁자와 의자가 마련되어 있어, 손님들은 음식 코너에서 음식을 사 와서는 가운데 탁자에서 먹는다. 마치 우리나라 고속도로 휴게소 식당과 같은 시스템이다.
아래쪽에는 공산품과 공예품 등을 파는 긴 난장이 들어선다. 거의 200미터가 넘는 길 양쪽이 난전으로 빈틈없이 찬다. 구경을 하다 보면 사고 싶은 것이 많은데, 여행에 짐이 되기 때문에 살 수 없다.
공산품 난전 뒤의 좁은 골목은 음식점으로 가득 차있다. 이곳이 진짜 먹거리 장터이다. 음식의 양과 질과 다양성이라는 면에서 위쪽 깔끔한 야식장터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이 골목들은 그야말로 음식의 천국, 맛의 천국이다.
베트남에서 20일 가까이 지내고 보니 베트남 음식은 단조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밥과 쌀국수가 중심이 되고 다른 음식들은 반찬이라는 인식이 강하였다. 그러나 여기는 다르다. 온갖 맛있는 음식이 독립적인 요리로서 입을 즐겁게 해주고 있다.
이곳에서 저녁을 먹기보다는 숙소에 가서 강을 내려다보며 식사를 하는 것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운 돼지고기를 샀다. 열대과일 모듬도 사려다가 그건 숙소 근처에도 있을 것 같아 그만두었다. 그런데 숙소 근처에 오니 구운 돼지고기는 팔고 있는데, 과일은 팔지 않는다. 오늘은 과일을 포기해야겠다.
선선한 강바람을 맞으며, 구운 돼지고기 안주로 얼음을 띄운 맥주를 마신다. 이렇게 또 하루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