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9 루앙프라방에서 본격적인 열대의 체험
오늘 새벽 3시에 숙소에 도착하여 샤워를 하자마자 그대로 잠이 들었다. 깨어나니 아침 8시. 전기 매트 덕에 뜨끈한 침대에서 땀을 푹 흘리며 잘 잤다. 숙소에서 나오는 아침 식사가 깔끔하다. 망고를 포함한 열대과일, 계란 프라이, 토스트, 구운 소시지 등 맛도 있고 먹고 나니 든든하다
이 숙소는 공용 공간이 잘 되어있다. 멀리 강 풍경을 바라보며 식사할 수 있는 식당, 오락실 등 투숙객들에게 아주 편리한 공간을 제공한다. 이곳은 공용 투숙실인 도미터리를 중심으로 하는 숙소인 것 같다. 여행을 떠나기 전 나도 이번 여행에서 공용숙소를 한번 이용해 볼까 말을 꺼내었더니, 집사람과 딸이 펄쩍 뛴다. 이 숙소를 하루 예약했는데, 일단 하루를 더 연장했다. 이번 여행 중에 꼭 한 번 공용 투숙실을 이용해 봐야겠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침대에 누워 느긋한 시간을 보낸다. 어제의 고생을 생각하면 지옥에서 천국으로 온 기분이다. 이후의 계획에 대해 숙소 직원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정보를 많이 파악하고 있고, 좋은 조언을 해준다.
12시가 넘어 숙소를 나왔다. 시내도 돌아볼 겸 돈도 출금하기 위해서이다. 루앙프라방은 라오스 제2의 도시로서 인구는 약 6만 명 정도가 된다. 이 도시는 14-16세기에 걸쳐 린쌍 왕국의 수도로서 번성하였으며, 당시의 왕궁과 사원들이 지금까지 남아있어 도시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그리고 루앙프라방은 메콩강과 메콩강의 지류인 남칸 강을 끼고 있다. 그런 만큼 시내 곳곳에 많은 명소가 있다. 인터넷을 찾아보면 많은 명소를 찾아보기를 권장하고 있다.
그렇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루앙프라방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고는 하지만, 눈을 확 끄는 그런 명소로는 사실 내세울 것이 별로 없다. 라오스라는 나라 자체가 옛날부터 소국(인구 면에서)이었으므로 그리 대단한 문화유산이 있기 어려웠다. 나는 루앙프라방의 매력은 도시 그 지체에 있다고 생각한다. 메콩강과 메콩강의 지류인 님칸강을 낀 환상적인 도시 분위기. 좁은 골목길을 따라 꽃을 기득 채운 예쁜 작은 정원을 갖춘 주택들, 도시 공간마다 마련된 작은 공원과 사찰들 등 루앙프라방의 평범한 하나하나의 풍경이 감동을 준다.
강가나 골목길을 걷다 보면 수많은 홈스테이에서 숙박을 하고 있는 관광객들이 베란다에 나와 커피잔을 옆에 두고 독서를 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한다. 참으로 평화스러운 정경이다. 루앙프라방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은 바로 "마음의 평화"와 안식이 아닐까 생각한다.
숙소를 나서자마자 햇빛이 따갑다. 열대의 나라로 여행 온 것을 이제야 느낀다. 같은 동남아 국가이면서도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태국은 기온이 전혀 다르다. 베트남 하노이의 1월은 춥지만, 비슷한 위도의 루앙프라방은 뜨거운 날씨다. 태국으로 넘어가면 더하다. 우리나라의 찌는듯한 여름 날씨보다 더 덥다. 10여 년 전에는 태국에 자주 골프를 치러 갔다. 처음 태국에 갔을 때 골프장 리조트에 밤 12시가 넘어 도착했는데, 벽에 뭔가 움직이는 것 같았다. 자세히 보니 길이가 30센티도 넘는 큰 도마뱀이었다. 벽에는 항상 몇 마리의 도마뱀이 붙어있었다. 그런데 베트남이나 라오스에서는 집 안에서는 도마뱀을 보기가 쉽지 않다.
요즘은 국내에서는 현금을 사용할 일이 거의 없기 때문에 ATM 기계를 언제 사용해 보았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다른 분들도 대개 마찬가지일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ATM 기계를 사용하더라도 사용 수수료를 낸 적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이번 여행에서는 트레블 월렛을 준비해 왔다. 간단히 말하면 외화 캐시 카드이다. 특정 외화를 충전해 두고 그 나라 ATM 기를 통해 언제든 출금 가능하다. 거기다가 직불카드 기능도 한다.
트레블 월렛 덕택으로 현금을 많이 기지고 다니지 않아도 되니 편리하다. 그런데 ATM기를 이용하는데 수수료가 엄청나다. 수수료는 은행마다 차이가 나는데, 베트남의 경우 한 두 은행을 제외하곤 수수료가 4-5만 동에 이른다. 게다가 1회 인출 한도가 높지 않다. 그래서 우리 돈 15만 원 정도를 인출하면서 수수료를 거의 3,000원 가까이 지불한다.
라오스는 더하다. ATM 인출한도가 150만 낍(10만 원)인데, 수수료가 55.000낍, 거의 3,500원이나 된다. 나 같은 관광객이야 한번 지나가면 그만이지만, 그 나라 사람들에게는 ATM 기를 이용한다는 것이 보통일이 아닐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