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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Mar 07. 2024

베트남ㆍ라오스 나홀로 배낭여행(2024-01-11)

Ep33 산과 강이 만들어 낸 아름다운 환상의 마을 농키아우

어제 꽤 걸은 데다 맥주도 몇 잔 마셔 그냥 잠에 골아떨어졌다. 새벽에 잠이 깨니 좀 춥다. 전기 매트를 깔까 생각하다가 귀찮아서 그만두었다. 어제저녁에는 찬물로 샤워를 하였는데, 일교차가 큰 것 같다.


느지막이 일어나 무얼 할까 생각을 했다. 이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두 가지이다. 첫째는 여러 가지 액티비티에 참가하는 것이다. 카약, 동굴탐험, 뷰포인트 등산, 정글 트레킹 등 여러 가지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다. 둘째는 그냥 주위 경치를 즐기며 쉬는 것. 그냥 쉬는 것도 무료하여 적당한 액티비티가 없을까 찾아보았다. 


뷰포인트 등산은 왕복 2~3시간 정도 걸리는데, 길이 험하여 그만두었다. 나머지 액티비티들은 여행사 프로그램에 참여하여야 하는데, 모두 고만고만한 영세 여행사들이 각각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어 프로그램 자체가 성원을 이루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혼자 참여할 경우 비용이 턱없이 비싸진다. 영세 여행사들이 공동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하면 좋을 텐데, 아직 그런 데까진 생각이 못 미치는 모양이다. 내가 이곳에 와서 사업을 하면 잘할 수 있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그냥 쉬기로 하였다. 그러다 저녁이 되어 적당한 프로그램이 보이면 참여해도 좋고. 한 시간 남짓 주위를 산책하며 둘러보았다. 최근 몇 년 전부터 이곳 농키아우가 좋은 여행지로 소문나게 되어 관광객이 증가하고 있으나 아직 인프라나 여행 관련 사업자들의 마인드는 많이 부족한 것 같다. 


오전 11시가 되면 햇빛이 뜨거워져 걸어 다니기 힘들다. 땀을 많이 흘려 어제저녁을 먹은 가게에서 코코넛 스터(stir)를 한 잔 마셨다. 아주 맛있었다. 가게를 나오면서 10,000낍(650원)을 주고 수박을 한쪽 샀다. 어제 먹다 남은 과일과 이것으로 점심을 때워야겠다.


대추를 닮은 과일은 무엇인지 모르겠다. 식감이 대추와 사과를 섞어놓은 듯하다. 껍질을 벗겨 먹어야 하는지 몰라 먼저 통째로 먹어보았는데 별 저항감은 생기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특별히 맛있는 것도 아니다. 약간 신맛이 나며 단맛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거봉을 닮은 포도는 단맛이 거의 없는 데다, 씨도 씹혀 먹기가 쉽지는 않다. 

노란 껍질을 까면 흰 속살이 나오는 과일 용안(龍眼)은 먹기는 조금 불편하지만 은근히 중독성이 있다. 손이 저절로 간다. 과일을 팔던 처녀에게 먹는 방법 사범을 보여달랬더니, 열매를 약지와 새끼손가락 사이에 넣어 가볍게 톡 까던데, 나는 잘 안된다. 과즙을 온 손에 다 묻힌다. 하얀 속살 속에 큰 검은 씨가 들어가 있어 마치 눈알같이 생겨 "용안"이란 이름이 붙은 것 같다. 그런데 동물 가운데 눈에 흰자위를 가진 것은 사람뿐이다. 용은 영물이라 사람처럼 흰자위를 가졌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오후 4시가 가까워지자 햇빛도 약해져 숙소를 나왔다. 또 다리 쪽으로 갔다. 어제 낮 이곳에 온 이래 이 다리를 벌써 몇 번째 건너는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매번 건널 때마다 그 경치에는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하류 쪽 산 허리에는 옅은 안개 같은 것이 걸쳐 있다. 어찌 보면 안개 같고 또 어떻게 보면 사람들이 불을 피워 난 연기같이 보이기도 한다. 어쨌든 그 옅은 안개가 강과 산의 풍경을 더 몽환적으로 만들고 있다.


오전에 어떤 여행사 앞에 '선셋 크루즈'라는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었다. 다리 옆에 있는 선착장으로 내려가니 배 한 척이 곧 선착장을 떠나려 한다. 20여 명의 승객을 태우고, 배 안쪽에는 식탁이 마련되어 있다. 그래, 이 배를 타보자. 배가 떠나려 할 때 나도 배에 오르려 하니까 스태프인 듯 보이는 여자가 안된다며 손을 가로젓는다. 나도 타고 싶다고 했지만, 막무가내로 안된다고 하니 할 수 없다. 의사가 전혀 통하지 않으니 이유를 알 수 없다. 내일 '무앙응오이'로 가자면 어차피 한 시간은 배를 타야 하므로 남우강 뱃놀이는 내일로 미루자고 생각했다. 

특별히 할 일이 없으므로 강이나 더 구경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강변 경치 좋은 곳은 모두 홈스테이가 자리 잡고 있다. 홈스테이라고 하지만 어떤 것은 수천 평의 땅 위에 몇십 개의 방갈로를 지어놓은 완전히 기업형도 있다. 여기에는 건축규제도 없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과연 이런 곳까지 행정력이 미칠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어제저녁을 먹은 가게에서 쌀국수로 저녁을 먹었다. 이번엔 쇠고기 쌀국수인데, 역시 고기 맛은 닭고기나 돼지고기보다 못하다. 저녁을 먹고 숙소에 들어와 베란다에서 과일을 먹으며 태블릿으로 드라마를 보았다. 날이 깜깜해지자 별구경을 하기 위해 숙소를 나섰다. 다시 다리 한가운데까지 갔지만, 이곳도 불빛 때문에 별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이래서 별 보기도 실패. 내일을 기약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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