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35 탐캄 동굴 왕복 트레킹
무앙응오이는 마치 동화 속의 마을처럼 환상적이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높은 곳에서 마을 전체를 내려다보면서 보이는 풍경이다. 마을 속에 있는 나로서는 그렇게까지 환상적이라는 느낌은 없다. 그렇지만 산과 강이 어울린 마을 풍경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마을 가운데로 넓은 길이 나있다. 포장은 되어있지 않지만 폭은 왕복 2차선은 충분히 될만한 너비이다. 길을 떠라 걸었다. 아주 메마른 황톳길인데, 마치 황토 먼지 같은 가는 흙이 길 위에 수북이 쌓였다. 발자국을 뗄 때마다 황토 먼지가 풀풀 날린다. 이런 길에 차라도 지나가면 어쩌나 생각하는데, 때맞춰 차가 한 대 지나간다. 삽시간에 누런 황토 먼지가 일어나 주위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길이 황토 먼지로 뒤덮여 걷기 힘들었지만, 주위 경치는 감탄이 절로 나오게 한다. 완만한 황톳길을 걷노라면 어릴 때 할머니 손을 잡고 가던 시골길이 떠오른다. 이렇게 주위의 풍경을 감상하면서, 또 옛 생각을 하면서 걷다 보니 저 앞에 사람이 여러 명 모여 있는 곳이 보인다. 길이 물에 잠겨 공사를 하고 있다. 그리고 옆 산기슭에는 탐캉 동굴이 있다.
탐캉동굴은 생각보다는 큰 동굴이었다. 입구는 지름이 3미터 정도 되어 보이고, 입구를 들어서면 제법 넓은 공간이 있다. 그러나 곧바로 밑으로 꺼진 굴이 나오는데 더 이상 들어가진 않았다. 동굴에서 맑은 물이 흘러나와 길을 가로질러 흐른다. 함께 배를 타고 온 서양 아이들이 물장난을 하면서 놀고 있다.
이곳을 지나 2.5킬로 정도 더 가면 소수민족이 사는 반나 마을이 나온다. 이왕 여기까지 왔으니 반나 마을까지 가보기로 했다, 그런데 마을을 1킬로 남짓 남겨두고 갈라진 길이 나온다. 어느 쪽 길로 갈까 생각하다 시계를 보니 벌써 4시 반이다. 마을까지 갔다 오면 어두워질 것 같다. 발길을 돌리는 것이 좋겠다.
꽤 걸었더니 온몸이 땀에 흠뻑 젖었고 목도 마르고 배도 고프다. 돼지고기 바비큐 안주에 라오 비어 큰 병, 그리고 쌀국수로 사치스러운 저녁을 먹었다.
어두워지기를 기다려 별을 볼 수 있을까 해서 밖으로 나갔다. 그러나 별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마을 가게의 불빛 때문인지 아니면 구름이 끼었는지 알 수 없다. 불빛이 없는 곳으로 가보려 했으나 길이 너무 험해 위험하다. 내일을 기다려보자.
이번 여행에 가져온 용품 가운데 가장 대박은 전기 매트이다. "열대지방에 여행하면서 무슨 전기 매트?"라 생각하실 분도 많겠지만, 특히 베트남은 중부지방인 다낭만 하더라도 1~2월엔 밤에 상상도 못 할 정도로 춥다. 더욱이 우리나라와 달리 몸을 녹일 공간을 찾기 어렵기 때문에 더욱 추위에 신경 써야 한다. 5년 전 베트남 여행에서 여행기간 내내 추위에 떨어 그 이후는 국내여행이건 해외여행이건 여름을 제외하고는 항상 전기 매트를 가지고 다닌다. 자연휴양림만 빼고.
베트남에서 거쳐온 사파나 하장, 동반 등은 위도도 높은 데다 높은 지대에 위치하고 있어 무척 춥다. 그 지방 주민들은 모두 두꺼운 패딩을 입고 다닌다. 숙소는 대개 에어컨으로 난방을 하거나 아니면 침대에 큰 전기매트를 깔아놓는다. 에어컨으로 하는 난방은 그 효과가 크지 않다. 온도를 최고로 올려 틀어놓아도 한기를 막진 못한다. 전기매트라 해도 시정은 다르지 않다. 그곳의 매트는 최고 높은 온도로 틀어도 그냥 미지근할 정도이다.
이런 점에서는 우리나라 전기 매트가 최고이다. 틀고 나서 1분만 지나면 뜨끈뜨끈해진다. 온도를 '중'보다 조금 강하게 맞추어 놓으면, 까딱하면 화상을 입을 정도로 뜨겁다. 아무리 숙소 방안 공기가 차가워도 전기 매트를 뜨뜻하게 켜놓고 땀을 흠뻑 흘리고 자고 나면 다음날 몸이 개운해진다. 우리는 어쩔 수 없는 "온돌의 민족"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