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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Mar 10. 2024

베트남ㆍ라오스 나홀로 배낭여행(2024-01-13)

Ep 36 무앙응오이 마을 구경하기

강변의 식당에서 커피와 토스트로 아침 식사를 하였다. 커피를 특별히 싫어하진 않는데, 커피를 마시면 밤에 잠을 자지 못하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커피를 거의 입에 대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 여행에서 몇 번 커피를 마셨는데도 잠드는 데는 큰 문제가 없어 며칠 전부터는 아침에 커피를 한 잔씩 한다.


어제저녁에 비해 강물이 확 줄었다. 강가에서 물이 5미터 정도는 물러난 것 같고, 산에서 내려오던 폭 10미터가량의 계곡 개천도 말라버렸다. 하룻밤 사이에 이렇게 물이 많이 줄어든 것이 이상하다. 비가 오지 않고 이 상태가 며칠 계속되면 강이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식사를 마치고 숙소 베란다의 흔들의자에 앉아 눈앞에 펼쳐지는 강과 산을 바라보며 멍 때린다. 몸과 마음은 더없이 편한데, 집에서 혼자 손자를 보고 있는 집사람이 감기가 심하다고 해서 자꾸 마음에 걸린다. 비가 오려는지 날씨가 흐려지더니 서늘한 강바람이 강해진다. 

햇빛이 나지 않아 강가로 내려갔다. 긴 배들이 어지러이 묶여있다. 모래톱으로도 올라가 본다. 잡초가 우거져 걷기가 쉽지 않다. 혹시 시간을 때울 액티비티 프로그램이 없을까 여행사에 물어보니 적당한 것이 없다. 영세한 여행사에서 저마다 독자적인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하다 보니 성원이 잘 되지 않기 때문이다. 낚시 프로그램이 있어 물어보니 60불이라 한다. 돈도 돈이지만 뱃사공과 둘이 나가 낚시를 하는 것이 무슨 재미가 있겠는가?


마을 구경이나 하자!  작은 마을이지만 골목도 많고 의외로 아기자기하다. 베트남 사파에서 산 말린 과일을 들고 나왔다. 너무 달아 내 입에는 맞지 않던데 아이들은 꽤 좋아하는 것 같았다. 갑자기 굵은 빗방울이 떨어져 길가 집의 처마 밑에 피하였다. 남매로 보이는 두 아이가 놀고 있다. 동생인 남자아이에게 과자를 한 주먹 쥐어 주니, 누나도 가까이 온다. 역시 과자 한 주먹. 이 광경을 멀리서 바라보고 있던 동네 아이들이 모두 쪼르르 달려온다. 한 주먹씩 나누어주다, 결국은 봉지째 주고 나누어 먹으라 하였다. 어린 여자아이 하나가 서툰 우리말로 "감사합니다"라고 한다.

비가 그쳐 골목길을 둘러보다 보니 케이브라고 쓰인 작은 안내판이 보인다. 화살표를 따라갔더니 넓은 계곡이 나오고, 계곡 가운데 네댓 명의 남녀가 차를 세워두고 둘러 서있다. 아마 소풍을 나온 것 같다. 밥을 먹고 있었는데, 가까이 가자 함께 먹자고 권유한다. 랩에 싼 주먹밥에 소스와 나물을 곁들여 먹으니 맛이 괜찮다.


"케이브"로 가는 길은 험해 보여 그만두었다. 숲 속 오솔길을 걷다 보니 넓은 공터가 나오고, 집들이 둥글게 공터를 둘러싸고 있다. 공터는 알고 보니 축구장이다. 정규 축구장보다는 작지만, 대나무로 만든 골대도 있고 잔디도 깔려있다. 동남아 국가들은 축구 수준은 낮지만 많은 사람들이 축구에 열광하는 것 같다. 조그만 마을에서도 술집에서 대형 화면에 비치는 축구중계를 보면서 떠들썩하게 술을 마시는 풍경을 쉽게 볼 수 있다.


햇빛은 없지만 덥다. 숙소로 돌아와 시원한 베란다에 앉아 시간을 보낸다. 내일 또 어디로 갈지 결정을 못했다.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하나는 다시 농키아우로 가서 거기서 루앙프라방이나 방비엥 혹은 비엔티안으로 가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여기서 6시간 동안 배를 타고 무앙쿠아로 가서, 거기서 무앙싸이나 우돔싸이를 거쳐 루앙프라방 등으로 가는 방법이다. 이것은 순전히 배 여행을 위한 선택지이다. 천천히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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