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49 환상의 껑러 동굴 투어
모터로 움직이는 배는 곧바로 동굴 안쪽 어둠을 향해 달린다. 동굴 안에는 조명장치가 전혀 없고, 뱃사공과 투어객들의 해드 랜턴이 조명의 전부다. 그런 깜깜한 어둠 속을 뱃사공은 잘도 운전을 한다. 배는 폭이 10~20 미터 정도 되는 동굴 속 물 위를 빠르게 달린다. 10분쯤 지났을까, 배는 석회암 바위가 있는 곳에 접안한다. 내리니 계단이 연결되어 위로 올라갈 수 있도록 되어있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니 거대한 종유석과 석순이 있고, 또 벽면에는 세로로 창살 모양의 큰 석순들이 가지런히 늘어져 있다. 정말 볼만한 동굴이다. 어제 갔던 탐낭 동굴이나 드래건 동굴은 여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다시 배에 올랐다. 이대로 나가면 40분 정도의 투어다. 좀 아쉽다.
배가 이제는 동굴 밖으로 나가나 했는데, 10여 분 정도를 달려 사구처럼 생긴 곳에 배를 댄다. 여기는 모래 언덕으로 되어있는데, 모래 언덕을 올라가자 하얀색의 마치 산호처럼 생긴 큰 석순이 있다. 그 외에도 여러 종류의 석순과 기괴한 모습의 바위들이 모래 언덕 위로 솟아나 있다.
이대로 걸어서 동굴 밖으로 나가나 했는데, 또 배를 타라고 한다. 이번에는 배가 엄청나게 넓은 공간을 지나간다. 폭도 아주 넓으며 동굴 천장 높이가 20미터도 넘을 것 같다. 주위가 온통 깜깜하다. 조명장치가 전혀 없어 해드 랜턴 불빛으로는 동굴의 모습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여하튼 엄청 넓은 공간이다. 몇 년 전 베트남의 퐁냐케방 동굴 투어를 했던 생각이 난다. 그곳에는 조명시설이 잘되어 있어서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동굴을 볼 수 있었다. 여긴 어떨지 모르겠다. 잘 보이지는 않지만 굉장히 큰 동굴 공간이라는 것은 느낄 수 있다.
넓은 호수와 같은 공간을 한참 동안 지나자 이번엔 좁은 여울이 나온다. 깊이가 얕고 물살이 세어 보트를 탄 채로 거슬러 올라갈 수는 없다. 승객들이 내려 사공과 함께 배를 밀어 여울 위로 올린다. 여울 위쪽에 올라 다시 배에 탔으나 물이 얕아 자주 뱃바닥이 땅에 닿는다. 그러다가 못 움직일 정도가 되면 승객들이 다시 내려 함께 배를 민다.
이렇게 한참 가다 보니 앞 쪽으로 밝은 빛이 들어오고 배는 동굴 밖으로 나간다. 그리고 아름다운 계류를 잠시 거슬러 올라가더니 옆으로 배를 댄다. 2시간이 조금 못 되는 동굴 보트 투어였다. 이 정도 투어라면 입장료 20만 낍은 조금도 아깝지 않다. 백만 낍을 내고라도 할만한 투어였다. 육지로 오르니 오두막들이 몇 채 있고 음식을 파는 가게도 보인다. 그런데 도무지 신발을 벗어 둔 오두막을 찾을 수 없다. 상인들에게 물어보았지만 말이 제대로 통하지 않는다.
그런데 함께 내린 서양 젊은이들이 전혀 신발을 찾으러 갈 생각을 않는다. 알고 보니 아직 투어가 끝난 것이 아니었다. 투어 중간에 잠시 자유시간을 갖는 시간이다. 코코넛 한 개를 먹었다. 20~30분쯤 자유시간을 가진 뒤 다시 보트를 탄다. 그리고 동굴 속으로 다시 들어가 이곳저곳을 신나게 달린다. 조명시설을 조금이라도 해놓았으면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든다. 연신 감탄을 하면서 동굴여행을 계속한 후 처음 들어왔던 입구로 나왔다. 약 3시간에 걸친 투어였다.
최고의 투어였다. 베트남 퐁냐케방의 동굴투어보다 오히려 나은 것 같다. 껑러 동굴이 퐁냐케방보더 더 낫다는 것이 아니라 투어 내용이 더 알차다는 것이다. 동굴의 아름다움이라는 점에서는 어느 쪽이 더 나은지 모르겠다. 퐁냐 동굴은 조명시설이 잘 되어있지만, 껑러 동굴은 조명이 부족하여 동굴의 본모습을 제대로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제 돌아가야 한다. 시계를 보니까 오후 2시가 조금 넘었다. 나힌에 도착하니 오후 4시 정도가 되었다. 오늘은 여기서 숙박을 할까 생각도 했지만, 그럴 경우 내일 부담이 너무 크다. 거의 200킬로 가까이 달려야 한다. 락사오까지 가면 내일 편하다. 나힌에서 락사오까지 60 킬로미터, 잘하면 오후 6시 이전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다.
나힌을 출발하여 얼마 가지 않아 어제 고생을 했던 비포장 도로 구간이 나온다. 역시 힘들게 이 구간을 통과하였다. 5시가 가까워지자 산속이라 공기가 갑자기 서늘해진다. 거기다 해도 빨리 지려는 것 같다. 점점 마음이 초조해진다. 그럴수록 자신도 모르게 오토바이 속도를 높이게 되는데, 계속 천천히 가자고 혼자서 마음속으로 다짐한다.
아무래도 중간에 숙박을 할 수 있는 곳이 보이면 아무 곳이나 들어가야겠다. 그런데 작은 마을을 몇 개나 거쳤지만 숙박할 수 있는 곳은 보이지 않는다. 날은 이미 어두워졌다. 도로의 요철이 잘 보이지 않아 속도를 더욱 줄였다. 아무도 보이지 않는 산속 도로를 운전하다 보면 겁도 난다. 바람은 어느새 사늘해져 바람을 맞을 때마다 등골이 오싹한다. 이렇게 마음을 졸이며 운전하다가 락사오를 얼마 앞두고 겨우 게스트 하우스를 하나 찾았다. 구글 지도를 보니 제일 싼 숙박 앱을 통하면 60만 낍으로 예약할 수 있다고 나온다. 그러나 지금은 숙박비가 문제가 아니다.
“미소욱(Meesouk) 게스트 하우스”란 곳인데 엄청 크다. 몇만 평은 될 것 같은 대지 위에 한가운데 큰 연못이 있고 주위로 방갈로 형태의 방이 몇십 개 정도 자리하고 있다. 꽤 비쌀 걸로 생각되었다. 다행히 빈 방이 있어, 더블 침대 방을 잡았다. 그런데 가격이 뜻밖이다. 20만 낍이라고 한다. 도대체 숙박 앱 넘들은 얼마나 남겨 먹는 건가?
점심때 과일을 하나 먹은 후 아직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게스트하우스 주위에 식당이 전혀 없다. 마을 쪽으로 내려가니 작은 가게가 하나 보인다. 아쉬운 대로 빵과 청량음료를 사 와서 저녁을 때웠다. 샤워를 하고 나니 오늘 일이 꿈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