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50 타켁루프 투어를 마치고 사바나켓(Savannakhet)으로
오전 9시가 조금 넘어 게스트하우스를 나왔다. 숙박비에 포함된 아침 식사도 괜찮은 편이었다. 마치 리조트 같은 곳이다. 타켁의 오토바이 렌털 숍까지는 160킬로 남았다. 하루에 가기가 좀 버겁게 느껴지지만 왔던 길이라 좀 익숙한 느낌도 든다.
락사오를 지나면서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한참을 오르니 길 옆으로 간간이 호수 자락이 보인다. 고원에 다 올라온 것이다. 호수는 길 양쪽으로 좁은 자릭이 보이기도 하다가 어떤 곳에서는 바다처럼 저 멀리까지 아득한 곳까지 보이기도 한다. 이 높은 고원에 이렇게 호수가 있다는 것은 이 지역이 분지이며, 물이 빠져나갈 통로가 없거나 극히 좁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확히 측정하니 호수면의 높이는 해발 520 미터 정도 된다. 그리고 이 고원에는 높이가 550미터를 넘어 보이는 지대도 거의 없다. 까마득한 저 먼 곳에 산들이 늘어서 있을 뿐이다. 이렇게 이 지역이 고원 위의 평원이다 보니 도로도 아주 완만한 오르막 내리막이 반복된다. 호수는 깊어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물로 가득 찬 보통 호수와는 달리 이곳의 호수는 지형을 끼고돌면서 육지와 호수가 서로 뒤섞인 모습을 하고 있다.
이렇게 호수를 보면서 거의 20여 킬로를 달리다 보면 내리막이 계속된다. 고원이 끝이 난 것이다. 고원을 완전히 내려오면 그 아래에 수력발전소가 있다. 호수 물을 이용하여 발전을 하는 것 같다. 발전소 아래에는 댐이 있고, 그 아래는 강으로 연결된다.
며칠간 계속 오토바이를 탔더니 스피드에 둔감해지는 것 같다. 올 때는 시속 30킬로를 조금 넘는 속도로 왔으나, 지금은 주의하지 않으면 모르는 사이에 시속 50킬로를 넘어버린다. 그때마다 속도를 줄인다. 도로에 교통량이 거의 없다. 별다른 방해를 받지 않고 기분 좋게 달릴 수 있었다.
그런데 타켁을 30킬로 정도 앞두고 갑자기 대형트럭이 많아진다. 대부분 큰 짐칸을 두 개 연결해 달리는데, 굉장한 난폭운전들이다. 트럭들끼리 추월을 예사로 하는데, 거의 마주 오는 차에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다. 하도 난폭운전을 하길래 마주 오거니 뒤따라 오는 트럭이 보이면 아예 길 가에 오토바이를 정차하여 이들이 지나가길 기다리기로 했는데, 트럭은 서있는 나를 향해 그대로 돌진해 온다. 두 번 정도 정말 아찔한 순간이 있었다. 주위 풍경은 다시 카르스트 지형의 산의 절경이 펼쳐지지만, 신경은 온통 트럭에 가있었다.
렌털 솝에 도착하니 오후 3시가 좀 못되었다. 사바나켓이든 베트남의 다낭이든 버스가 있으면 아무 곳이라도 떠나야겠다. 버스를 알아보니 사바나켓으로 가는 차가 있다. 오후 4시 차표를 샀다. 로컬 버스인데 미니버스로서 정말 오래된 낡은 차다. 좌석은 너덜너덜하며, 여기저기 녹슨 곳이 보인다. 에어컨도 없다. 출입구를 비롯한 모든 창문을 활짝 열고 달린다.
오후 7시가 되어 사바나켓 버스 터미널에 도착했다. 주위가 깜깜하다. 버스 스케줄을 확인해 보니 매일 오전 8시에 후에로 가는 버스가, 그리고 오전 9시에 다낭으로 가는 버스가 있다. 예약을 하려 하였으나 당일 와서 표를 사라 한다.
숙소를 찾아야 하는데 어디가 어딘지 알 수 없다. 그러다 터미널 주위를 둘러보니 마치 1960년대 우리나라 기차역 옆에 자주 보이던 사창가 건물처럼 생긴 기다란 집이 보인다. 가보니 게스트하우스라 한다. 어쩔 수 없이 오늘 밤은 여기서 묵어야겠다.
동남아를 여행하다 보면 지역 간 이동에 있어서 교통정보가 부족하여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이들 국가에도 웬만한 도시에는 버스 터미널이 있다. 그곳에 가면 버스 운행 정보를 알 수 있다. 그러나 모든 버스들이 버스 터미널을 거치는 것은 아니다.
해외 관광객들이 찾는 대부분의 도시에는 많은 군소 여행사들이 있다. 이들 여행사에서는 대부분 버스 티켓팅 업무를 보고 있다. 비단 여행사뿐만 아니라 숙소에서도 티켓팅 업무를 대행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 여행사나 숙소에 지불하는 티켓 요금에는 당연히 수수료가 포함된다. 그러므로 여행자가 직접 터미널에서 표를 끊는 경우에 비해 요금이 비싸다.
그러면 직접 표를 끊을 것인가 아니면 여행사를 이용할 것인가? 나의 경험으로는 대부분의 경우는 여행사를 이용하는 경우가 유리하다고 생각된다. 편리함은 물론 금전적으로도 그 편이 유리한 경우가 훨씬 많다.
여행사를 이용할 경우 자신이 원하는 곳에 픽업을 하러 온다. 그리고 픽업 차 운전사는 관광객이 실수를 하지 않고 안전하게 차를 탈 수 있도록 확실하게 안내한다. 관광객이 스스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돈이 들며, 또 그 결과도 불확실하다. 동남아 국가들은 우리에 비해 정보가 현저히 불투명, 불완전하다. 여행사들은 이러한 정보의 불완전성을 보완해 주는 역할을 한다. 동남아 여행에서는 여행사에 주는 수수료를 전혀 아까워할 필요가 없다. 그들 간에도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바가지를 쓸 염려도 거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