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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Mar 21. 2024

베트남ㆍ라오스 나홀로 배낭여행(2024-01-20c)

Ep 47 숙소가 없다. 노숙을 해야 하나?

마을을 향해 달리다 보니 마을을 2-3킬로 정도 앞두고 길 오른쪽으로 리조트 표시가 보인다. 안내판을 보니 옆길로 1.5킬로 정도 안쪽에 리조트가 있다고 한다. 빨리 숙소를 정하고 쉬고 싶지만 비포장 시골길을 1.5킬로나 들어갈 자신이 없다. 땅거미가 질 무렵 껑러 동굴이 있는 마을에 도착하였다. 이제 이곳에서 숙소를 찾아야 한다. 이곳은 주로 관광객들을 상대로 하는 마을로서, 게스트 하우스와 식당 등이 많이 있다.  


마을 끝에 큰 리조트가 있어 찾아가니 만실이라 한다. 다시 돌아 나오며 꽤 큰 게스트하우스가 있어 들어가니 또 만실이라 한다. 어째 예감이 좋지 않다. 다시 몇 개의 게스트하우스를 더 찾아갔는데, 폐업한 집이 많으며 영업을 하고 있는 집은 모두 만실이라 한다.  큰일 났다. 이 밤중에 나힌까지 돌아가는 건 불가능하다. 꼼짝없이 노숙을 하게 생겼다. 마지막으로 들어오면서 보았던 리조트를 찾아가 볼 수밖에 없었다. 노숙을 하는 것보단 시골길을 1.5킬로미터 들어가는 것이 낫다. 


마을을 빠져나가려는데 마을 입구에 폐업한 듯 보이는 게스트하우스가 하나 보인다. 인기척이 전혀 없다. 그래도 혹시나 해서 들어가 주인을 불러보었지만 아무도 나오지 않는다. 사림이 살고 있는 듯한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다시 나오는데, 그때 길 옆 논에서 일을 하던 중년남자가 숙소를 찾느냐고 묻는다. 그렇다고 하니까 "원 헌드레드, 원 헌드레드"라고 소리치면서 논에서 나온다. 방금 들어갔던 게스트하우스의 주인인 것 같다. 방이 15개 정도는 되어 보이는데 투숙객은 나 혼자이다. 숙박비는 10만낍, 우리돈 7천원이 채 안되는 돈이다. 

방으로 안내하는데, 아주 좋다. 어젯밤에 묵었던 타랑의 게스트하우스의 방에 비할 바가 아니다. 방에 들어가 먼저 샤워부터 하였다. 이제 좀 살만하다. 식사를 하러 방을 나섰다. 마당으로 나가니 오토바이를 탄 서양인 남녀 세 사람이 나를 보더니 방 있느냐라고 반갑게 물어온다. 그들은 아무리 주인을 불러도 대답이 없어 돌아 나가려던 참이었던 것 같다. 가지 말고 기다리고 있으면 주인이 올 거라고 이야기해 주고 대문을 나서는데 또 관광객 몇 명이 연이어 들이닥친다. 모두들 기다리고 있으라 하고 집을 나섰다. 완전 이 집의 영업사원이 된 기분이다. 


근처에 구수한 고기 굽는 냄새가 나길러 찾아가니 이웃집에서 닭꼬치를 구워 팔고 있다. 아주 크기가 작은 닭꼬치이다. 일본 이자카야에서 팔고 있는 닭꼬치의 반 정도 크기밖에 되지 않는다. 얼마냐고 물으니 한 개에 2,000낍이라 한다. 깜짝 놀랐다. 이 작은 닭꼬치 한 개가 2,000낍씩이나 한다고? 도대체 얼만어치 먹어야 배를 채울 수 있나? 그런데 내가 잠시 착각을 하였다. 이곳에서 음식 가격의 단위가 대개 만 단위이므로 이것도 만 단위로 생각한 것이다. 다시 생각하니 한 개 2,000낍이면 130원밖에 되지 않는다. 


비어 라오 한 병 달라고 했더니 없다고 한다. 할 수 없이 옆의 가게에 가서 비어 라오 큰 병을 한 병 샀다. 닭꼬치 맛이 꽤 괜찮다. 닭꼬치 안주에 비어 라오 큰 병 한 병. 한 병을 다 마셨지만 부족하다. 그렇지만 이쯤에서 참자. 게스트 하우스로 돌아와 침대에 누우니 천국이 따로 없다.


곁가지 이야기 15:  라오스 사람들의 청량음료 사랑


라오스의 소매 가게에 가면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이 청량음료이다. 어느 가게에 가더라도 다른 물건은 변변히 없으면서도 청량음료수만큼은 산처럼 쌓여있다. 낱 병으로도 팔지만 10개, 20개씩 묶음으로 파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길가에서 작은 가판대를 놓고 장사를 하는 사람이 많은데, 과일 주스를 파는가 해서 가보면 청량음료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람들이 청량음료를 좋아하는 만큼 그 가격도 엄청 싸다. 가게에서 사면 코카콜라나 환타 등이 500cc 한 병에 500원 내지 700원 정도에 불과하다. 그래서 누구나 부담 없이 마시고, 가정에서도 박스 단위로 사가는 것 같다.


라오스는 열대과일의 나라다. 수박을 비롯하여 코코넛, 바나나, 파인애플 등 값싼 과일이 어딜 가나 널려있다. 우리 돈 천 원이면 큰 수박을 한 통 살 수 있다. 우리에게는 비싼 손이 선뜻 가지 않는 망고조차도 여기서는 얼마 하지 않는다. 그리고 값싼 사탕수수 즙은 얼마나 시원하고 맛있는데. 이런 과일보다는 청량음료수의 강렬한 맛이 그들의 입을 더 유혹하는 것 같다.


큰 도시에서는 그래도 길가에서 과일주스나 코코넛 등을 파는 사람들이 자주 눈에 뜨이는데, 소도시나 시골에 오면 그런 사람을 찾을 수가 없다. 목이 마르면 어쩔 수 없이 청량음료수를 사 마셔야 한다. 지천에 깔린 맛있는 열대과일을 두고 늘 마실 수 있는 콜라나 환타를 마시는 것이 억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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