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48 계획보다 늦게 껑러 동굴 탐방 시작
집을 나선지도 이제 한 달이 넘었다. 슬슬 돌아갈 생각을 해야 한다. 어제 스카이 스캐너로 항공권을 검색해 보았다. 비엔티안에서 한국으로 가는 직항 편이 있긴 한데 요금이 너무 비싸다. 베트남이나 태국으로 가서 가는 편이 훨씬 낫겠다. 어차피 이곳에서 비엔티안으로 가든, 다낭으로 가든, 방콕으로 가든 거기가 거기다.
이틀 동안 종일 햇빛을 받은 팔이 화상으로 따갑다. 긴팔 소매 옷은 있지만 빨랫감 봉지에 들어있다. 한밤중에 일어나 긴팔 옷만 꺼내 비누로 빨아 널어두었다. 이것으로 이제부터는 긴팔 옷을 입고 다닐 수 있게 되었다.
아침에 껑러 동굴로 향했다. 껑러 동굴도 좋지만 가는 길도 그에 못지않게 좋다. 이곳은 사방이 카르스트 지형의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이다. 껑러 동굴은 앞쪽 산에 위치해 있는데, 가까이 갈수록 산들이 점점 좁아져 마치 깔때기 같은 지형을 하고 있다. 산 자락 아래 마을이 그림처럼 펼쳐져있다. 도중에 식당에 들러 커피와 토스트로 아침을 먹었다. 손님도 없는데, 주문한 후 30분도 훨씬 지나서야 겨우 음식이 나온다. 이 때문에 나중에 크게 고생했다.
나는 한국에서는 커피를 거의 마시지 않는다. 특별히 커피를 싫어해서가 아니라 밤에 잠을 자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번 여행에서 아침마다 커피 한 잔을 마시는 것이 작은 행복이다. 커피를 매일 마시지만 피곤해서 그런지 잠도 잘 잔다. 나는 커피맛을 잘 모른다. 그래서 아무 커피나 주는 대로 잘 마신다. 커피에 정통한 친구 하나는 커피 맛에 아주 까다롭다. 웬만한 커피는 맛이 없어 못 마신다고 한다. 아무 커피나 모두 좋다는 내가 더 고수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타켁 루프에 도전할 때 최종 목적지를 껑러 동굴로 한 것은 특별히 이곳을 보고 싶다고 해서 정한 것이 아니다. 여행을 하면서 목적지 없이 하는 것도 어쩐지 맥이 빠지는 일이라 단순히 여행 목적지를 정한다는 생각에서 껑러 동굴을 최종 목적지로 한 것이었다. 그래서 껑러 동굴 투어에 대한 기대도 그다지 없었다.
껑러 동굴 매표소로 왔다. 입장료는 20만 낍으로 라오스에서 지금껏 지불한 입장료 가운데 가장 비싸다. 나는 단순한 동굴 탐방으로 생각했는데, 직원이 뭐라 설명하는 것을 들으니 배를 타고 하는 투어같다. 그런데 앞 팀이 얼마 전에 출발했으므로 1시간을 기다려야 한단다. 조금 전 식당에서 토스트가 조금만 더 일찍 나왔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해서 여기까지 와서 그냥 돌아갈 수는 없다. 기다리기로 했다. 아무래도 돌아가는 길이 늦어지지 않을까 조금 걱정이 된다.
한 시간 정도를 기다려 입장을 하였다. 서양 젊은이 5명과 함께이다. 입구에서 10분쯤 걸어 들어가니 입장권을 회수하는 오두막이 나타나는데, 그곳에 신발을 벗어두고 슬리퍼로 갈아 신으라 한다. 슬리퍼를 신고 조금 더 들어가니 제법 수량이 많은 물이 흐르는 아름다운 계류가 나오고, 계류를 건너 5분쯤 걸으니 높은 절벽아래 큰 동굴이 입을 벌리고 기다리고 있다. 동굴 입구로 들어가니 그곳은 거대한 호수였는데, 기다란 작은 배가 대기하고 있는데, 한 배에 투어객 세 명씩 탄다. 뱃사공이 우리에게 해드랜턴을 하나씩 나누어준다.
요즘 우리나라에서 음식점 술값이 사정없이 올라 주당들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 같다. 소주값만 하더라도 슈퍼에 가면 2,000원도 하지 않는데, 이젠 음식점에서는 5,000원, 6.000원씩 받는 것 같다, 이래서야 이제 서민의 술인 소주조차 마음껏 마실 수 없는 세상이라고 불평하는 사람이 적지 않은 것 같다.
다른 나라에서도 음식점 술값이 소매점에서 파는 가격보다 비싼 경우가 일반적인 것 같다. 유럽이나 미국, 일본 등의 선진국들을 보면 대개 음식점의 술값은 가게의 3배 내외가 되는 것 같다. 이렇게 보면 요즘의 우리나라 음식점 술값도 이해가 간다. 따라서 이런 곳에서는 음식점에서 술의 외부 반입을 허용하지 않으며, 굳이 외부 반입 술을 마시겠다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하여야 한다.
이에 비해 중국이나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등에서는 음식점 술값이 소매점의 그것과 큰 차이가 없다. 그래서 중국의 음식점에서는 밖에서 술을 사들고 오는 것을 권장하며, 동남아 국가에서도 손님들이 술을 가져와 마시는 것에 대해 음식점이 크게 거부감을 보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음식점의 술값이 가게와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손님들이 술을 가지고 와서 마실 유인이 거의 없다. 내가 음식점에서 사파에서 산 술을 마셔도 되느냐고 물어보면, 아무 상관없다며 오히려 컵과 얼음을 가져다 주기까지 한다.
어느 쪽이 좋은지는 각각 그 나라의 문화와 전통이 있기 때문에 뭐라 말하기 어렵다. 그러나 술꾼들에게는 중국이나 동남아 스타일이 부담 없이 술을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대환영을 받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