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47 숙소가 없다. 노숙을 해야 하나?
마을을 향해 달리다 보니 마을을 2-3킬로 정도 앞두고 길 오른쪽으로 리조트 표시가 보인다. 안내판을 보니 옆길로 1.5킬로 정도 안쪽에 리조트가 있다고 한다. 빨리 숙소를 정하고 쉬고 싶지만 비포장 시골길을 1.5킬로나 들어갈 자신이 없다. 땅거미가 질 무렵 껑러 동굴이 있는 마을에 도착하였다. 이제 이곳에서 숙소를 찾아야 한다. 이곳은 주로 관광객들을 상대로 하는 마을로서, 게스트 하우스와 식당 등이 많이 있다.
마을 끝에 큰 리조트가 있어 찾아가니 만실이라 한다. 다시 돌아 나오며 꽤 큰 게스트하우스가 있어 들어가니 또 만실이라 한다. 어째 예감이 좋지 않다. 다시 몇 개의 게스트하우스를 더 찾아갔는데, 폐업한 집이 많으며 영업을 하고 있는 집은 모두 만실이라 한다. 큰일 났다. 이 밤중에 나힌까지 돌아가는 건 불가능하다. 꼼짝없이 노숙을 하게 생겼다. 마지막으로 들어오면서 보았던 리조트를 찾아가 볼 수밖에 없었다. 노숙을 하는 것보단 시골길을 1.5킬로미터 들어가는 것이 낫다.
마을을 빠져나가려는데 마을 입구에 폐업한 듯 보이는 게스트하우스가 하나 보인다. 인기척이 전혀 없다. 그래도 혹시나 해서 들어가 주인을 불러보었지만 아무도 나오지 않는다. 사림이 살고 있는 듯한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다시 나오는데, 그때 길 옆 논에서 일을 하던 중년남자가 숙소를 찾느냐고 묻는다. 그렇다고 하니까 "원 헌드레드, 원 헌드레드"라고 소리치면서 논에서 나온다. 방금 들어갔던 게스트하우스의 주인인 것 같다. 방이 15개 정도는 되어 보이는데 투숙객은 나 혼자이다. 숙박비는 10만낍, 우리돈 7천원이 채 안되는 돈이다.
방으로 안내하는데, 아주 좋다. 어젯밤에 묵었던 타랑의 게스트하우스의 방에 비할 바가 아니다. 방에 들어가 먼저 샤워부터 하였다. 이제 좀 살만하다. 식사를 하러 방을 나섰다. 마당으로 나가니 오토바이를 탄 서양인 남녀 세 사람이 나를 보더니 방 있느냐라고 반갑게 물어온다. 그들은 아무리 주인을 불러도 대답이 없어 돌아 나가려던 참이었던 것 같다. 가지 말고 기다리고 있으면 주인이 올 거라고 이야기해 주고 대문을 나서는데 또 관광객 몇 명이 연이어 들이닥친다. 모두들 기다리고 있으라 하고 집을 나섰다. 완전 이 집의 영업사원이 된 기분이다.
근처에 구수한 고기 굽는 냄새가 나길러 찾아가니 이웃집에서 닭꼬치를 구워 팔고 있다. 아주 크기가 작은 닭꼬치이다. 일본 이자카야에서 팔고 있는 닭꼬치의 반 정도 크기밖에 되지 않는다. 얼마냐고 물으니 한 개에 2,000낍이라 한다. 깜짝 놀랐다. 이 작은 닭꼬치 한 개가 2,000낍씩이나 한다고? 도대체 얼만어치 먹어야 배를 채울 수 있나? 그런데 내가 잠시 착각을 하였다. 이곳에서 음식 가격의 단위가 대개 만 단위이므로 이것도 만 단위로 생각한 것이다. 다시 생각하니 한 개 2,000낍이면 130원밖에 되지 않는다.
비어 라오 한 병 달라고 했더니 없다고 한다. 할 수 없이 옆의 가게에 가서 비어 라오 큰 병을 한 병 샀다. 닭꼬치 맛이 꽤 괜찮다. 닭꼬치 안주에 비어 라오 큰 병 한 병. 한 병을 다 마셨지만 부족하다. 그렇지만 이쯤에서 참자. 게스트 하우스로 돌아와 침대에 누우니 천국이 따로 없다.
라오스의 소매 가게에 가면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이 청량음료이다. 어느 가게에 가더라도 다른 물건은 변변히 없으면서도 청량음료수만큼은 산처럼 쌓여있다. 낱 병으로도 팔지만 10개, 20개씩 묶음으로 파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길가에서 작은 가판대를 놓고 장사를 하는 사람이 많은데, 과일 주스를 파는가 해서 가보면 청량음료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람들이 청량음료를 좋아하는 만큼 그 가격도 엄청 싸다. 가게에서 사면 코카콜라나 환타 등이 500cc 한 병에 500원 내지 700원 정도에 불과하다. 그래서 누구나 부담 없이 마시고, 가정에서도 박스 단위로 사가는 것 같다.
라오스는 열대과일의 나라다. 수박을 비롯하여 코코넛, 바나나, 파인애플 등 값싼 과일이 어딜 가나 널려있다. 우리 돈 천 원이면 큰 수박을 한 통 살 수 있다. 우리에게는 비싼 손이 선뜻 가지 않는 망고조차도 여기서는 얼마 하지 않는다. 그리고 값싼 사탕수수 즙은 얼마나 시원하고 맛있는데. 이런 과일보다는 청량음료수의 강렬한 맛이 그들의 입을 더 유혹하는 것 같다.
큰 도시에서는 그래도 길가에서 과일주스나 코코넛 등을 파는 사람들이 자주 눈에 뜨이는데, 소도시나 시골에 오면 그런 사람을 찾을 수가 없다. 목이 마르면 어쩔 수 없이 청량음료수를 사 마셔야 한다. 지천에 깔린 맛있는 열대과일을 두고 늘 마실 수 있는 콜라나 환타를 마시는 것이 억울하다.